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익 컨설턴트의 소소한 일상이야기20] 코로나 병상 일기(2)- 0.1도의 위안과 희망
[한상익 컨설턴트의 소소한 일상이야기20] 코로나 병상 일기(2)- 0.1도의 위안과 희망
  • 편집국
  • 승인 2021.05.18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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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한상익
푸른소나무 life plan consulting 대표
재취업지원 컨설턴트
한국생애설계사(CLP)

5월 10일 월요일 (입원 9일째)
근육통은 조금 순해진 것 같다. 코막힘은 여전하고 식욕이 없어 밥 먹는 게 고역이다. 어머님 체온은 정상으로 돌아왔지만, 내 체온은 37도대에서 내려오질 않는다. 아침에 피검사와 엑스레이 검사를 했었는데, 조금 염증 수치가 나타났다고 한다. 

열이 떨어져야 퇴원할 수 있다고 하면서, 내일 화요일에 코로나 검진을 다시 해보겠다고 한다. 양성 판정이 나와도 감염 치수를 알아볼 수 있으니, 거기에 맞춰 조처를 하겠다고 한다.

5월 11일 화요일 (입원 10일째)
참을 수 없을 만큼의 근육통은 좀 나아졌지만, 코막힘이 여전하고 체온은 내려올 생각을 않는다. 몸도 다시 몸살 기운을 느끼며 으슬으슬하다. 속이 메스꺼워 식욕이 전혀 없다. 

그래도 약을 먹기 위해 몇 숟가락 들다가 도저히 먹을 수가 없어 도시락을 덮었다. 잘 먹어야 견딜 텐데 먹는 것이 부실해져 걱정이다.

어제 의사가 얘기한 대로 코로나 검사를 다시 했다. 면봉을 콧속 깊이 넣는 것은 언제나 고역이다. 눈물까지 난다. 하나는 콧속, 하나는 입안 깊숙이 체액을 묻혀 간다. 

열이 있어서 그런지 몸이 으슬으슬 한기가 느껴져서 전기장판의 온도를 높여 몸을 누인다. 어머님이 수건을 적셔서 이마에 올려준다. 

담당 의사가 어머님의 체온이 정상으로 돌아왔기 때문에 별다른 이상징후가 없으면 내일(수요일) 퇴원할 수 있는데, 혼자 먼저 퇴원해도 괜찮은지 묻는다. 정말 다행이다. 집에 아내가 있으니, 혼자 퇴원하셔도 문제가 없다고 하자, 그럼 내일 퇴원하는 것으로 수속을 하겠다고 한다.

식사를 못 해서 그런지 기력이 떨어지고 몸살 기운이 있어 하루 종일 누워만 있게 된다.

5월 12일 수요일 (입원 11일째)
아침에 체온을 재니 여전히 37.5도로 내려오질 않는다. 다행히 어머님은 정상 체온을 보여 예정대로 오늘 오후에 퇴원하시기로 했다. 

어머님은 퇴원의 기쁨보다 홀로 남게 되는 내가 걱정이 되시는 모양이다. 사실 아버님과 어머님 그리고 내가 양성 판정을 받게 됐을 때, 어머님이 제일 걱정이 되었다. 

물론 아버님이 제일 고령이시라서(94세) 잘 견디실지 염려도 됐지만 평소에 몸 관리를 잘 하셨기 때문에 어쩌면 이겨내실 수도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어머님은 면역력이 많이 떨어져 있는 상태였고, 진통 해열제에 알레르기가 있으셔서 진통제도 드실 수 없기 때문에 걱정이 많이 됐다. 

그런데 어머님이 잘 견디셔서 제일 먼저 퇴원을 하신다. 모르긴 몰라도 어떻게든 집에 가야한다고 결심하신 정신력으로 이겨내신 것 같다.

난 진통제를 계속 먹어서 그런지 근육통은 많이 줄어들었고 산소포화도도 정상이고, 혈압도 정상인데 다만 열이 떨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마른 잔기침을 가끔 한다.

식욕이 전혀 없다고 하자 그럼 저녁부터 죽을 가져다주겠다고 한다. 아무 조리도 되지 않은 쌀미음 같은 허연 쌀죽인데, 그냥 밥보다 넘기기가 훨씬 순해서 당분간 죽을 먹겠다고 했다.

매끼마다 주는 약이 조금씩 늘고 있다. 처음에는 3알을 주더니, 지금은 5알까지 늘었다. 무슨 약인지 알 수는 없지만, 해열과 진통제인 펜잘이 들어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어머님 침대로 자리를 옮겼다. 조금이라도 음압기 소음에서 멀리 떨어지려는 생각이고, 벽에 기대어 텔레비전 보기도 더 편하다.

5월 13일 목요일 (입원 12일째)
이제 웬만하면 열이 내려갈 만도 한데, 아직도 아침 체온이 37. 3도다. 열이 있는 것을 빼고는 근육 통증도 거의 없고 크게 불편한 점은 없다. 조금씩 나아지고 있기를 바랄 뿐이다.

아침에도 죽을 먹었다. 반찬은 그대로인데, 밥만 죽으로 바꿨을 뿐이다. 죽이라 목을 넘기기가 편해 반찬이 많이 남는다.

아침에 또 채혈하고 엑스레이를 찍었다. 지난번 검사에서 염증이 조금 보였다고 하던데 이번 검사에서는 정상으로 돌아왔기를 바라본다.

내가 지난주에 쓴 병상 일지(1) 칼럼이 네이버 검색 순위 1위에 올랐다는 소식을 들었다. 시국이 시국인지라 코로나 증상에 대한 생생한 경험담이 흥미를 끌은 것 같다. 코로나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다면, 고통을 참아가며 글을 쓴 보람이 있을 것 같다.

오후에 담당 의사가 염증 수치가 더 안 좋아졌다고 한다. 폐에 조금 폐렴 증상도 보인다고 한다. 그래서 주말까지는 계속 입원해서 사태를 지켜봐야 한다고 한다. 

식사를 계속 죽을 먹고 있다고 하니까 수액을 놔 주겠다고 한다. 영양제가 포함된 수액은 24시간 계속 맞아야 하고, 항생제는 하루에 3번 맞게 된다고 한다.

5월 14일 금요일 (입원 13일째)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제일 먼저 체온부터 재본다. 여전히 체온이 37도대에서 머물러 있다. 조금씩 걱정과 조급함이 든다. 이러다 더 악화되는 것은 아닌지 괜히 불안해진다.

팔에는 계속 수액과 항생제를 맞고 있다. 새벽 1시에 항생제를 놀 거라고 해서, 깨어있어야 하느냐고 물었더니 그럴 필요 없다고 한다.  새벽녘 비몽사몽간에 간호사가 항생제를 놔주고 잠시 후 다시 빼가는 것을 느낀다. 오늘부터는 밤에 잠을 설칠 수 있으니까 시간을 조절해서 아침, 점심, 그리고 저녁에 항생제를 놓아주겠다고 한다.

매 세 끼 식사 때마다 알약을 주고, 항생제까지 맞고 있는대도 체온은 여전히 37도 대를 유지하고 좀처럼 떨어지지 않아서 불안해 진다. 그래도 통증은 가라앉아 다행이다.

5월 15일 토요일 (입원 14일째)
아침에 체온을 재보니 드디어 36.5도로 떨어졌다. 

희망이 보인다. 좀처럼 37도대에서 머물러 있던 체온이 드디어 36도대로 내려온 것이다. 희망이 보이니, 몸도 훨씬 가벼운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동안 면도를 하지 않아 덥수룩했던 수염을 깎았다. 희끗희끗한 수염으로 더 나이가 들어 보였는데, 수염을 깎으니 보기에도 건강 상태가 정상으로 돌아온 듯하다.

오늘은 결혼 39주년 되는 날이다. 잘하면 퇴원해서 집에서 결혼기념일을 즐길 줄 알았는데,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생이별하여 결혼기념일을 맞이하게 되었다. 아쉽지만 그래도 체온이 36도대로 떨어진 기쁜 소식을 전할 수 있어 다행이다.

오늘도 수액을 종일 맞고, 항생제는 3번을 맞았다. 속이 느글거리고 메스꺼운 건 좀 가라앉았다.

5월 16일 일요일 (입원 15일째)
어제 오후와 저녁 체온이 36.9도로 나왔다. 아직도 염증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모양이다. 

아침에 일어나 체온을 재보니 역시 36.9도다. 37도와 36.9도는 0.1도 차이지만 심리적 위안은 크다. 37도대로 다시 올라가지 않고 다행히 36도대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희망을 갖게 된다. 병원에 입원해 있다 보니, 작은 것 하나에도 민감해진다.

근육통은 거의 사라졌고, 식욕도 조금씩 살아나는 것 같다. 어둠의 터널 끝이 보이는 것 같다. 

인터넷으로 확진자들의 완치 날짜를 알아보니 평균 16. 5일이라고 한다. 환자들의 건강 상태에 따라 일찍 퇴원하는 사람들도 있고, 20일 넘게 끌고 가다 완치되어 퇴원한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보고, 좀 느긋하게 마음을 먹기로 다시 작정해 본다. 

창밖의 풍경은 여전하다. 
세상은 변함 없이 굴러간다. 
나는 세상에 관심을 두지만, 세상은 나에게 관심이 없다. 
그냥 아산 확진자 502번일 뿐이다. 

결코 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격리 중에 더욱 절실하게 깨닫는다.

한상익(myhappylifeplan@gmail.com)
•푸른소나무 life plan consulting 대표
•재취업지원 컨설턴트
•한국생애설계사(CLP)/생애설계 전문강사 
•뉴질랜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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