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익 컨설턴트의 소소한 일상이야기23] 뭐니 뭐니 해도 머니(Money)?
[한상익 컨설턴트의 소소한 일상이야기23] 뭐니 뭐니 해도 머니(Money)?
  • 편집국
  • 승인 2021.06.08 08: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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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익
푸른소나무 life plan consulting 대표
재취업지원 컨설턴트
한국생애설계사(CLP)

코로나로 인해 병원에 격리 조치를 받고 있었을 때 하루는 간호사가 소책자를 하나 주면서 해당하면 신청하라고 한다. 

코로나 영향으로 소득이 줄어든 사람은 한시적으로 생계지원금을 받을 수 있으니 신청하라는 내용이었다. 일전에 알고 지내던 강사가 코로나로 인해 강의가 줄어서 소득이 줄어드는 바람에 보조금을 신청해서 받았다고 했을 때는 흘려들었는데, 이번엔 귀가 솔깃했다. 

퇴원 후 주민센터에 가서 2019년과 2020년 소득 증빙 서류와 건강보험 가입 확인서 등의 필요한 서류를 준비하여 제출했더니, 다음 날 담당자가 전화로 나는 외국인 신분으로 되어 있어 해당이 되지 않는다고 연락이 왔다. 

역시 나는 공(空)돈과는 인연이 없나 보다. 살아오면서 복권이나 하다못해 빙고조차 맞아본 적이 없었으니까. 잠시 지원금을 받게 되면 뭘 할까 생각했던 즐거운 상상만으로 만족해야 했다. 

퇴직 예정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은퇴 설계 강의를 진행하면서 재정 부분을 다룰 때 “뭐니 뭐니 해도 머니(Money)?”라고 적힌 슬라이드를 보여주면, 대부분 고개를 끄덕이며 동감을 표시한다.

특히 노인대학 강의를 하러 가면 더 적극적으로 공감을 나타내고 반응을 보인다. 이는 돈(재정)이 노후 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고도 볼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우리나라 노인층에서 재정적으로 자립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는 방증(傍證)이기도 하다.

한국생애설계협회에서 얘기하는 ‘생애 설계’에는 재정, 건강, 경력, 가족 및 사회적 관계, 자기개발, 주거, 사회참여/ 봉사, 여가 등 여덟 개 항목에서 전 생애 주기 별로 계획하고 준비하여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재정은 모든 항목의 기반(base)이 되는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 다른 모든 분야를 설계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재정적인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만큼 돈(재정)이 모든 분야에서 차지하는 역할과 비중이 크기 때문에 누가 뭐라고 해도 돈이 최고라는 말을 하는 사람의 심정도 이해가 되고, 전적으로 동감하는 것은 아니지만 수긍이 안 가는 것은 아니다. 

최근 뉴욕타임스의 조사에 의하면 가계소득이 연 25만 달러 이상인 미국인은 90%가 아주 행복하다고 응답한 반면에, 소득이 3만 달러 이하인 사람들은 42%가 행복하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연 소득 25만 달러는 약 2억 8천만 원 정도 되는 고소득이니, 돈이 많을수록 행복을 가져다줄 수 있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조사라고 볼 수 있다. 

물론 돈이 행복을 가져다주는 절대적인 조건은 되지 못할지라도 부자가 가난한 사람보다 행복해질 기회를 더 많이 누릴 수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건강을 체계적으로 관리를 받으며 더 잘 유지할 수 있고, 베풂과 나눔에서 오는 행복감도 더 많이 느낄 기회가 있고, 충분한 여가와 휴식을 취할 여유도 있고, 더 수준 높은 유대 관계를 통한 긍정적인 소속감도 느낄 기회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돈과 행복을 얘기하면 ‘이스털린의 역설’(Easterlin Paradox)을 빼놓을 수 없다. 미국 경제학자인 리처드 이스털린 교수는 1946년부터 1970년까지 미국인들의 소득 수준과 행복도 사이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흥미로운 역설을 발견했다. 

즉 일반적으로 소득이 증가하면 행복도가 올라가는데, 소득이 일정 수준에 올라 기본적인 욕구가 충족되면 소득증가가 더는 행복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역설을 주장했다. 

그가 기준으로 삼은 것은 국민소득 2만 달러였다. 즉, 국민소득이 2만 달러가 되지 않을 때는 국민소득이 증가할수록 국민들의 행복지수가 올라가지만, 2만 달러가 넘어서면 소득이 더 높아진다고 해서 그에 비례하여 행복지수가 높아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짚고 넘어가야 할 사항이 있다. 이스털린이 2만 달러의 기준선을 주장한 때는 1974년이었다. 그 당시에만 해도 국민소득 2만 달러는 꽤 높은 기준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많이 지난 만큼 그 기준선도 바뀌게 된 것 같다. 

심리학자이면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의 2010년 연구에 따르면 이 역설이 적용되는 기준선을 연 소득 7만 5천 달러라고 주장한다. 한화로 환산하면 약 8천 3백만 원이 조금 넘는 금액이다. 

즉, 연 소득이 8천 3백만 원까지는 소득이 높아질수록 더 행복해질 수 있지만, 그 금액을 넘어가면 소득이 더 늘어도 행복지수가 더 높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세청이 발표한 2020년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직장인 평균 급여는 연 3,744만 원이라고 한다. 그리고 직장인들의 꿈의 연봉이라고 하는 억대 연봉자의 비율은 전체 근로자 중 4.4%에 불과하다고 한다. 

따라서 카너먼이 주장하는 연 소득 7만 5천 달러에 미치지 못하는 대부분의 직장인이 돈을 더 많이 벌면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이 논리에 의하면 틀린 것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기준선이 2만 달러가 됐든 아니면 7만 5천 달러가 됐든 확실한 결론은 소득이 높아진다고 해서 우리의 행복지수가 무한히 비례해서 커질 수 없다는 것이다. 이것이 돈이 행복에 미치는 한계이다.

극단적인 비유이긴 하지만, 돈만 있는 사람과 돈만 없는 사람 중 누가 더 행복할까?

돈만 있는 사람이란 돈만 있고 다른 모든 것은 없거나 부족한 사람을 말한다. 즉, 돈은 풍족하게 있지만, 몸을 아끼지 않고 돈만 버느라 건강을 잃어 자주 병원 신세를 지고, 밤낮으로 돈을 추구하느라 가족을 챙기지 못해 가족 관계도 원만하지 못하고, 주변에 이해관계로 얽힌 사람들은 많으나 진정한 친구는 다 떠나고 없는 사람을 그려볼 수 있다.

반면에 돈만 없는 사람이란 돈만 없고 다른 모든 것을 가진 사람이다. 비록 가진 돈은 없어도 건강하게 하루하루를 살고, 서로 아끼고 사랑하는 가족이 있고, 마음을 터놓고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를 곁에 두고 있고, 주변 사람들로부터 인정과 존경을 받는 사람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내 경우에 굳이 두 부류 중 고르라고 한다면 후자에 가까울 것이다. 
이순(耳順)을 넘기고 고희(古稀)를 바라보는 나이에 병원 신세를 질 만한 질병을 앓고 있지 않고, 네 명의 자식들이 모두 결혼하여 가정을 꾸리고, 귀여운 자녀들을 낳아 건강하게 잘 살고 있고, 마음을 터놓고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죽마고우(竹馬故友)가 있으며, 남한테 손가락질을 받거나 원한을 사지 않아 해코지 받을 염려 없이 살아왔으니 모든 것을 가졌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자손들에게 물려줄 변변한 재산은 없으니 돈만 없는 사람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나는 돈만 있는 사람이라는 말보다는 돈만 없는 사람이라는 말을 더 좋아한다. 그런데 이젠 돈도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 지나친 욕심일까? 정

원로 철학자인 김형석 교수는 절대 행복해질 수 없는 두 부류의 사람으로, 돈, 권력, 명예 등 소유욕만 생각하고 정신적 가치를 모르는 사람들과 인격을 갖추지 못한 이기적인 사람들을 들고 있다. 

이 말을 곱씹어 보면, 정신적 가치를 알고, 인격을 갖춘 비이기적인 사람이 되면 행복해질 수 있다는 말이니, “뭐니 뭐니 해도 머니(money)”라고 하면서 이 나이에 돈을 벌려고 아등바등 애쓰기보다는 다른 방향으로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상책(上策)일 것이다.

한상익(myhappylifeplan@gmail.com)
•푸른소나무 life plan consulting 대표
•재취업지원 컨설턴트
•한국생애설계사(CLP)/생애설계 전문강사 
•뉴질랜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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