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익 컨설턴트의 소소한 일상이야기9] 로터리 유감(有感)
[한상익 컨설턴트의 소소한 일상이야기9] 로터리 유감(有感)
  • 편집국
  • 승인 2021.03.02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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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적인 국민의 문화 수준에 대하여
한상익
푸른소나무 life plan consulting 대표
재취업지원 컨설턴트
한국생애설계사(CLP)

나는 매일 아침 온천욕 하러 O 호텔을 갈 때 정문으로 들어가지 않고 주로 후문을 이용한다. 후문에 있는 주차장에 차를 대면, 정문 쪽에 있는 주차장에 차를 댈 때보다 온천탕까지 가는 길이 조금 더 멀다. 

내가 굳이 조금 멀더라도 후문 주차장을 이용하는 이유는 일부러 걷기 운동을 하려 함이 아니다. 물론 그곳 주차장에는 지붕 덮개가 있어 눈이나 비 또는 뜨거운 여름 태양을 막기 위함도 있지만, 더 주된 이유는 정문 앞에 있는 로터리 이용을 피하기 위함이다.

내가 외국에서 살다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이곳 아산에 거주하기 시작했을 때는 호텔 정문 사거리에 신호등이 있었다. 신호등이 차량의 통행을 감지하여 융통성 있게 신호를 조절해주는 기능이 없었기 때문에 차량의 통행에 관계없이 일정하게 규칙적으로 신호가 바뀌어 사거리에서 오는 차들이 신호등에 따라 기다려야 했다. 따라서 그곳은 항상 정체 구간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신호등을 없애고 중앙에 흙을 쌓아 넓고 둥그렇게 조성을 하더니, 잔디도 심고 나무를 심어 로터리로 만들었다. 

로터리에서의 통행은 잘만 이용하면 물 흐르듯이 정체 없이 자연스럽게 통행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로터리에서의 통행은 반드시 규칙을 지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차가 서로 얽혀서 정체되거나, 추돌 사고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내가 살았던 뉴질랜드에는 시내 중심 도로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사거리에 신호등이 없이 ‘round-about’이라고 부르는 로터리 통행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뉴질랜드는 통행 방향이 우리나라와는 반대로 중앙선을 기준으로 좌측통행이다. 물론 운전석도 오른쪽에 있다. 

뉴질랜드에 간 지 얼마 되지 않아 round-about의 규칙을 잘 몰랐던 때였다. 오른쪽에서 차량이 연달아 오고 있어서 우리나라 병목 도로를 생각하고 슬금슬금 나가 끼어들기를 하려고 했는데, 회전하며 오는 차들이 비켜 주질 않아서(비켜 줄 수 없고 비켜 줘서도 안 된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음) 내 차가 도로를 막게 되는 바람에 로터리가 엉키고 막혀 진땀을 뺀 적이 있다. 

로터리에서 진입하려고 할 때는 회전하는 차들이 모두 지나갈 때까지 기다려줘야 한다는 규칙을 몰랐기 때문이다.

한국에서의 로터리 운행 규칙은 왼쪽에서 회전하여 오는 차량이나 직진 차량에게 우선권을 주고 먼저 지나가도록 기다려주는 것이다. 그걸 기다리지 못하고 병목 지점처럼 끼어들기를 하려고 하면, 내 차량이 왼쪽에서 오는 차를 막게 되어 차가 엉켜서 모든 차량의 흐름이 정체되게 된다. 

이때 또 하나 반드시 지켜줘야 하는 규칙은 방향지시등을 켜서 자신의 방향을 분명히 상대방에게 알려주는 일이다. 회전하는 차량이 오른쪽 방향지시등을 켜서 직진하며 빠져나가려고 한다는 것을 표시해 주면, 왼쪽에서 직진하려는 차량이 멈추게 되어 나는 로터리에 안심하고 진입할 수 있게 된다.

우리나라에 와서 새삼 깨닫게 된 것 중의 하나가 우리나라 운전사들이 방향지시등을 켜는 데 인색하다는 것이다. 특히 비보호 좌회전을 하려고 방향지시등을 켜고 기다리고 있을 때, 멀리 앞에서 오는 차량이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아 직진하는 줄 알고 기다리면 갑자기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들어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 

미리 오른쪽으로 들어간다고 방향지시등을 켜주면 상대방 차가 기다리지 않고 바로 들어갈 수 있어서 차량의 흐름이 훨씬 원활해질 수 있다. 방향지시등은 자신이 방향을 변경하고자 할 때 이용하라고 만든 것이고, 방향을 변경하고자 할 때는 방향지시등으로 표시를 해주는 것이 규칙이고 배려이다.

횡단보도에도 엄연한 규칙이 있다. 사람이 안전하게 건너도록 표시를 해둔 것이 횡단보도이다. 따라서 횡단보도에서는 차가 아니라 사람이 먼저가 되어야 한다.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 앞에 사람이 서 있으면, 서행하면서 멈추고 사람이 먼저 건너도록 해주어야 한다.

뉴질랜드에서는 이것을 아주 철저하게 지킨다. 사람이 횡단보도를 건너려고 기다리거나 횡단보도로 오면 차들은 멈추고 사람이 먼저 건너게 한다. 이 작은 규칙 준수가 얼마나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드는지 모른다.
 
나도 이것이 습관이 되어 한국에 돌아와 운전할 때마다 횡단보도에 사람이 서 있으면 대부분의 경우에 차를 멈추고 사람이 먼저 건너게 한다. 어떤 때는 차를 멈춰도 보행자가 건너지 않고 내 차를 먼저 보내려고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아마 횡단보도에서도 차들이 멈추지 않고 먼저 지나가는 것에 익숙해져서 차가 서주는 것이 오히려 어색했던 모양이다.

내가 매일 가는 호텔 정문에 있는 로터리를 이용하려 하지 않는 이유는 로터리가 조성된 지 몇 해가 지났고, 로터리 진입로에 ‘회전 차량 우선’이라는 주의를 붙여 놓았는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규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 종종 있어서, 이른 아침 온천욕으로 하루를 상쾌하게 시작하려는 마음에 불쾌감을 느끼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백범 김구 선생은 당신의 소원으로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고 했다. 우리의 부유함(富力)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면 되고, 우리의 강함(强力)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고,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라고 했는데, 이는 문화의 힘이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 나라의 문화의 힘은 단지 몇몇 문화 콘텐츠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보편적인 국민의 문화 수준이 높아져야 한다. 로터리에서나 횡단보도에서 사소한 규칙과 질서를 지키며 상대방을 배려하는 것도 국민의 문화 수준을 높이는 데 하나의 받침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한상익
•푸른소나무 life plan consulting 대표
•재취업지원 컨설턴트
•한국생애설계사(CLP)/생애설계 전문강사 
•뉴질랜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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