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이용 어려운 여성노동자 "목말라도 물 못먹어"
화장실 이용 어려운 여성노동자 "목말라도 물 못먹어"
  • 이윤희 기자
  • 승인 2021.03.05 09: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여성노동자 3명 중 1명이 화장실 때문에 음식물,수분 섭취 제한
이동·방문 여성 노동자, 화장실 이용 환경 열악
화장실 이용 불편으로 심리적·신체적 불편 호소
시설미비·휴게시간을 보장하지 않은 근무시간 등으로 인해 노동자들이 화장실 이용에 불편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설미비·휴게시간을 보장하지 않은 근무시간 등으로 인해 노동자들이 화장실 이용에 불편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웃소싱타임스 이윤희 기자] 여성 노동자 3명 중 1명이 화장실 이용이 어려워 음식물과 물 섭취를 스스로 제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규연 직업환경의학 전문의와 이나래 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는 4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여성 노동자 일터 내 화장실 이용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조사는 지난해 9~10월 민주총 산하 14개 산별노조 소속 여성노동자 889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조사에는 사무직, 건설직, 관리직 등 다양한 직종·직군에 종사하는 여성 노동자가 참여했다.

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 30.3%는 화장실 이용이 불편해 음식물 섭취를 제한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이보다 더 많은 36.9%는 화장실 때문에 수분 섭취를 제한한다고 답했다.

이들이 스스로 음식물과 물 섭취를 중단하게 된 까닭은 화장실 이용 자체가 불편하기 때문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와같은 결과는 일정한 공간에서 일하는 노동자보다 이동·방문 노동을 하는 경우에 더 크게 나타났다.

'화장실 이용에 불편을 겪고 있다'는 응답이 일정한 공간에서 근무하고 있는 노동자보다 이동하거나 방문 노동을 하는 노동자들에게서 더 높았던 것.

조사에 따르면 일정 공간에 근무하는 노동자들은 86.46%가 '원할 때 화장실을 사용하는 것이 대체로 가능하거나 조금의 불편함도 없이 가능'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업무 수행장소 1∼2분 거리 안에 화장실이 있다'는 응답도 86.92%로 집계돼, 화장실 이용이 대체로 자유로웠다.

그러나 이동, 방문 노동자의 상황은 달랐다. 조사결과 이들 노동자들은 57.76%가 '근무 중 원할 때 화장실을 사용하는 것이 대체로 불가능하다'고 답하며 절반 이상이 화장실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의 음식물 섭취 제한 경험은 74.5%에 달했으며 수분 섭취를 제한한 경험이 있다는 답변은 83.1%로 높게 집계됐다.

이동·방문 노동자의 화장실 이용이 어려운 이유로는 ▲사용 가능한 화장실이 너무 멀리 있어서 ▲사용 가능한 화장실을 찾기 어려워서 ▲화장실이 더럽거나 불편해서 등으로 나타나, 시설 미비에 대한 문제에 기인하고 있었다.

일터에 여성 노동자가 소수이다 보니 이들을 위한 화장실이 마련되지 않았거나, 근무시간 제도 상 노동자 휴게 시간을 보장하지 않아 업무 중 자투리 시간을 내야만 화장실 이용이 가능했다.

화장실 이용 불편은 육체적·정신적 후유증으로 이어졌다. 응답자의 48.3%는 화장실과 관련해 건강에 영향을 받는다고 밝혔으며, 58.9%는 심리적인 문제를 느꼈다고 답했다.

조사를 진행한 민주노총과 노동안전보건연구소는 “화장실 문제는 인간으로, 일하는 사람으로서 존엄의 문제이며 동시에 건강에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임에도 그간 주요 의제로 논의되지 못했다”며 “화장실이 편의시설 수준이 아니라 노동자의 건강권 측면에서 ‘안전보건’의 책무로서 고려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