[기획] 엉성한 재취업(전직)지원서비스법, 실효성없고 논란만 낳았다
[기획] 엉성한 재취업(전직)지원서비스법, 실효성없고 논란만 낳았다
  • 이윤희 기자
  • 승인 2020.05.14 1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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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감독 없는데 가이드라인도 불명확
5060세대 실업자 42만명 넘는데 지원 예상 대상은 3만5000명
4차 산업혁명 기술 등 미래 비젼있는 교육 부족
일자리없어 월급 줄이고 직무 바꾼 재취업 빈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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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중장년 5060세대가 퇴직을 앞두고 인생2막 준비에 어려움을 겪고있다. 이들을 위해 올해 5월 1일부터 비자발적 퇴직자를 대상으로 기업이 재취업(전직)지원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법안이 시행됐으나, 실효성 논란이 분분하다.
수많은 중장년 5060세대가 퇴직을 앞두고 인생2막 준비에 어려움을 겪고있다. 이들을 위해 올해 5월 1일부터 비자발적 퇴직자를 대상으로 기업이 재취업(전직)지원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법안이 시행됐으나, 실효성 논란이 분분하다.

'월급쟁이', 60년 인생의 절반 가까이를 회사에 몸 받쳐 일한 김 씨 뒤에 붙은 수식어였다. 친구들의 사업 권유도 마다하며 평생을 사무직으로만 일해왔다. 젊었을 때는 60살이 되면 정년퇴직으로 일선에서 은퇴하고 준비된 노후를 만끽하리라 기대했다고. 그러나 정작 60세를 맞이한 그가 준비해야 하는 것은 은퇴가 아닌 '퇴직', 그리고 '이직'이었다.

[아웃소싱타임스 이윤희 기자] 기대 수명의 연장, 장기화된 노년 생활, 인구 고령화로 노년 인구가 급증하며 5060 세대에 대한 재취업(전직)지원서비스가 당위성을 얻고 있다. 정부도 이러한 사회적 변화를 반영해 올해 5월 1일부터 이른바 재취업(전직)지원서비스법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시행 이후 약 보름의 시간이 지났지만 재취업(전직)지원서비스가 시행된지조차 모르는 이들이 태반이다.

이에 도움을 받아야 할 퇴직자들 사이에서는 해당 법안이 실질적인 도움에서 벗어난 구색 맞추기 식 법안이라는 비판이 불거지고 있다.

보여주기만 하면 되는 재취업(전직)지원서비스

재취업지원 서비스법은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따른 것으로 1000인 이상 대기업에서  50세 이상 비자발적 퇴직자에게 재취업 관련 서비스 제공을 의무화한 것이다.

취지는 좋다. 모든 근로자는 실업과 이직을 앞둔 잠재적 퇴직 예정자다. 근로자들의 근로환경 개선과 노후 보장, 안정적인 경제활동을 위해서라도 재취업(전직)지원서비스는 반드시 필요한 복지 서비스다.

하지만 부랴부랴 준비한 탓일까. 구멍이 많아도 너무 많다.

■ "아무거나 택 1, 제약은 없습니다!"
개정안에 따르면 고용보험 피보험자 기준으로 1000인 이상 근로자가 속한 사업자는 50세 이상 비자발적 퇴직(예정)자의 이직 예정일 전 3년 이내 개정안에서 정한 일련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개정안에서 규정하고 있는 제공 서비스 종류는 ▲경력·적성 등의 진단 및 향후 진로 설계 ▲취업알선 ▲재취업 또는 창업에 관한 교육 ▲기타 고용노동부 장관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서비스다.

문제는 개정안에서 규정한 의무 기준이 상기 서비스 종류 중 한 가지만을 제공하면 된다는 것. 또 각 항목에 대한 세부 규정도 없다.

고용노동부는 예시를 통해 몇 가지 가이드라인을 뒀으나, 재취업(전직)지원서비스의 품질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법한 구체적 내용은 없다.

진로설계의 경우 16시간 이상의 교육과 상담을 제공하고, 개인별 ‘진로설계서’를 작성해야 하며, 취업알선의 경우엔 3개월 이내 월 2회 이상 취업알선(1회 이상 대면 서비스 제공)을 원칙으로 제시하고 있다. 재취업·창업 교육은 2일 이상, 16시간 이상을 기본으로 집체·현장 교육이 원칙이다.

상세한 가이드라인이 없다 보니 비용을 고려해야 하는 기업은 재취업(전직)지원서비스를 구색 맞추기 식으로 끝마칠 가능성이 농후하다.

2019년 기준 1000인 이상 기업에 속한 비자발적 퇴직자 예상 수(자료제공=고용노동부)
2019년 기준 1000인 이상 기업에 속한 비자발적 퇴직자 예상 수(자료제공=고용노동부)

■ 1000인 이상 대기업만 받는 재취업 지원 서비스
이번 개정안에서 무엇보다 화두에 오른 것은 의무화 대상 규모였다. 법이 개정되고 시행령을 마련할 때까지 300인 이상 기업과 500인 이상 기업, 1000인 이상 기업 사이에서 저울질하던 정부는 결국 1000인 이상 대상 기업부터 우선 적용한다고 정했다.

이에 해당되는 국내 기업은 2019년 기준 약 947개소다. 문제는 1000인 이상 고용보험 피보험자 가입 기업의 경우 정년퇴직으로 퇴직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947개소에서 재취업(전직)지원서비스를 제공받을 것으로 기대되는 이직자는 3만 5000여 명에 불과하다.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4월 기준 60세 이상 실업자는 총 19만 8000명, 50세 이상 실업자는 23만 3000명이었다. 전년동월보다 8만 8000명이나 증가했다. 실업률로 따져도 각각 0.7%p가 증가했다.

2020년 4월 기준 50대와 60대 실업자 수는 모두 전년 동월보다 증가했다.(자료제공=통계청,편집=아웃소싱타임스)
2020년 4월 기준 50대와 60대 실업자 수는 모두 전년 동월보다 증가했다.(자료제공=통계청,편집=아웃소싱타임스)

이와 같은 수치에 재취업(전직)지원서비스법에서 보장하는 지원 대상자 규모를 비교하다 보니, 1000인 이상 대기업에만 의무화를 부여한 것에 대한 논란이 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산업 현장에서는 중견기업과 중소기업부터 우선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미 많은 대기업은 복지 정책으로 재취업(전직)지원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무엇보다 이직 예정자들의 노후 준비가 대기업은 중견·중소기업보다 상대적으로 더 탄탄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 주장의 골자다.

업계에서는 재취업(전직)지원서비스 의무화가 300인 이상 기업까지라도 확대되면 관련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근로자가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3차 산업에 머무는 재취업(전직)지원서비스
주된 직장에서 퇴직한 중장년 근로자들이 임금을 깎고 다른 직종으로 전향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에서 지난 5월 6일부터 13일까지 50세 이상 구직자 26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내용에서 열 명 중 네 명은 재취업 시 직종을 바꾸겠다고 답했다. 다수가 주된 직장에선 연령이나 여건 상 근무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것.

지난해 12월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중·장년층 행정통계'에서도 이런 모습은 여실히 드러난다.

당시 조사 결과 중장년 임금근로자는 재취업에 성공하더라도 10명 중 6명이 200만 원 미만의 급여에 만족해야 했으며 남성은 새 직장을 얻기 전 평균 임금보다 재취업 후 평균 임금이 약 95만 원가량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재취업 시 임금이 하락하는 데는 신체적·연령적인 이유로 생산성이 떨어지는 점 등이 미친 영향도 있으나, 결정적인 원인으로는 직종 변경으로 인한 임금 감소를 들 수 있다.

재취업이 상대적으로 책정 평균 임금이 낮은 단순노무 업무 위주로 이뤄지다 보니 종전 임금보다 하락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실제로 워크넷에 등록된 자료에 의하면 60대 이상 고령 구직자는 경비원, 청소부 등 특별한 전문성이 요구되지 않는 직업을 선호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변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직업역량. 미래 시대를 대비할 수 있는 교육은 젊은 세대 뿐 아니라 5060세대에도 필요하다. (자료제공=한국고용정보원)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변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직업역량. 미래 시대를 대비할 수 있는 교육은 젊은 세대 뿐 아니라 5060세대에도 필요하다. (자료제공=한국고용정보원)

하지만 4차 산업 혁명의 도입으로 이런 단순노무 산업이 사양될 것이란 예측은 이미 오래전부터 지배적이다.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기술혁신에 따른 산업현장 직무변화'에 따르면 집필진은 이전에 없던 스마트 직무(Smart Jobs)의 등장에 따라 반복적인 직무는 기계와 인공지능에 대체되고 근로자들이 디지털 기술 및 장비, 데이터를 활용한 노동을 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이어 근로자 과업 중 일부를 인공지능이나 기계가 대체함에 따라 직능 수준의 양극화가 발생하고, 직무 변화의 과도기를 거치는 만큼 이를 대응할 수 있는 근로자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개발·제공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하지만 개정안에서는 재취업(전직)지원서비스에 대해 단순한 '취업설계', '진로상담'을 제시하고 있다. 단순히 고민 상담 수준에서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현재 현장에서 제공되는 재취업(전직)지원 관련 교육도 고령층 퇴직자를 대상으로 한 4차 산업혁명 유관 기술을 지도하는 교육은 미비한 실정이다. 무엇보다 "고령 근로자는 전문적인 일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사회적 인식이 이들을 단순노무 위주 이직 시장으로 내몰고 있다.

2025년이면 60대 인구가 올해보다 142만 명 증가한다. 나이로 인해 퇴직을 앞둔 베이비부머 세대가 증가하며 한정적인 일자리는 그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더군다나 코로나19로 인해 경제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채용시장은 그야말로 빙하기다. 이렇다 보니 정부에서 고령층 노인을 위해 복지 차원으로 제공하는 사회적 일자리에 눈 돌리는 중년층도 증가하고 있다.

재취업지원서비스는 ‘복지‘아닌 ’실전‘

■제대로 된 재취업(전직)지원서비스 확대가 시급한 이유
퇴직자를 대상으로 한 재취업(전직)지원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고령사회로 인한 비경제활동 인구 증가와 노인인구 층의 빈곤 문제는 사회적 비용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앞서 고령화를 겪은 일본, 유럽 등 선진국도 재취업과 관련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의 주식회사 퀄리티오브라이브 기업에서 진행하는 생애프로폐셔날 프로그램이나 미국 환경보호청(EPA)의 고령자 환경 분야 고용(SEE), 일본의 도쿄일자리재단이 제공하는 각종 시니어 일자리 사업 등이 이에 해당한다.

우리나라가 공공기관 등을 통해 고령자에게 사회적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해외도 커리어 관련 재취업(전직)지원서비스 외에도 중장년층을 위한 커뮤니티를 운영해 고령인구의 각종 사회적 활동과 지역사회 참여 활동을 유도하기도 한다.

이런 복지 개념의 재취업(전직)지원서비스도 응당 필요하나 더 시급한 것은 중장년 인구에게 일정 수준의 소득을 보장할 수 있는 이직이다.

퇴직자의 월 평균 지출(자료제공=한국금융그룹 '대한민국 퇴직자들이 사는 법')
퇴직자의 월 평균 지출(자료제공=한국금융그룹 '대한민국 퇴직자들이 사는 법')

하나금융그룹이 ‘100년 행복연구센터’개소를 기념해 발간한 생애금융보고서 ‘대한민국 퇴직자들이 사는 법’에 따르면 퇴직자 중 노후자금 준비가 충분하다고 답한 비율은 단 8.2%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주된 생활비를 자신의 경제활동이나 배우자의 경제활동으로 얻는 경우가 74.6%로 나타났으며, 모아놓은 금융 상품으로 생활비를 해결한다는 응답은 16.8%에 그쳤다.

조사 결과에서 이들이 지출하는 월평균 생활비 규모는 252만 원 수준이다. 3명 중 2명은 퇴직 전보다 생활비 수준을 낮췄다. 생활비를 낮췄음에도 당장 경제 활동이 영위돼야만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다.

정부는 노인들의 경제활동과 사회활동 참여를 위해 사회적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노인에게 소일거리를 제공하고 그에 맞는 임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사회적 고립으로 인한 노인 우울증 완화나 경제활동 참여를 통한 노인 빈곤을 대비하기 위함이다.

지급 금액은 주최 기관과 업무에 따라 차등이 있으나 한국노인인력개발원에서 지원하는 사회 서비스형 노인일자리사업 내용에 따르면 통상 월 60시간 이상 근무하고, 최대 71만2800원의 월 급여를 받는다.

사회 서비스형 노인 일자리는 경제 활동 자체를 하기 어려운 환경의 고령 노인의 경력과 활동 역량을 활용해 지역사회 돌봄, 안전 등 사회적 도움이 필요한 영역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문제는 노인을 위한 일자리에 중장년층이 뛰어들고 있다는 것. 사회적 일자리를 통한 소득은 중장년층이 생활비를 충당하기에는 다소 부족한 금액이다. 중장년층도 이를 알고 있으나, 민간에서 제공하는 이들 세대를 위한 일자리가 턱없이 부족한 탓에 나라에서 지원하는 소일거리라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가 선도해서 사회적 일자리 외 50대와 60대 초반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일자리가 제공해야 하는 이유다. 그렇지 않다면 최소한 적정선의 일자리에 취업할 수 있도록 그에 맞는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이와 같은 문제점은 다시 재취업(전직)지원서비스의 품질에 대한 의문점으로 귀결된다. 퇴직자들에게는 단순히 보여주기 식 서비스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경제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역량을 마련해 줄 재취업(전직)지원서비스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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