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길의 CEO칼럼] 발명의 날 단상(斷想)
[전대길의 CEO칼럼] 발명의 날 단상(斷想)
  • 편집국
  • 승인 2021.05.18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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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대   길
(주)동양EMS 대표이사, 수필가 
국제PEN한국본부 이사 

해마다 5월19일은 ‘발명의 날’이다. 조선시대 세종 23년(1441년) 양력 5월19일에서 연유(緣由)한다. 강우량을 측정하는 우량계(雨量計)인 측우기(測雨器)가 1441년 5월19에 완성되었다. 

B.C 500년, 고대 그리스에서 최초로 등장한 이와 비슷한 도구가 있었다, 그러나 조선 측우기의 특이한 점은 단순히 도구 자체가 아닌 세계 최초로 국가 단위의 표준화된 기상측정 기구였다는 점이다.                     

<공주 감영의 ‘금영측우기(錦營測雨器)’>
<공주 감영의 ‘금영측우기(錦營測雨器)’>

이는 16세기 이탈리아보다 무려 200여 년이나 앞선다. 가장 유명하고 또 지금까지 유일하게 남아있는 것은 1837년에 충청도 공주(公州) 감영(監營)에 설치된 ‘금영측우기(錦營測雨器)’이다. 

이 측우기를 1915년 일본인 기상학자 와다 유지가 일본으로 반출했다. 그는 조선 측우기가 세계 최초의 규격화된 우량계라는 논문을 발표하여 세계에 조선 측우기를 알렸다.

“지난 2천 년 동안 가장 위대한 발명품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과학 저술가, ‘더글러스 러시코프 교수’가 “고무지우개, 컴퓨터의 Backspace Key, 수정용 White”라고 응답했다. 

“인간의 실수를 수정하는 모든 것들이 가장 위대한 발명품이다. 만약 지우고 다시 시작할 수 없었다면 과학은 물론 정부나 문화, 도덕 역시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NASA에서 우주선에서 쓰는 필기구와 안전에 관한 비화(秘話)다.  
영화 <세 얼간이>에서 명문대학교 학장이 자신이 가장 아끼는 펜에 대해서 설명했다. 그 펜은 바로 우주에서 쓸 수 있는 펜이었다. 일반 펜은 중력이 없는 우주에서 잉크가 나오지 않지만 특수 기술로 만든 스페이스 펜은 우주에서도 잉크가 잘 나온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한 학생이 “그럼 그냥 연필을 쓰면 되지 않나요?" 라고 장난스럽게 물었다. 

그렇다면 ‘우주 펜(宇宙 PEN)’은 불필요한 발명품이었을까? 아니다. 우주에선 연필을 쓸 수가 없다. 무중력 상태에서 연필심이 부러지면 연필심 가루가 우주선 기계장비 속으로 날려 들어가서 우주선 고장을 낼 수 있으며 우주선 조종사들의 호흡기 질병을 일으키는 중대 사고를 낼 수 있다.
  
실제로 1967년에 아폴로 1호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나중에 밝혀진 화재 원인은 연필심 때문이었다. 공기 중에 떠다니는 흑연이 산소와 만나 발화한 것이다. NASA는 이 사고를 계기로 우주에서 쓸 수 있는 펜이 필요함을 깨달았다. 

그 당시 ‘폴 피셔’가 만든 펜 AG7(브랜드명)은 젤(Gel) 상태의 잉크를 액체로 변화시키는 원리였기 때문에 물속에서나 우주에서도 필기를 할 수 있었다.

  <피셔 스페이스 펜, 무중력 펜, 우주 펜...> 
  <피셔 스페이스 펜, 무중력 펜, 우주 펜...> 

NASA는 즉시 AG7을 주문했다. 이렇게 해서 AG7에는 ‘스페이스 펜’이란 별명이 붙었다. 인류는 탁월한 지성과 상상력을 가졌다. 하지만 모든 문제를 완벽히 예측할 수는 없다. 위험요소를 전부 제거해도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우주선 역시 수많은 천재 과학자들이 모여 개발했다. 그러나   ‘연필심’ 같은 작은 요소가 화재로 이어진다는 것을 예측할 수 없었다. 

따라서 가장 중요한 것은 똑같은 문제가 재발하지 않게 개선하는 것이다. 사고 원인이 아무리 작고 사소해도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원천적으로 사고요인을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우주선에서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연필을 계속 사용했다면 우주선 화재 사고가 계속해서 발생했을 것이다. 또 “필기구 하나 때문에 많은 돈을 쓸 순 없다”고 책임자가 고집을 부렸다면 우주선 대형 사고로 인해서 인적, 물적 손실이 컸을 것이다. 담당자나 작업자의 작고 사소한 무관심이 안전사고 발생의 시발점이 된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인 1940년대 후반에 전자레인지가 개발되었다. 
개발자는 군수업체에서 일하던 연구원이 Radar 기능을 강화시키기 위한 ‘마그네트론 연구’를 하다가 자기 주머니에 넣어둔 Chocolate을 먹으려고 꺼냈는데  몽땅 다 녹아 있었다. 

그는 직감적으로 “혹시 전자파의 영향이 아닐까?”라는 의문을 가졌다. 이에 그는 옥수수, 달걀 등을 가져와서 동일한 실험을 했다. 

그는 전자파를 이용하는 방법을 알아냈으며 발명특허를 냈다. 1940년대 말에  전자레인지가 이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다. 지금의 초대형 냉장고 크기보다 더 큰 초창기의 전자레인지는 그 가격이 5,700만원이 넘었다. 

1925년, 영국 ‘R.애플턴’의 전리층의 존재 증명을 위한 실험으로 인해서 전자기파의 반사를 이용한 물체의 존재를 확인하는 방법을 발견했다. 비슷한 시기에 미국의 ‘G.브레이트’와 ‘M.A.튜브’는 펄스파를 이용하여 전리층에서의 반사파를 포착했다. 

그 후 영국의 ‘R. 왓슨-와트’를 중심으로 한 과학단체는 이런 방법을 응용하여 전리층에서 반사하지 않고 목표물을 검출할 수 있는 연구를 계속했다. 드디어 1935년, 약 30마일(약 48km) 거리에 있는 비행기를 추적하는데 성공했다. 이렇게 해서 처음으로 탄생한 Radar가 ‘Pearls Radar’이다

그리고 날아다니는 새들과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연구도 계속되고 있다. 
매년 수십만 마리의 새들이 풍력발전기 날개에 부딪혀 죽어가고 있다. 높은 고도에서 날개가 돌아가는 풍력발전기는 햇빛 아래에서 새들이 분간하기 어렵다. 

따라서 맹금류와 중·조류가 선호하는 높은 고도에 자리한 풍력발전기는 새들의 이동경로를 심하게 방해한다. 

새들은 지상을 보며 먹잇감을 찾는데 대부분 풍력발전기 프로펠라가 올라갔다가 위에서 내려올 때 충돌한다. 미국에서만 연간 50만 마리의 새가 풍력발전기 근처에서 죽은 채 발견된다. 

이에 노르웨이 연구팀이 대안을 제시했다. 바로 ‘풍력발전기 프로펠라’에 색칠하는 것이다. 날개 세 개 중 하나에 검은색 페인트를 칠했더니 새의 충돌과 추락 피해를 71.9%나 줄일 수 있었다.

그리고 ‘Bird Saver’로 알려진 맹금류 형상 스티커는 새들에게 천적으로 인식하도록 부착되었지만 큰 효과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스티커가 유리창의 바깥 면에 부착된 경우는 그나마 장애물로 인식되지만 안쪽 면에 부착되면 반사로 인해 그 효과를 기대하기가 어렵다.
 
새의 눈은 포식자의 공격에 즉각 대처하기 위해 양옆에 달렸기에 측면은 넓게 보지만 정면은 취약하다. 때문에 36~72km의 속도로 날아가는 새들은 유리창을 미처 인지하지 못하고 그대로 충돌한다. 

이에 투명 방음벽과 유리창에 5cm×10cm 크기의 선(線)이나 점(點) 등의 문양(紋樣)을 넣어 새들이 장벽을 비행 중에 알아볼 수 있도록 보완했다.

환경부와 국립생태원이 2018년 전국 건물의 유리창이나 투명 방음벽 등 조류충돌 발생 현황을 조사한 결과 총 378마리의 조류 폐사체가 발견되었다. 

이를 토대로 전국의 피해량을 추정한 결과 투명창(透明窓)에 충돌해 폐사하는 새는 연간 800만 마리에 달한다. 해마다 캐나다에서는 조류 2,500만 마리가 충돌, 폐사했다. 미국에서는 최대 10억 마리의 조류가 건물의 유리창이나 투명 방음벽에 충돌해서 희생당하고 있다. 

미국 조류 보호단체에서는 낙하산 줄을 이용한 조류 충돌 방지 기법을 소개했다. 유리창 바깥 면에서 10cm 간격으로 밧줄을 늘어뜨리면 조류의 92~100% 정도가 유리창을 피해서 날아다닌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끝으로 유럽인들의 재미있는 발명에 관한 유머로 마무리한다.  
이탈리아인과 독일인이 각자 자기네 조상의 탁월함을 자랑하고 있었다. 

먼저 이태리인이 말했다. “최근 로마 지하에서 전선(電線)을 발굴했다. 
이것은 고대 로마가 일찍이 전화(電話)를 발명한 증거다” 

그러자 독일인이 “그래요? 혹시 당신은 베를린에서는 무엇이 발견되었는지 압니까?”라고 물었다. 이태리인이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그러자 독일인은 “의아해 할 것 없다. 아무것도 발견된 게 없다. 이는 우리 독일인 조상들이 일찍이 전선이 필요 없는 ‘무선전신(無線電信) 시스템’을 발명했다는 증거다”라고 뽐냈단다.  

전   대   길
(주)동양EMS 대표이사, 수필가 
국제PEN한국본부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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