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안내] 신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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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영남 기자
  • 승인 2020.06.09 14: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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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진실을 말하고 싸우고 이겨야 할 때 필요한 것
아베 정권과 싸우며 세상을 바꾸는 여성 기자의 기록

[아웃소싱타임스 손영남 기자] ‘신문기자’라는 제목만 놓고 보면 언뜻 이 책은 신문기자의 영웅담을 늘어놓았으리라 지레 짐작하기 쉽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열정과 사명으로 똘똘 뭉친 영웅 기자로서의 면모를 뽐내거나 성공적인 취재를 나열하는 대신 책의 저자인 모치즈키 기자의 실패와 성장으로 버무려진 삶의 기록을 꿋꿋하게 나열하고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처음은 늘 그렇듯 불안정하지만 나약하지만은 않고, 어설프지만 그래서 더욱 용감하다. 기자가 되고 처음 맡은 취재에서 피해자의 상처를 건드릴 수밖에 없는 질문을 해야만 하는 직업에 회의감을 느낀다. 

자신에게 정보를 주지 않는 취재원에게 배신감을 느끼고 가감 없이 화를 내는 미숙함도 보인다. 검찰의 강압적인 탐문을 받다가 취재원에 대한 정보를 흘릴 뻔하기도 하고, 특종을 쓰고 싶은 마음에 오보를 내는 실수를 저지른다. 

이렇게 모치즈키 기자는 몸으로 부딪치며 실수하고, 필연적으로 성장한다. 여러 번 실패하고 극복해나가면서 생각보다 많은 것이 기자에게 달려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취재원에게 정보를 얻어낼 수 있는지, 주어진 사실을 넘어 진실에 가닿을 수 있는지는 기자의 집념과 열정에 달려 있다고 단언한다. 행동하고, 실패하고, 깨닫고, 성장하는 저자의 자세는 비판하지 않는 언론과 반성하지 않는 권력과 대비된다.

저자는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으로 ‘구니이 검사 사건 조작’ 특종을 꼽는다. 사이타마지검의 구니이 검사가 실적을 위해 잘못 없는 사람을 범인으로 조작했다는 충격적인 정보를 입수한 후 이를 단독 보도한다. 그런데 생각만큼 기사가 파급력을 갖지 못한다. 결국 구니이 검사는 불기소처분을 받고, 훗날 비슷한 사건에 휘말려 또다시 논란이 된다. 

이 사건을 통해 저자는 혼자 쓰는 단독 기사는 그만큼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여러 매체와 정보를 공유하고 그 정보를 토대로 다양한 의혹을 제기하는 ‘연대’의 자세가 필요하다는 걸 몸소 배운다.

저자는 정부의 억압이 강해질 때일수록 매체간의 경계 없는 수평적 연대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함께해야만 조각난 진실들을 모을 수 있고, 언론을 향한 정부의 압박도 극복해나갈 수 있다. 동료들과 연대하며 저자가 써내려가는 진실은 경쟁과 억압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새로운 길을 제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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