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에 성희롱까지...위험천만 가구방문 노동자 근무 실태
폭행에 성희롱까지...위험천만 가구방문 노동자 근무 실태
  • 이윤희 기자
  • 승인 2021.04.09 09: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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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가구방문 노동자 인권상황 실태조사’ 발표
가스안전점검원·요양보호사 4명 중 1명 신체폭력 당해
망치 위협에 성기 노출까지..응답자 41% "극단적 선택 고민"
가구방문 노동자 다수가 성희롱이나 폭행 등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구방문 노동자 다수가 성희롱이나 폭행 등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웃소싱타임스 이윤희 기자] 가스안전점검원이나 요양보호사 등 개인의 가구로 직접 방문해 업무를 수행해야하는 가구방문 노동자 대다수가 폭행과 성희롱 등에 쉽게 노출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다수가 극단적인 선택을 생각해본적이 있는 등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어 이에 대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4월부터 10월까지 가구방문 노동자 796명을 대상으로 한 '가구방문 노동자 인권상황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에 참여한 직종은 ▲통신설치·수리기사 ▲가스안전점검원 ▲상수도 계량기검침원 ▲재가요양보호사 ▲방문간호사 ▲다문화가족 방문교육지도사 ▲통합사례관리사 등이다.

조사에 따르면 고객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은 적이 있는 근로자 수는 무려 74.2%로 나타났다. 근로자 다수가 갑질, 성희롱, 폭행 등을 경험한 것.

고객의 부당한 대우에 대한 유형은 괴롭힘 목적의 늦은 전화(48.8%)가 가장 많았고, 밤늦은 시간에 업무 수행 요구(47.2%), 사업주 또는 직장에 부당한 민원 제기(43.4%) 등 다양하게 나타났다.

가구방문 노동자 5명 중 1명은 고객으로부터 성희롱을 당한 경험이 있었다. 노동자가 집 안에서 업무를 수행한다는 점을 노려 악의적인 행동을 일삼은 이들이 있던 것. 심지어 성폭행을 당했다는 근로자도 2%를 차지했다.

한 가스안전점검원은 "성기를 내놓고 있거나 팬티만 입고 있는 경우가 있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들은 폭행에도 무방비하게 노출돼 있었다. 응답자 25.9%가 신체적인 폭력을 직접 경험한 바 있었으며, 통신설치기사는 술에 만취한 고객으로부터 망치로 위협과 폭행을 받은 경험을 털어놓기도 했다.

이밖에도 가구방문 노동자에게 육아나 청소 등 자신들의 일을 요구하거나, 생활용품을 사비로 지출하라는 등 부당한 요구들이 이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응답자의 48%는 지난 1년간 업무를 수행하던 중 상해 등 산업재해를 경험한 것으로 확인됐다. 산업재해를 겪은 이들 61%는 본인 스스로 치료비용을 부담해야했다.

더욱 안타까운 현실은 이들이 고객뿐 아니라 회사로부터도 제대로 된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었다. 응답자 중 65.1%는 회사로부터도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답한 것.

유형별로는 고객의 명백한 잘못을 노동자에게 전가하거나(43.8%), 기상악화 등의 상황에도 업무 수행을 요구(43.4%)한 행위가 다수 차지했다. 이외 위험한 장소에서 업무를 수행하도록 요구(39.1%)하거나 부당 민원에 오히려 불이익 처우(36.6%)를 한 사례도 있었다.

조사결과 응답자의 41%는 극단적인 선택을 고민해본 적이 있는 것으로 답했으며, 최근 1년간 그와 같은 감정을 느낀 근로자도 20.3%에 달했다. 이들 응답자 22.4%는 상담이나 치료가 필요한 우울증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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