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익 컨설턴트의 소소한 일상이야기3] 행복한 온천 중독
[한상익 컨설턴트의 소소한 일상이야기3] 행복한 온천 중독
  • 편집국
  • 승인 2021.01.19 04: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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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익
푸른소나무 life plan consulting 대표
재취업지원 컨설턴트
한국생애설계사(CLP)

나는 온천 중독자다.
나는 거의 매일 아침 온천에 간다. 회원권을 끊었는데 날수로 따지는 바람에 하루라도 안 가면 손해라는 생각이 들어, 하나님도 쉬신다는 일요일만 빼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태풍이 와도 상관없이 매일 아침 온천에 다니고 있다. 

온천과의 인연은 강산도 변한다는 세월을 넘게 외국에서 살다가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시작되었으니 벌써 햇수로 7년이 되었다. 

외국에 살면서 자녀들이 모두 결혼하여 가정을 꾸리게 되자, 고국에 계신 연로하신 부모님을 모시고 싶다는 아내의 바람에 귀국하게 되었으니 자연스럽게 처가살이를 하게 되었고, 처가가 있는 온양에 자리를 잡게 되었다. 

처가살이를 하면서 제일 먼저 익숙해져야 하는 것 중의 하나가 온천을 다니는 일이었다. 장인 장모님이 수십 년간을 거의 매일 온천에 다니시는 것이 습관이 되셨기 때문에 모시고 다녀야 하는 아내와 나는 자연스럽게 동행을 하게 되었다. 

장모님은 새벽 5시에 문을 열었을 때의 청결하고 깨끗한 첫 온천물을 선호하셔서, 한동안 장모님을 모시고 갈 때는 그 시간에 도착하기 위해 새벽에 일어나 서두르는 것이 여간 고역이 아니었다. 

그러다 다른 호텔 온천장에서 더 싼 가격으로 헬스와 온천을 할 수 있다는 광고를 보고 핑계 삼아 나는 자연스럽게 그곳으로 옮기면서 새벽 온천 고행(苦行)길에서 벗어나게 되었고 그 짐은 아내가 떠맡게 되었다. 

장인어른은 주차하기 편리한 다른 호텔 온천을 다니시니까 네 사람이 서로 다른 세 곳의 온천장을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어느 곳이 나은지 비교하거나 굳이 말하지 않는다. 100m도 안 되는 거리에 서로 붙어 있고 모두 다 다녀봤기 때문에 말하지 않아도 아는 까닭이다.

온천은 따뜻한 물이 있는 곳인 만큼 그곳에 가면 마음이 너그러워지고 넉넉해진다. 그래서 모르는 사람과 쉽게 눈인사도 하고 대화도 나누게 되고, 붙임성이 있는 사람들은 등밀이 품앗이도 한다. 

온천은 심신을 풀어준다. 특히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이나, 날씨가 을씨년스럽게 느껴지는 날은 온천탕에 들어가 몸을 담그고 있는 것보다 더 기분 좋은 일이 없다. 

또한 마음이 울적할 때나 일이 잘 풀리지 않아 스트레스가 쌓일 때 사우나에서 땀을 빼고 냉탕에 들어가 몸을 식히면 온갖 잡생각이 멀어지고 정신이 번쩍 들며 새 힘이 돋는다. 

온천탕 안에서는 모두가 평등하고 빈부 차이를 가늠하기 어렵다. 다만 어떤 인생을 살아왔고 현재 어떻게 살고 있을 것 같은지를 꾸밈없는 몸을 보며 짐작만 할 뿐이다.  

재력보다는 건강 상태가 먼저 보이고, 아주 확연하게 차이가 나지 않는 한 나이도 분간하기 어려워 서로가 조심하고 말투도 공손하다. 가리고 숨길 것이 없으니 모두가 부끄러워하지 않고 당당하다. 

온천을 하는 순간만큼은 누구의 간섭과 통제를 받지 않으니 자유롭고, 시간 제약이 없으니 여유롭다. 몸을 씻으러 가지만 마음마저 씻고 온다. 그래서 매일 온천에 가도 늘 새롭고 신선하다. 

7년 가까이 거의 매일 온천에 다니다 보니 이젠 빼먹을 수 없는 습관이 되었다. 타지에 여행이나 출장을 가는 일정이 있게 되면 새벽에 일어나는 한이 있어도 반드시 먼저 온천을 하고 떠난다. 

하루라도 자고 오게 될 때는 온천을 하지 못할 걱정부터 하는 나에게 친구들은 온천 중독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런 중독이라면 얼마나 건전하고 유익한 중독인가 하면서 변명을 하는 걸 보면, 나는 어느새 못 말리는 온천 중독자가 되었나 보다.

한상익
•푸른소나무 life plan consulting 대표
•재취업지원 컨설턴트
•한국생애설계사(CLP)/생애설계 전문강사 
•뉴질랜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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