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익 컨설턴트의 소소한 일상이야기24] 내가 좋아하는 것들
[한상익 컨설턴트의 소소한 일상이야기24] 내가 좋아하는 것들
  • 편집국
  • 승인 2021.06.15 05: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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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익
푸른소나무 life plan consulting 대표
재취업지원 컨설턴트
한국생애설계사(CLP)

나는 아침에 알람 소리에 맞춰 일어나는 것을 좋아한다.
알람에 설정해 놓은 음악을 들으며 잠에서 깨면 상쾌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게 해준다. 

어쩌다 설정해 놓은 알람 시간보다 일찍 잠이 깨더라도 일부러 그 시간에 맞춰 일어나려고 이불 속에서 기다린다. 알람 시간에 따라 하루를 시작하면서 오늘도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는 것도 나름 나쁘지 않다.

나는 아침에 조간신문 읽는 것을 좋아한다. 
바쁜 현대인들을 위해 포털 사이트에서 제공되는 뉴스거리가 인기가 많지만, 나는 신문지를 손에 들고 읽는 옛 방식이 좋다. 그리고 아침 신문에서 품어내는 신문지 냄새가 좋다. 그 냄새에는 밤새 바쁘게 돌아갔을 인쇄기의 열기가 묻어 있다. 

나는 아직도 휴대전화에 뜬 기사를 읽는 것보다 지면에 담긴 기사를 읽어야 뉴스를 제대로 보는 것이라는 고리타분한 생각을 하고 있다. 포털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기사는 남이 택한 읽을거리지만, 신문을 보면 내가 읽고 싶은 기삿거리를 내가 선택할 수 있어서 좋다. 

아침 시간엔 신문의 모든 면을 자세히 볼 수는 없지만, 그래도 각 지면에 담긴 기사를 쓰기 위해 애썼을 기자들의 노고와 시간과 땀을 생각하며 제목이라도 빠짐없이 읽고 넘어간다. 

또한 이 신문을 새벽에 내 집 앞까지 배달해준 그 누군가의 고마운 수고를 떠올리면 아침 신문은 더 의미 있게 다가온다. 조간신문은 아침이 기다려지는 이유 중의 하나다.

나는 아침에 사과 먹는 것을 좋아한다.
코로나로 인해 그동안 몇 년 동안 행해 오던 간헐식 단식을 멈추게 됐다. 저녁 8시 이전에 저녁을 먹고 다음 날 점심때까지 음식을 먹지 않았었는데, 코로나로 인해 그 습관이 깨지게 되었다. 
그래서 아침에 간단하게 사과와 삶은 계란 그리고 우유를 먹고 있다. 그중에서도 사과 먹는 것을 좋아한다. 서양 격언에 “하루 한 개의 사과는 의사를 멀리하게 해준다.” (An apple a day keeps the doctor away)라는 말을 철석같이 믿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사과의 풋풋함과 신선함이 아침 시간과 잘 어울리는 것 같고, 특히 아삭거리는 식감이 사과만 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껍질 채로 사과 먹는 것을 좋아한다. 나에게 아삭아삭한 식감은 사과 껍질에 펙틴 같은 식이 섬유가 많다는 영양학적 이유보다 우선이다.

나는 아침마다 온천욕 하는 것을 좋아한다. 
내가 아산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온천 때문이다. 햇수로 6년째 매일 온천을 다니다 보니 이젠 하루 중 중요한 일과가 되었다. 온천욕도 계절을 타서 여름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진다. 더운 여름에는 시원한 곳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요즘은 계절 탓도 있지만, 목욕탕에서 코로나 집단 감염이 발생했다는 뉴스로 온천탕을 찾는 사람들이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현저하게 줄었다. 

온천욕 초기에는 몸을 닦는 세신(洗身)이 주목적이었지만, 지금은 마음을 가다듬고 정결하게 하는 세심(洗心)의 비중이 더 크기 때문에 사람이 붐비지 않는 여름 온천욕이 좋다. 

봄에는 새해를 새롭게 시작하게 해줘서 좋고, 여름에는 호젓하게 마음을 닦을 수 있어 좋고, 가을에는 겨울을 대비해서 몸과 마음을 가다듬고 준비할 수 있어 좋고, 겨울에는 안락함과 따뜻함을 즐길 수 있어 좋으니, 사시사철 온천욕이 안 좋은 계절이 없다. 그래서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나는 하루를 온천욕으로 시작할 것이다.

나는 비를 좋아한다. 
지금 이 나이에도 여전히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꿈꾸지만, 나는 눈보다 비가 좋다. 밤새 내린 눈으로 온 세상이 하얗게 덮인 설경(雪景)은 마음마저 순수하게 만들어 주어 좋지만, 눈이 녹으면서 더 추잡하고 혼탁하게 변하는 모습이 싫다. 

무엇보다 내가 눈보다 비를 더 좋아하는 이유는 ‘소리’에 있다. 시인 김광균은 “설야”에서 눈 내리는 소리를 “머언 곳에 여인의 옷 벗는 소리”라고 멋지게 표현을 했지만, 우부우부(愚夫愚婦)에겐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비는 내리면서 소리를 남긴다. 학창 시절에는 비 올 때 일부러 우산도 쓰지 않고 밤거리를 쏘다니곤 했다. 비가 내리면서 몸에 부딪혀 내는 소리가 좋았기 때문이다. 지금은 그렇게 온몸으로 비를 맞으며 빗소리를 즐기지는 않지만, 여전히 빗소리를 좋아한다. 

특히 밤 자리에서 창문에 부딪혀 들려오는 빗소리는 나에겐 마음을 차분하게 해주고 편안하게 잠자리에 들게 해주는 수면 명상 음악과 같다. 어렸을 때 내가 가진 조그만 소망은 이층집을 짓고 다락방 천장을 유리로 꾸며서 청명한 밤에는 별을 헤아려 보고(지금도 별이 보일지 모르겠지만) 눈이 오는 날은 하얀 눈이 창에 소담스럽게 내려 쌓이는 모습을 보고, 비가 오는 날에는 빗방울이 창에 튕기며 들려주는 빗소리를 듣는 것이었다. 이젠 침대 옆 창문을 열고 빗소리 듣는 것으로 만족하고 있다.

나는 드라마 보는 것을 좋아한다. 
한국에서 직장 생활을 했을 때 가장 선호하고 매일 일부러 챙겨 보려고 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은 저녁 9시 뉴스였다. 저녁 뉴스 시간은 하루 동안 있었던 주요 뉴스를 정리하고,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알 수 있는 정보의 시간이었고, 하루를 마감하는 시간이었다. 

그다음 우선 순위가   스포츠 중계방송이었고 드라마는 늘 뒷순위에 있었다. 이러한 선호도는 다시 한국에 돌아오면서 바뀌게 되었다. 처음 얼마간은 오랜만에 돌아온 한국 사회를 이해하기 위해 뉴스를 즐겨보다가 조금씩 멀어지게 되었다. 

이는 실시간으로 주요 뉴스거리를 알려주는 스마트 폰의 영향도 있었지만, 즐겁고 신나고 기쁜 뉴스거리보다 짜증 나게 만드는 소식이 대부분이라 자연스럽게 텔레비전을 멀리하게 되었다. 

그런 나를 다시 텔레비전 앞으로 나아오게 만든 것이 드라마이다. 내가 대학교에서 연극을 전공해서 드라마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이 아니라, 이전에 본 책에서 인생을 즐겁게 사는 방법 중의 하나가 매일 드라마를 한 편씩 보는 것이라고 제안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아무 드라마나 무작정 다 보는 것이 아니라 나름대로 드라마 선정 기준이 있다. 나는 치정, 불륜, 이혼, 복수 등이 담긴 막장 드라마는 아무리 인기가 많다고 해도 보지 않는다. 또한 젊은 사람들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애정 드라마도 선호하지 않는다. 

내가 좋아하는 유형은 범죄수사극, 역사를 다룬 사극, 잔잔한 미소를 짓게 만드는 훈훈한 가족극, 법정 드라마 등이다. 드라마를 보게 되니까 작가의 말대로 드라마를 하는 요일이 기다려지고, 그 기다림이 소소한 즐거움을 가져다준다.

이상은 내가 좋아하는 것 중 무작위로 떠오르는 것들을 적어 보았다. 최근 서울대학교 행복연구센터에서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참가자들에게 각각 1분 동안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적게 하고, 각 참가자가 현재 느끼는 행복의 정도를 별도의 방법으로 측정을 해봤더니, 행복감이 높은 참가자들일수록 좋아하는 것을 많이 적었고 행복감이 낮은 참가자들은 싫어하는 것을 더 많이 적었다고 한다. 즉 행복한 사람들은 좋아하는 게 많고, 불행한 사람들은 싫어하는 게 많다는 것이다. 

좀 더 행복해지기 위해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더 많이 찾아봐야겠다.

한상익(myhappylifeplan@gmail.com)
•푸른소나무 life plan consulting 대표
•재취업지원 컨설턴트
•한국생애설계사(CLP)/생애설계 전문강사 
•뉴질랜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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