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근 박사의 물류이야기] 새로운 전염병 시대와 공급망 상시관리
[이상근 박사의 물류이야기] 새로운 전염병 시대와 공급망 상시관리
  • 편집국
  • 승인 2021.04.19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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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상 가장 많은 인명을 앗아간 전염병은 ‘결핵’ 
● 20세기 후반부터 신종 전염병이 속속 출현하고 그 빈도 또한 잦아짐
● 코로나19는 생산, 공급과 소비의 공급망(사슬)에 동시에 타격을 입힌 큰 재난
● 글로벌 경제하에서 위기 대응을 위한 공급망 리스크 관리는 선택이 아닌 필수 
이상근
산업경영공학박사
삼영물류(주) 대표이사

중국이 후베이성 우한을 중심으로 정체불명의 폐렴이 발병했다고 세계보건기구(WHO)에 보고한 것은 2019년 12월 31일이다. 코로나19(COVID-19) 현황 실시간 통계 사이트 월드오미터(Worldometers)에 따르면 473일이 지난 4월 17일 15시를 기준하여 전세계 총 감염자는 누적 140,648,657명이다.

코로나19는 전세계 220개국에 확진자가 발생했다. 올해 들어 다소 수그러들고 있는 모습을 보였지만, 신규 확진자는 여전히 전날 같은 시간때를 기준하여 578,233명 증가했으며, 총 사망자도 전날에만 9,246명이 늘어나 누적 3,014,678명으로 치명률도 2.14%로 나타났다.

월드오미터 따르면 세계 최다 감염국인 미국은 하루사이 76,944 명이 늘어 총 누적 32,305,912명(전세계, 전체 23.3%)차지로 집계되었다. 17일 현재 미국의 코로나19 누적 사망자만 903명이 늘어나 누적 579,942명(전체 19.5%)를 차지했다

세계보건기구(WHO) 거브러여수스(Ghebreyesus) 사무총장은 16일 코로나19의 확산속도가 가파르다며 ‘우려’의 뜻을 밝혔다. WHO 사무총장은 지난 두달간 확산속도가 "팬데믹 시작 이후 가장 높았던 감염률에 근접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파푸아뉴기니 등 그간 코로나19 확산을 피할 수 있었던 지역에서도 최근 들어 많은 신규 확진자가 보고되고 있다며 우려했다. 그는 "우리는 계속해서 팬데믹의 발전 상황을 평가하고 그에 따라 우리의 권고 사항을 조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역사상 가장 많은 인명을 앗아간 전염병은 ‘결핵’ 이다. 
결핵으로 죽은 사람은 지난 200년 동안만 약 10억 명에 이른다. 결핵은 또한 20세기 주요 사망원인 중 1~2위를 다투는 주요 질환 중 하나였다. 20세기 초반에는 유럽에서 7명 중 1명이 폐결핵으로 사망했다고 하니 실로 무서운 병이 아닐 수 없었다. 

결핵은 현재에도 전 세계 많은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전문가들은 세계 인구 중 3분의 1이 결핵균에 감염되었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현재까지도 전 세계적으로 매년 800만 명의 새로운 환자가 발생하며, 연간 100만 명 이상의 사망자를 발생시킨다고 한다.

반면 페스트가 가장 공포스러운 전염병으로 역사에 기록된 것은 짧은 기간에 막대한 사망자를 냈기 때문이다. 발생 5년 만에(1347~1352) 1,800만 명 정도가 사망했는데 이는 당시 유럽 인구의 3분의 1 내지 4분의 1에 해당하는 숫자였다. 영국에서는 인구의 40~50퍼센트가 사망하였으며, 중국에서는 인구의 3분의 1 정도인 3,500만 명이 사망했다. 또한 노르망디 지역에서는 인구의 70퍼센트 정도 감소했다는 기록이 있다.

사회구조적으로 가장 큰 변화를 몰고 온 질병도 페스트였다. 페스트로 수많은 사람들이 사망하면서 살아남은 자들은 사회적, 경제적 상황이 호전되는 이점을 누렸다. 모든 분야에서 노동력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식량 부족을 걱정할 필요도 없어졌다. 

페스트가 번지기 전까지 만하더라도 유럽 대부분 지역은 기근과 빈곤에 시달렸다. 하지만 1352년 이후 인구수가 급감하면서 살아남은 이들은 이제 제한된 자원을 보다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하면서 사회가 발전하기 시작했다. 

천연두로 20세기에만 약 3억 명이, 역사적으로는 5억 명이 사망했다고 추정된다. 유럽에서만 18세기 이전까지 매년 40만 명 이상, 18세기에 유럽에서는 천연두로 25년 동안 약 1,500만 명이 사망했다. 특히 아동은 감염될 경우 80퍼센트가 사망했다. 

16세기 유럽인들이 신대륙에 유입되면서, 천연두 바이러스가 아스테카 왕국과 잉카 왕국을 비롯한 신대륙 원주민들에게 퍼졌고, 이에 대한 면역 체계가 없었던 원주민들은 천연두에 걸려 인구의 30퍼센트가 사망했다. 그 결과 유럽인들은 매우 손쉽게 신대륙을 차지할 수 있었다.

19세기 콜레라로 인도에서만 1,500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19세기 유럽의 경우, 독일의 대도시에서는 주민의 1퍼센트 정도가 사망했고, 프랑스에서는 약 1만 8,000명이, 영국에서는 2만여 명이 희생되었다. 

1854년 존 스노우가 콜레라가 수인성 질병임을 밝혀내면서 깨끗한 물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많은 도시에서 공중위생 환경이 개선되었다. 운하를 정비하고, 깨끗한 식수 공급을 위해 노력했으며, 식수와 하수를 철저히 구분한 것이었다.

1918~1920 발생한 스페인독감으로 전 세계 약 5억 명이 감염되었고 적게는 2,500만에서 많게는 1억 명까지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당시 세계 인구의 약 5퍼센트에 해당되는 수치다. 

스페인 독감의 유행으로 예방접종과 의료기관 종사자의 안전이 중요하다는 점이 부각되었다. 스페인 독감 확산 초기에 의료종사자가 많이 감염되면서 병원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희생자가 늘었기 때문이다. 

1980년대 말까지 에이즈는 10만 명이 발병했고 그 중 대부분이 면역결핍증으로 사망했다. 현재까지 약 3,900만 명이 에이즈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공식적으로 최근 100년간 유행한 전염병 중 가장 많은 사망자 수다. 2017년 한 해 동안 에이즈와 관련된 질병(폐렴을 비롯한 감염성 질환들)으로 사망한 이는 94만 명에 달한다. (“질병이 바꾼 세계의 역사”, 로날트 D. 게르슈테)

◆20세기 후반부터는 신종 전염병이 속속 출현하고 그 빈도 또한 잦아지고 있다.
에볼라출혈열, 후천성면역결핍증후군(AIDS), 중증급성호흡기증(SARS),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등에 이어 요즘은 코로나-19가 급속히 퍼지고 있다. 

현대사회는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여 감염의 위험이 커졌고, 항공산업의 발달로 많은 사람들이 빠르게 이동하는 것이 가능해져 확산의 위험이 증대되었다. 

또한 공장식 밀집 축산으로 병원체 변이의 위험, 그리고 무분별한 개발로 미지 병원체 접촉의 위험, 지구 온난화로 인한 병원체 폭증의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국가 간의 갈등이 커져가면서 전쟁, 내전, 분쟁 등의 충돌이 끊이지 않아 기본적인 위생과 방역 체계가 붕괴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천명했듯이 바야흐로 ‘전염병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2015년, 한국의 메르스 유행 때의 총체적 난국을 떠올려보면 쉽게 수긍할 수 있을 것이다. 

페스트, 콜레라, 유행성 독감(인플루엔자) 같은 범 유행성 질병은 그 시작과 진행과정이 상당히 유사하게 진행된다. 최초의 발병자가 있고, 이후 교통수단을 통해 점점 더 넓은 지역으로 퍼져 나간다. 역사의 발전과 더불어 교통수단 또한 발전하면서 전염병의 전파 속도는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진다.

과거에나 지금이나 치명적인 범 유행병이 퍼지면 각국은 국경을 봉쇄하여 유행병의 감염을 막으려 노력하지만 질병은 어떻게든 바리케이트를 뚫고 들어와 1차 감염자를 만들고, 백신과 치료약이 만들어질 때까지 인류를 괴롭히며 역사를 바꾸어 나간다.

◆코로나19는 생산, 공급과 소비의 공급망(사슬)에 동시에 타격을 입힌 큰 재난이다.
코로나19는 우리 생활에는 심각한 위협을 초래하고 경제에도 큰 혼란과 타격을 주는 재난이다.
자연재해, 전쟁과 테러, 공급사 파산, 노동쟁의 등 재난(Disruptions)은 부품 흐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공급망 리스크를 가중시키면서 글로벌 공급망에도 큰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의 첫번째 변화는 원·부자재의 글로벌 집중생산과 싱글소싱을 통한 공급망관리에서 멀티소싱의 ‘탄력적 공급망관리’ 로 급속히 재편될 것이다.

코로나19는 기존의 정설이었던 재고 최소화와 2차와 1차 협력업체를 거쳐 최종 조립 공정에 이르기까지 낭비 없이 완벽히 동기화한 글로벌 공급망 관리(Global SCM)와 재고를 최소화하는 적기 생산체계(JIT)의 공급망 리스크를 되짚어 보고 위기관리시스템 구축 필요성의 큰 교훈을 주었다. 

코로나19 이후, 두번째 변화는 글로벌 기업은 공급체인의 안정을 위해 안전재고 확보와 조달·판매 물류망을 동시에 고려한 물류네트워크 재배치 작업에 돌입했다. 공급망은 안전 재고와 대체 공급처를 확보해 리스크 방지와 병목이 생기지 않도록 안정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세번째 변화는, 무인 스마트공장은 감염병으로 인한 공장 셧다운을 해결하는 최고의 방책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최저임금 역대 최대 상승률을 기록한 우리나라를 비롯, 전 세계적으로 인건비 상승세가 대세다. 반면 회사 입장에선 노동생산성이 같은 비율로 오르지 못한다고 판단, 사람보다 훨씬 안정적이고 생산성이 높은 무인화로 대체하려는 추세였다. 코로나19는 이 흐름의 기폭제가 될 것이다.

◆글로벌 경제하에서 위기 대응을 위한 공급망 리스크 관리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기업은 수많은 크고 작은 위험에 노출돼 있고, 위험에 처할 때마다 어떻게 대응할지를 고민해서는 이미 늦다. 따라서 기업을 너머 국가 차원에서 자국의 산업보호를 위해 다음과 같은 대응책 수립과 점검이 필요하다.

먼저, ‘탄력적 공급망 설계(Designing Resilient Supply Chains)’가 필요하다. 
이는 공급망 한 곳에서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즉시 대체할 수 있도록 다각화되고, 해당 부품이 없어도 생산할 수 있도록 제품 재설계 역량 등을 갖추고, 부족한 물량을 많이 확보할 수 있는 대응 체계를 갖춘 ‘탄력적 공급망 설계’가 필요하다. 

둘째, 공급사슬내 위험을 인식하고 우선순위를 파악할 수 있도록 주기적인 스트레스 시험(stress test)이 필요하다. 
주기적으로 공급사슬내 핵심적인 공급업체와 고객, 공장, 유통 및 물류센터를 파악하고, 부품, 공정재고, 완제품 재고에 대하여 위치와 물량을 파악이 필요하다. 

셋째, BCP(Business Continuity Plan)도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BCP는 재난이 발생해도 기업의 비즈니스 연속성을 유지하기 위한 방법론이다. 재해·재난으로 정상적인 운용이 어려운 핵심 업무기능을 지속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기업 가치를 최대화하는 조치를 의미한다

우리가 지금 직면하고 있는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와의 전쟁은 단발적으로 끝날 사안은 아니다. 코로나19 이후에도 계속해서 새로운 코로나와 재난들이 우리의 생활과 공급사슬, 가치사슬과 산업 전반을 위협할 것이다.

지금의 위드(With)코로나19 시대를 지나 앞으로 올 포스트(Post) 코로나19 시대와 또다른 코로나와 같이 가야하는 위드 코로나 시대를 맞이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도 계속될 전염병과의 전쟁에서는 지도자의 리더십, 의료계의 빠른 대응, 정부의 적절한 대처, 언론의 정확한 정보전달의 역할이 승패를 좌우할 만큼 막중하다. 

하지만 국민 개개인의 생각과 행동도 그것들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시민, 정부당국, 의료계와 언론 등이 공공의 가치를 위해 서로 협력했을 때 최상의 결과가 도출된다. 이러한 협력의 기반에는 의약, 방역, 생필품 등의 원활한 공급망 확보를 통한 사회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따라서 코로나19 이후에 계속될 새로운 바이러스와의 전쟁에 상시 대비할 필요가 있다.
이는 국가차원에서 공급망 단절과 붕괴 대책 수립과 이를 주기적으로 검증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공급망 리스크가 발생했을 경우 새로운 공급망으로 대체, 우회. 복구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상근(ceo@sylogis.co.kr)
-산업경영공학박사 
-삼영물류(주) 대표이사(현)
-국토교통부  '국가물류정책위원회 정책분과위원'(현)
-국토교통부 규제심사위원  (현)
-인천지역 인적자원개발위원회 위원(물류분과위원장) (현)
-대한상공회의소 물류위원회 부위원장(겸 실무위원장) (현)
-국립 인천대학교 전문교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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