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규만의 컨택센터 칼럼]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에 내려진 판결이 고작?
[황규만의 컨택센터 칼럼]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에 내려진 판결이 고작?
  • 편집국
  • 승인 2020.09.21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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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가장 무거운 형량이랍시고 고작 1000만원 선고
당사자도 아닌 텔레마케터 마음 고생에 비하면 조족지혈

 

 

한국컨택센터산업협회 황규만 회장
한국컨택센터산업협회 황규만 회장

2020년 9월 14일, 대법원은 지금으로부터 6년 전인 2014년 새해에 발생해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았던 1억건이 넘는 개인정보를 유출한 협의로 기소된 금융기관 3곳에 대해 개인정보보호법에 의거 처벌할 수 있는 가장 무거운 형량을 부과했다. 대법원 말로는 그렇다는 얘기다.

가장 무거운 형량이니 수천억원은 되어야 할 것 같은데 두 곳은 1000만원, 한 곳은 1500만원의 벌금형에 처해졌다. 이는 개인정보보호법에 ‘개인정보처리자가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아 정보가 분실이나 도난됐을 경우 최대가 1000만원의 벌금형에 처하거나, 같은 범행을 2건 저지른 경우 벌금은 최대 1500만원으로 높아진다’고 되어 있기 때문이다.

금융기관 3곳에서 역사상 최대 규모인 1억400만건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6년 전인 2014년이다. 그 당시 모든 언론기관들이 사상 초유의 개인정보유출사고를 대대적으로 보도함으로써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자 이에 부담을 느낀 사범 당국이 총력을 기울여 불법 수집자와 최초 유포자를 즉시 검거함으로써 유출되었던 정보는 전량 회수되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지만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 3사 대표들은 모두 사임을 하고 말았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그 이후에 발생하게 된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게 하기 위해 “그렇게 분실된 개인정보들은 어디로 흘러가는지?”를 파악해 훔친 개인정보를 사서 이익을 추구하는 범죄자들을 발본색원 했어야 했는데 탁상공론을 통해 다루기 만만한 금융기관에 경고를 날린다. 

즉, 금융사의 전화 영업을 전면 금지시키고, 개인정보를 분실한 책임이 있는 카드3사에 대해서는 3개월 영업정지가 내려진 것이다. 그로 인해 합법적인 비대면 전화권유판매를 통해 생계를 유지하던 수많은 텔레마케터들이 실직 위기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실질적으로 금융기관들은 이미 확보되어 있는 엄청난 양의 기존 고객DB를 활용하거나 합법적인 마케팅을 통해 신규고객 DB를 확보해 방문판매법에 의거한 전화권유판매를 한다. 어떤 겁 없는 금융기관이 훔친 불법DB를 사서 영업을 하겠는가? 

그런 불법 개인정보는 개인정보 브로커나 보이스피싱 사범, 불법 스팸 업체, 발신번호조작제공업체, 불법 대부업체 등에게 흘러 들어가므로 그때 그들을 확실하게 섬멸했어야 했는데 언론을 잠재우고자 급하게 정책을 입안하다 보니 그런 실책을 범하고 만 것이다.

이때 국회와 청와대 등 도움을 줄 수 있는 모든 곳에 찾아가 억울함을 읍소 하였지만 해결책은 쉽게 찾을 수 없었다. 결국 언론을 통해 적극적으로 인터뷰하며 사실을 전한 덕에 대통령 귀에까지 들어가게 되었고 결국 대통령이 각의에서 금융위에 대책을 지시했고, 금융위는 즉각적으로 영업재개를 허용하게 된다. 

하지만 이미 텔레마케터가 불법유통 정보의 주범 인양 낙인 찍히는 바람에 원상회복까지는 엄청난 시간이 걸려야 했다.  

이번 판결을 보면서 의아한 것은 그동안 개인정보유출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했음에도 이번 판결이 개인 정보와 관련해 책임을 묻는 첫 번째 판결이라는 것이다. 결국 다른 건들은 모두 흐지부지 무마되었다는 얘기다. 그리고 1억건이 넘는 DB가 유출되었음에도 판결이 나오는데 6년이나 걸린 이유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이번 판결이 법에 의거 처벌할 수 있는 가장 무거운 형량을 부과했다고 하는데 100억도 아니고 1,000만원이란다. 1억 400만건의 귀한 개인정보가 유출되었고, 3사 대표들이 사임했으며 수많은 텔레마케터들이 실직은 면했지만 거의 1년 가까이 고생했던 사건인데 말이다. 

이번 판결을 보면서 국회의원들에게는 개인정보가 기업의 부실한 관리로 유출되었을 경우 엄청난 손해를 입도록 법을 개정해주기를 바라며, 정책 입안자들은 그들의 판단이 엄청난 파워를 갖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고 무언가 결정해야 할 때 무고한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현장 전문가들의 의견을 경청하기를 다시 한번 부탁드린다. 

쏟아진 물은 다시 담기 정말 어렵다.

황규만
(사)한국컨택센터산업협회 회장
푸른아시아 (기후위기 대응 NGO 환경단제) 이사
(사)한국액티브시니어협회 이사
대구가톨릭대학교 산학협력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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