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근 박사의 물류이야기] 사라지는 물류 교통 모빌리티의 경계 
[이상근 박사의 물류이야기] 사라지는 물류 교통 모빌리티의 경계 
  • 편집국
  • 승인 2021.04.05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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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에서도 모든 모빌리티(Mobility)가 상품 배달에 활용됐던 시절이 있었다
● 물류(화물)와 교통(여객)업종의 모빌리티 장벽은 급속히 허물어질 것이다
● 가까운 미래에 영업(사업)용과 자가용의 경계도 사라질 것이다
● 자율주행차는 화물차와 승용차의 경계, 자가용과 영업용의 경계가 필요치 않다.
이상근
산업경영공학박사
삼영물류(주) 대표이사

4차산업혁명이 몰고온 뉴노멀(New Normal)의 퍼팩트 스톰(Perfect Storm)은 사회도, 사람도, 기술도, 환경도 모두 다 바꾸고 있다. 특히 산업 간의 벽이 무너지고 있다.

우리가 산업을 구분하고 있는 자동차, 전자, 화학, 철강, IT, 건설, 패션, 가구 등 산업의 정의와 경계는 이미 오래전에 만들어진 것이다. 대부분 산업이 백 년도 넘게 이 정의를 통해 산업의 경계를 긋고 다른 산업이나 회사의 진입을 막으려 그 벽을 더욱 높이 쌓아왔다. 

하지만 지금도 과거의 산업 카테고리 내부 기업들 간에만 경쟁을 하겠다는 것은 인간, 디지털 기기와 물리적 환경의 융합에 의한 4차산업혁명의 뉴노멀 시대엔 넌센스(Nonsense)다.
 
4차산업혁명 시대에는 이미 급속히 산업간의 벽은 무너지고, 그 경계 또한 사라지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이 적극 접목되면서 인간세계와 현실세계 가상세계가 연결되고, 인간과 인간이, 사물과 사물이, 인간과 사물이 서로 연결되고 융합되고 있다. 가까운 미래에는 이들이 단순한 연결을 넘어, 합체되고, 융합되면 그 경계의 의미가 없어지고 벽은 허물어질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모든 모빌리티(Mobility)가 상품 배달에 활용됐던 시절이 있었다.
홈쇼핑, 인터넷 쇼핑과 택배가 일반화되기 전인 1990년대 초반까지는 명절 선물은 대부분 백화점의 직영 배달망을 통해서만 배달이 가능했다.

지금은 기업의 윤리경영 정착과 공직자의 김영란법 영향으로 명절 선물이 크게 줄었고, 백화점에서 인터넷, 모바일, 홈쇼핑 등으로 선물 구매가 분산되었으며, 평상시 쉽게 선물 구매가 가능해 명절의 선물 집중도가 떨어졌지만, 당시는 거의 대부분의 선물상품의 배달이 구정, 추석, 신정 등 명절 특수기에 백화점에 집중되었던 시절이었다.

롯데, 신세계, 미도파, 현대 등 대부분의 백화점은 행사기간의 매출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었고, 중저가의 생활용품보다 고가의 선물세트가 주종이었으니 가장 중요한 대목이었다.

제조기업 입장에서도 같은 기간 명절용 상품의 생산 후 보관시설과 선물세트의 포장, 보관, 거점 이동, 도매상 및 소매상 배달 등이 큰 과제였다.

1980년대말부터 1990년대까지 L백화점과 S백화점의 상품배송을 담당했던 삼영물류를 비롯한 물류회사와 백화점들도 명절 선물 행사 기간 한달 전부터 명절 당일까지 배달전쟁은 계속됐다.

평상시 일 처리물량의 20배를 상회하는 배달 물량이 집중되는 백화점의 명절선물 배송전쟁은 단 기간에 제조, 도ㆍ소매업체의 상품 이동과 판매 등 물류 수요가 급증과 맞물려 가정배달 인프라 확보가 가장 큰 문제였다.

백화점의 물류부서는 턱없이 부족한 배달차량, 기사, 배송보조원의 확보와 물류센터의 시설과 장비 확충, 매장의 분류와 작업인력 확보 등 모든 면에서 힘에 버거운 전쟁이었다.

배달업무가 가능한 모든 모빌리티를 확보해 가정배달에 투입했다.
명절에 가까이는 ①평상시 3배의 운임으로 개별용달차를 최대한 확보해야 했고, ②자가용 화물차량의 확보, ③개인택시 3부제의 휴무일인 개인택시의 확보, ④직원의 승용차를 통한 배달, ⑤퀵서비스 제휴, ⑥콜밴(Call Van)의 확보, ⑦중형 화물차량을 2인1조로 배송에 투입하는 등 가능한 모든 대책을 마련해 배달 전쟁을 치러냈다.

이미 와 있고, 앞으로 더 빠르게 다가올 4차산업혁명과 위드코로나(With Covid) 시대에는 물류와 교통, 모빌리티와 관련한 뉴노멀 이슈는 매우 광범위하고 파괴적인 것이 많다. 

물류와 교통 등 우리 생활과 밀접한 영역 전반의 경계는 어디 분야보다 급속히 없어질 것이다.

◆물류(화물)와 교통(여객)업종의 모빌리티 경계의 파괴가 급속히 이루어질 것이다.
승용차와 화물차의 구분이 점점 희미해질 것이다. 산업물류와 B2B, B2R(Retailer) 거래에 수반한 대량 물량의 이동에는 대형화물차의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B2C, P2P(Peer to Peer) 거래의 비중이 높아지는 뉴노멀 시대에는 소형화물차, 승용차, 오토바이, 자전거, 전동 킥보드, 배달로봇, 드론, PAV(Personal Air Vehicle), 자율주행차, 도보배달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은 온라인 상거래와 배달음식 수요를 급증시켜, 택배와 직매, 음식배달을 크게 증가시켰다. 이에 따른 업무량의 폭증과 기사의 배달업무 시간 증가, 배달시간을 맞추기 위한 격무와 무리한 운행으로 택배기사의 과로사와 오토바이 사고가 급증했다. 

앞으로도 배달 수요는 점점 증가할 것이다. 하지만 기존의 제도권내의 영업용 화물차량을 이용한 택배와 회사소유의 화물차량을 이용한 직배는 한계 수준에 이르렀다. 

따라서 제도권 밖의 새로운 라스트마일(Last mile) 배송수단인 자가용화물차, 승용차, 승합차, 오토바이, 자전거, 전동 퀵보드와 심지어 도보배달(Courier)까지 배송수단으로 편입될 것이다.

그간 철옹성의 장벽을 쌓고 있던 여객운송과 화물운송의 장벽은 허물어질 것이다.
승용차와 택시는 화물을, 오토바이와 콜밴은 사람을 이동시키는 등 모빌리티의 경계도 파괴될 것이다. 물류산업인 화물운송과 여객운송산업인 택시, 버스, 콜벤 오토바이 등 교통 업종의 모빌리티간의 경계의 파괴되어 택시에는 화물을 운송하고, 콜밴에는 승객을 운송하게 될 것이다. 

동남아의 그랩(Grab)이 사람과 화물을 동시에 운송하고, 일본의 택시회사와 버스회사에서 소화물을 운송하는 등 글로벌 경제에서는 이미 그 경계가 파괴되고 있다. 

‘택시의 택배배달에 투입’은 2018년 10월말 일본 택배업체 사가와큐빙(佐川急便)이 교토 지역의 택시회사인 야마시로야사카교통(山城ヤサカ交通)과 제휴를 통해 택시를 이용한 택배사업을 도입으로 재현되었다.

택배사업의 생산성 향상과 지역의 교통인프라 활성화를 노린 이번 시도는 지역 주민들은 물론 업계 관계자들에게도 매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택시 택배 서비스는 야마시로야사카교통 소속의 택시가 영업 마감 시간 이후 회차시에 배달할 물품을 인도받아, 이튿날 승객이 탑승하지 않은 한산한 낮 시간대에 집중적으로 물품을 배달하는 시스템이다.

택시라는 모빌리티를 여객·화물의 경계를 넘어 통합한 이 서비스는 일본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처음 시도된 것으로 만성적인 일손부족과 여객수요 급감으로 어려워진 일본운수업계에게 돌파구를 제시할 수 있을지 관심을 끌고 있다.

‘2인1조로 배송’은 쿠팡맨을 도와 2인 1조로 움직였던 쿠팡의 '워크맨 시스템'으로 재현됐다. 쿠팡은 늘어나는 배송물량과 쿠팡맨들의 가중된 배송부담을 줄이고 2인1조 시스템을 통해 업무 효율을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워크맨은 쿠팡맨과 동승하지만 운전은 하지 않고 배송만 담당하는 단기 아르바이트 성격을 띤다. 쿠팡은 2017년 8월 도입했던 워크맨 시스템을 2018년 11~12월경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객 운송 모빌리티인 고속버스, 시외버스, 철도, 항공 등을 상품 배달에 활용됐던 사례가 여럿 있다. 먼저, 1980년대 후반 주요도시의 ‘당일 배송서비스’가 있었다. 주요도시간 당일배송 서비스를 가능케 한 운송인프라는 고속버스, 시외버스, 기차 등 여객수송 수단이었다. 

특히 지역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매일 30분에서 길게는 2시간 간격으로 하루 수십 회 운행하고 화물칸을 갖춘 버스는 지방간 긴급배송에는 무척이나 좋은 인프라였다.

고속버스, 시외버스를 이용하면 웬만한 박스까지는 쉽게 지방으로 발송하고 도착지에서는 퀵서비스나 용달차량을 이용하여 문전 배달까지 가능하고 터미널에 일정 공간의 보관시설이 있어 물류 인프라로서 매우 좋은 역할을 담당했다.

초기단계 고속버스, 시외버스, 기차의 물류운송 활용은 개인이 터미널, 역에 직접 방문하여 발송과 수령, 운송의 절차를 수행했지만, 특송(택배)회사, 퀵서비스 회사는 이 서비스를 대행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여 사업화했다. 

당시 4대 특송(택배)회사인 삼영특송, 한국특송, 제트라인, 동서배송은 모두 전국‘당일배송서비스’ 상품을 갖고 있었다. 초기 단계 직원들의 용돈벌이 수준이었던 고속버스 화물운송은 ‘제로데이택배’ 상품으로 버스회사가 수익사업으로 직접 사업화 했다.

전세버스를 통한 직접 운송서비스도 있었다. 1990년말까지는 지방 중소도시의 시장 상인들은 전세버스로 상경해 동대문시장, 남대문시장, 평화시장, 광장시장, 청량리 시장 등에서 상품을 구매하고, 이를 전세버스에 직접 싣고 지방도시로 운송해 판매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현재는 온라인이나, 앱 등을 통해 상품을 확인하고 매입(사입) 대행사(인)을 통해 상품을 픽업하고, 전담 트럭을 이용해 운송된 상품을 지방에서 쉽게 받을 수 있는 대행업체 이용이 일반화되고 있다.

국제특송의 온보드 쿠리어 서비스 (OBC: Onboard Courier Service)도 여객운송 모빌리티(Mobility)가 상품 배달에 활용된 사례이다. 국제간의 운송에서 가장 빠른 운송은 승객이 직접 상품을 휴대하고 통관하는 동반수화물 통관 방법이다. 이를 활용한 특송 화물 운송 방법이 온보드 쿠리어 서비스다.

이 서비스는 특송업체가 직원들을 직접 투입하거나, 짐이 거의 없는 손님을 모집해 긴급을 요하는 상업서류 와 소화물을 목적지 공항까지 배달하는 시스템이다.

탑승객은 항공사로부터 항공료를 최고 75%까지 할인 받을 수 있고, 화물을 부치는 사람은 일반 항공화물보다 훨씬 빠르고 분실이나 파손의 위험도 적고 운임도 싸다는 장점을 활용해 여객수송용 항공기를 긴급 화물의 운송에 활용하는 서비스다.

4차산업혁명 도래와 코로나19로 인한 배달 물량의 급증은 전세계에서 유통업계의 배달 전쟁이 재현되면서 가정배달(택배)에 여객운송 모빌리티의 투입이 다시 한번 주목을 받고 있다.

◆영업(사업)용과 자가용의 경계도 사라질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교통체계는 버스, 택시, 영업용화물차 등 사업용(영업용) 차량은 노랑색 번호판을 부착하고 운행하고 있다. 비사업용(자가용) 차량은 흰색(전기차등 친환경차량은 하늘색) 번호판을 부착하고 운행한다. 하지만 퀵서비스 오토바이나, ‘직원의 승용차를 통한 배달’ ‘자가용 차량의 활용’ 등은 자가용 번호판을 달고 배달업무를 하고 있다. 

‘직원의 승용차를 통한 배달’은 2017년 7월부터 시작한 월마트의 직원 퇴근배송서비스로 재현되었다.
이 서비스는 아마존이 드론 배송 등 첨단 기술을 이용하는 데 맞서 월마트의 장점인 인력과 매장 인프라로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월마트는 미국 전역에 4만7000여 개 매장을 운영하며 100만 명이 넘는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미국 전체 인구의 90%가 월마트 매장에서 10마일(16㎞) 내에 거주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월마트가 온라인 주문 상품을 당일 오후 퇴근하는 직원이 직접 배송하는 서비스이다.

‘자가용 차량의 활용’은 아마존의 일반인 배달서비스인 ‘아마존플랙스’를 비롯해 우리나라의 쿠팡 플랙스, 배민 커넥트, 쏘카 핸들러 등이 배달시장에 대거 들어오면서 가까운 미래엔 자가용과 영업용의 경계가 무의미해질 것이다. 쿠팡플렉스 등은 지원자(flexer)가 자신의 스케줄에 따라 원하는 날짜를 근무일로 선택해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긱경제(Gig Economy)’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아직은 현행 법상 자가용 화물자동차의 소유자나 사용자가 자가용 화물자동차를 유상으로 화물운송용으로 제공, 임대할 경우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제56조, 제67조(벌칙)에 의거 처벌받을 수 있다.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제56조(자가용 화물자동차의 소유자 또는 사용자는 자가용 화물자동차를 유상으로 화물 운송용으로 제공하거나 임대하여서 아니된다) 및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제67조(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국토교통부 장관의 허가를 받지 아니하거나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허가를 받고 화물자동차 운송 사업을 경영한 자)에 해당될 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가까운 미래에 자가용과 영업용의 경계는 분명 사라질 것이다. 
운송사업의 진입규제는 철폐되는 것이 세계적 추세이다. 그립이나 우버 등이 자가용으로 택시나 화물운송 영업을 대신하려는 시도는 우리나라를 제외하곤 글로벌 대세이다. 아마존은 플랙스를 통해 자가용 승용차로 화물운송을 이미 정착시켰고, 쿠팡도 자가용승용차를 통한 배송에 일반인을 끌어 들이고 있다. 

◆자율주행차는 화물차와 승용차의 경계, 자가용과 영업용의 경계가 필요치 않다.
운전자가 필요없는 자율주행차 시대에는 택시회사나 기사의 기득권 보호는 이슈가 되지 않는다.
공유경제의 기본원리인 유휴자산의 활용측면에서 보면 모든 모빌리티는 사람과 화물운송이라는 경계는 가까운 미래에 붕괴될 것이다.  

택시, 승용차, 지하철, 자전거, 오토바이, 버스, 선박, 항공기, 제트팩(Jet Pack) 등 여객수송용 모빌리티와 화물차, 화물열차, 콜벤, 드론 등 화물 수송용 모빌리티의 경계는 급속하게 무너지고 기능은 통합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가까운 미래에 등장할 자율주행차는 화물차, 선박, 항공기내에서 맞춤형 생산을 가능하게 하면서, 모빌리티가 생산, 유통, 물류의 통합 기능을 수행할 날도 멀지 않았다.

승용차와 화물차의 경계, 사업(영업)용과 비사업(자가)용의 철옹성 같은 벽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일반 시민의 니즈와 시장의 흐름을 언제까지 막을 수 있을지는 시간의 문제이다. 

이상근(ceo@sylogis.co.kr)
-산업경영공학박사 
-삼영물류(주) 대표이사(현)
-국토교통부  '국가물류정책위원회 정책분과위원'(현)
-국토교통부 규제심사위원  (현)
-인천지역 인적자원개발위원회 위원(물류분과위원장) (현)
-대한상공회의소 물류위원회 부위원장(겸 실무위원장) (현)
-국립 인천대학교 전문교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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