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익 컨설턴트의 소소한 일상이야기18] 인생사 새옹지마(塞翁之馬)
[한상익 컨설턴트의 소소한 일상이야기18] 인생사 새옹지마(塞翁之馬)
  • 편집국
  • 승인 2021.05.04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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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양성판정 확진자 경험기
한상익
푸른소나무 life plan consulting 대표
재취업지원 컨설턴트
한국생애설계사(CLP)

새옹지마(塞翁之馬)란 고사성어가 있다.
변방에 사는 늙은이의 말이라는 한자어로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변방 사는 노인이 말을 잃어버려 속상할 수도 있지만 잃어버린 말이 암말을 끌고 와서 좋은 일이 되고, 그 말을 타다 아들이 떨어져 다리가 부러지게 되어 불행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어다. 

그러나 그 덕분에 전쟁터에 끌려가지 않아서 무사할 수 있었다는 유래로, 세상일은 알 수가 없어 좋은 일이 있으면 나쁜 일이 생길 수도 있고, 또 나쁜 일이 있으면 좋은 일이 있을 수도 있으니 매사에 일희일비하지 말라는 뜻으로, ‘세상만사가 새옹지마’라는 말을 쓴다.

내가 이 말을 쓰게 될 줄은 몰랐다. 그것도 이렇게 금세. 지난주 방송 출연 소식을 들은 가족, 친구들이 칭찬과 응원의 말을 많이 해주었다. 이때 변방 늙은이처럼 또 다른 예측도 하면서 겸허했어야 했는데, 그 기쁨을 즐기다 보니 너무 빠르게 불운이 따라왔다.   

며칠 전부터 감기 기운이 있다고 기침을 심하게 하시는 장인어른이 종합병원에서 엑스레이를 찍으러 갔다가 코로나 검진을 하고 오셨다. 발열도 없고 식사도 잘하시고 일반적인 코로나 증상이 없으셔서 당연히 감기라고 생각했는데, 그날 늦은 밤에 코로나 양성이라고 연락이 왔다. 

다음 날 입원을 하셔야 하고, 가족들 모두 의무적으로 코로나 검진을 받아야 하며, 이 시간부터 집에서도 마스크를 끼고 거리 두기를 하라고 한다. 말로만 듣고 뉴스에서 보던 코로나 사태가 우리 집에서 실제 상황으로 벌어진 것이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아내와 장모님을 모시고 코로나 검진을 받으러 갔다. 주말이었지만 우리 말고도 검진을 받으러 온 사람이 여럿 있다. 모두 얼굴이 침통하다. 걱정과 염려로 마음이 우울한데, 설상가상으로 비까지 주룩주룩 내려 더 심란해진다.

가족 모두 2주간 자가 격리를 해야 한다고 통보가 왔다. 방과 화장실도 따로 써야 하고, 밥도 따로 먹어야 한단다. 집 안에서도 항상 마스크를 끼고 있어야 하며, 집 밖으로는 쓰레기 버리러 가도 안 된다고 하며, 위반시 벌금 또는 징역에 처한다는 경고도 덧붙인다.

아버님은 천안 의료원으로 배정을 받았다. 가족이 동반하게 되면, 퇴원 후 따로 2주 자가 격리를 해야 한다고 해서 아버님만 응급차에 태워 보내드리면서 마음이 편치가 않다. 

남은 가족 중에 또 누가 확진 판정을 받을지 걱정과 두려움이 온종일 떠나질 않는다. 
다음 날, 오전 중에 결과를 알려준다고 했는데, 9시가 되어도 아무 연락이 없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자위하며 기다리는 나와는 다르게 아내는 몸이 달아 전화를 해서 확인을 한다.

잠시 후 아내는 음성이라는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나와 어머님 결과는 아직이다. 혹시나 하는 생각이 스치는 순간, 어머님 전화벨이 울린다. 

전화를 받는 아내의 표정이 점점 굳어진다. 양성인 것 같다. 어머님은 아버님과 늘 함께 식사하시고 찌개나 물김치도 함께 드셨으니, 가능성이 높을 것 같아 우려했는데, 그 우려가 현실이 됐다. 아내의 당황하는 모습을 보고 있는데 내 전화벨이 울린다. 

모르는 전화번호지만 지역 번호가 이곳인 걸 보니 왠지 예감이 좋지 않다. 음성이면 문자로 보낼 텐데 하는 두려운 마음에 받아 보니 역시 불길한 예감은 틀리지를 않는다. 나도 양성이란다. 남 얘기로만 생각했던 일이 나에게도 생긴 것이다.

엎친 데 겹친다고 아침에 아버님께서 입원해 계신 천안 의료원 의사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버님이 폐렴 수치가 높다고 한다. 신장 질환이 있어 약을 강한 것을 쓸 수가 없다고 하면서 일단 두고 보는데, 가족들에게 상황을 알려주는 것이 좋다고 한다. 

전화를 받은 아내가 벌써 울먹인다.  나와 어머니까지 입원을 하게 되면 혼자만 남게 되니 더 걱정되는 모양이다. 혹시라도 안 좋은 일이 생기면 자기도 자가 격리 중이고 우리도 입원해 있으니 어떻게 조치를 취할 수 있겠는가. 

아내의 입장이 십분 이해가 되지만 나도 어떻게 도울 수가 없어 안타깝기만 하다. 코로나로 인해 일순간 가족의 일상이 깨졌다. 

양성 판정을 받으니 보건소에서 안내 전화가 빗발친다. 아직 증상이 없다고 하니 목요일부터 역학 관계를 조사한다. 정말 다행이다. 월요일에 대면 강의를 오랜만에 했는데, 요청해준 협회에 민폐를 끼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수요일에는 기타와 중국어 교습이 있었는데, 만약 그날까지 역학조사에 들어갔다면 수강생 모두 진단 또는 자가 격리를 해야 할텐데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어머님과 나는 함께 홍성 의료원으로 배정받았다. 오후 4시까지 입소하기 위해 2시 반쯤 데리러 올 테니까 준비하고 있으라고 하면서 준비물 목록을 보내줬다. 

며칠 전 먼저 입원하신 아버님 말씀에 병실에 TV도 없어, 너무 심심하다고 하시는 말씀이 떠올라,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노트북과 책도 몇 권 고르고, 옷을 챙기니 짐이 늘어났다. 

아내가 안 올 사람처럼 뭘 그리 많이 싸가느냐고 하는 말속에 슬픔이 묻어있다. 그 말속의 의미를 알기에 안쓰럽고 미안한 마음이 든다.

평소에 점심을 시리얼로 때우는데 오늘은 아내가 끓여주는 떡만두국을 먹기로 했다. 병원 음식이 입맛에 맞을지도 모르겠고, 코로나 증상으로 입맛도 없어지고 미각, 후각도 없어진다고 하니, 먹을 수 있을 때 먹어두자는 심산이다. 

떡만두국에 평소와 다르게 만두가 네 개나 들어있다. 말은 안 해도 든든하게 먹고 가라는 아내의 배려심을 느낄 수가 있어 마음이 뭉클해진다. 너무 양이 많았지만, 아내의 마음을 헤아려 모두 먹었다.

2시 반쯤에 온다는 응급차는 3시가 다 되어 왔다. 아파트 단지에 응급차와 방염복을 입은 사람이 들어와 있는 게 다른 사람들에게 불안감을 줄 것 같아, 얼른 차에 오른다. 

차에는 어린 학생이 먼저 타고 있었다. 교회에서 모임을 했었는데, 목사님이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아서 교인들이 모두 검진을 했는데, 자기가 걸렸단다. 대면 예배를 보는 것이 마음에 내키지 않았지만 열성적인 부모의 강권에 못 이겨 예배에 참석했는데, 교회에 억지로 간 자기만 걸렸다고 억울해한다.

한 시간 가까이 이동하여 홍성 의료원에 도착하니, 학생은 다른 병동으로 먼저 내리게 한다. 빨리 완쾌하고 퇴원하라는 덕담을 주고받았다. 진정한 동병상련이다.

한 블록을 지나 다른 병동에 도착하니, 남자 간호사가 휠체어를 가지고 왔다. 연세가 많으신 확진자라고 해서 걷기가 불편하실까 봐 준비했다고 한다. 배려해주는 마음이 고맙다. 그리고 혹시 나와 어머님이 같은 병실을 사용해도 괜찮겠는지 묻는다. 

그렇지 않아도 어머님 혼자 다른 병실에 두는 게 마음이 편치 않았는데 정말 고마운 제안이다. 당연히 괜찮다고 했고, 어머님도 크게 안도하는 눈치다. 

원래 4인용 병실인데, 침대 하나를 빼고 음압기가 설치되어 있다. 병실에 TV가 있어 어머님이 심심하지 않을 것 같아 다행이다. 음압기의 기계 소음이 너무 커서 밤에 걱정이라고 하니, 모두 첫날만 불편해하고 그다음부터는 잘 주무신다고 하니 일단 믿어보기로 했다.

혈압과 맥박, 체온 그리고 산소포화도를 측정하는 기계를 갖고 아침, 점심, 저녁 세 번씩 매일 측정을 하고 전화로 알려 달라고 한다. 기계 작동을 배우면서 내가 어머님과 함께 방을 써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다시 들었다. 

5시가 조금 넘으니 저녁밥이라고 도시락을 갖다준다. 1식 5 찬에 국까지 나름 먹을 만했다, 밥도 많이 나와서 어머님이 덜어 주신다. 이대로 매일 세 끼를 먹게 되면 확진자에서 ‘확 찐 자’로 바뀌어 퇴원하게 될 것 같다. 

나에게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하며 불평하는 마음도 들었지만, 2주간 세상과 격리되어 나만의 시간을 갖고 재충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으니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에둘러 자위해본다.

역시 인생 만사는 새옹지마이다.

한상익(myhappylifeplan@gmail.com)
•푸른소나무 life plan consulting 대표
•재취업지원 컨설턴트
•한국생애설계사(CLP)/생애설계 전문강사 
•뉴질랜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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