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정규직 전환보다 중요한 것은 비정규직 처우 개선
[취재수첩] 정규직 전환보다 중요한 것은 비정규직 처우 개선
  • 이윤희 기자
  • 승인 2020.06.29 07: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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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사 정규직 전환 반발에.."기존 정규직과 달라?"
비정규직 제로화 아닌 비정규직 '차별' 제로화 필요

[아웃소싱타임스 이윤희 기자]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 보안요원으로 근무하는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이후 노동부문 뉴스 소식은 연일 이 문제로 시끄럽다.

조용했던 취업 준비생들은 항거하며 일어섰고, 공공부문 비정규직에 대한 정규직 전환을 반대하는 청원은  청원 글이 올라온 지 이틀 만에 동의 20만 이상을 얻었다.

인천공항 정규직 전환에 취 업준비생이나 노조는 이와 같은 정규직 전환이 '역차별'이라며 분노하고 있다. 애초에 보안요원이 인천공항공사 정규직 채용 과정에 있었다면 구직 인원이 몰렸을 것이 자명한데, 그 기회를 박탈 당했다는 것.

사측과 일부 언론은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이들은 임금테이블도 기존 정규 근로자들과 다르고, 정규직 전환에 따른 비용은 기존 용역비용에서 충당되기 때문에 인건비가 증가한다는 이유로 향후 채용 과정에 영향을 미칠 일도 없다고 해명한다.

그런데 그 해명에 의문점이 드는 것은 왜일까.

비정규직에 대한 정규직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던 이유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발생되는 차별에 있다. 임금, 복지, 정년 등에서 비정규직은 정규직이 받은 대우 그것에 한참 미달한 처지에서 근무를 해왔고 이런 노동시장의 이중 구조를 바로잡기 위해 제시된 게 비정규직 제로화 정책이었다.

그런데 해명으로 내놓은 말이 사무직 정규직과 임금테이블도 다르고 기존 용역비용에서 정규직 전환으로 발생하는 비용을 대체한단다. 이 말 그대로라면, 정규직 전환으로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처우 개선은 크게 기대되지 않는 상황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정규직 전환 대상에 대한 복지 개선책이 뚜렷하게 존재한다면 사측은 또다시 지금 취준생과 노조가 분노하고 있는 질문에 대답을 내놓어야 한다.

감히, 지금 노동 시장 정책이 정규직과 비정규직 단어 자체에만 너무 몰입해있지 않나 의문을 던져본다. 비정규직 제로화 정책의 맹점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비정규직의 처우개선에 있다는 사실을 망각한 채.

애초에 이와 같은 노노 갈등이 번진 데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간극이 너무나 기울어진 싸움이었다는 데서 시작한다.

정규직이 비정규직보다 임금, 대우, 정년 모든 부분에서 우월한 상황에서 고민해야 했던 기회비용은 자신들의 노력과 시간에 대한 투자와 포기였다. 그 어떤 방법으로도 보상받을 수 없는 것이기에 자신이 포기했던 것에 대한 상실감은 더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만약 정규직이 보다 낮은 임금을 받는 대신 안정적인 정년을 보장받고, 비정규직은 높은 임금을 받는 대신 근무 기간이 불안정했다면 이들은 포기가 아니라 선택을 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정규직이란 명패가 아니다. 이들이 받고 있는 대우, 임금이 안정적이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 정규직 전환은 단지 '눈 가리고 아웅'식의 정책이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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