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익 컨설턴트의 소소한 일상이야기25] 불행 중 다행, 그리고 기적
[한상익 컨설턴트의 소소한 일상이야기25] 불행 중 다행, 그리고 기적
  • 편집국
  • 승인 2021.06.22 08: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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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익
푸른소나무 life plan consulting 대표
재취업지원 컨설턴트
한국생애설계사(CLP)

생각지도 못한 코로나 감염에 따른 입원으로 2021년 5월은 우리 가족들이 절대 잊을 수 없고 또 잊히지도 않을 달이 될 것이다. 가족이 모두 코로나에 감염되었다는 통보를 받았을 때의 충격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으로 인해 더 커졌다.

더구나 그런 상황에서 우리가 해결하거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 더 곤혹스럽고 암담하기까지 했다.

최고령자이신 95세의 장인어른부터 최연소자인 아내의 나이가 64세이니까 평균 연령이 78.7세인 가족 구성원의 면면을 보면 코로나 감염에 왜 그토록 두려움을 느꼈는지를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 경험은 가족이 모두 입원을 하면서 겪은 고초와 고통 때문에 잊을 수 없기도 하지만, 지금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온 상태에서 그때 상황을 되돌아보니 그 당시에는 미처 알지 못했던 놀라운 일들 때문에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코로나 사태의 발단은 장인어른의 기침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아침마다 산책하러 다니시던 장인어른이 어느 날 기침을 하기 시작했고, 우리는 너무 아침 일찍 나가셨기 때문에 감기에 걸리신 거라고만 생각했다. 

열도 나시지 않고 다른 일반적인 코로나 증상은 없이 기침만 하셨기 때문에 당연히 감기에 걸리신 거로 생각했다. 

기침이 점차 심해지자 엑스레이를 찍어보기 위해 아산 충무 병원에 가서 기침이 심하시다고 하니, 코로나 검사를 받으라고 했다. 검사를 받고, 엑스레이를 찍고 집에 돌아오셨는데, 그날 밤 11시쯤에 보건소에서 전화가 왔다. 

코로나 검사 결과 양성이라 내일 바로 병원에 입원하셔야 하고, 집에 있는 식구들은 모두 다음 날 아침 일찍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남의 일로만 생각했던 일이 우리 가족에게도 닥친 것이다. 

그렇게 시작된 코로나 사태는 장모님과 내가 양성 판정을 받고 입원하게 되었고, 아내만 처음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격리 해제를 위한 2차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아 나중에 입원하게 됨에 따라 가족 모두 병원 신세를 지게 됐다.

이제 모두 퇴원하고 한숨 돌린 지금 생각해 보니, 가족 모두 코로나에 걸린 불행한 일 중에서도 다행스러운 일이 있었고 기적과 같은 일도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불행 중 다행스러운 일이란 우리 가족이 닥친 일들을 순조롭게 잘 해결할 수 있도록 입원 순서와 배정이 절묘하게 조정된 것이다.

장인어른이 제일 먼저 천안 의료원에 입원하시고, 이틀 후 나와 장모님이 홍성에 있는 의료원으로 배정이 되었다. 병원 배정은 우리가 원하는 곳으로 보내지는 것이 아니라, 각 병원 가용 상황에 따라 임의로 배정을 받게 된다.

가족 모두 함께 같은 공간에서 생활했는데도 처음 검사 때 아내만 음성 판정을 받아서 의아했지만, 아내가 집에 남아 있게 됨에 따라 천안과 홍성으로 각각 떨어져 입원 중인 가족들에 관한 연락과 필요한 조처를 할 수 있었다. 

또한 가족 모두 같이 입원을 했다면 2주 넘게 집을 비워 놓아야 했었고, 반려견이나 화초 관리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장모님과 내가 같은 병원 같은 병실에 머물 수 있도록 배정받은 것도 불행 중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병원에 있으면서 아침 6시, 11시, 그리고 오후 5시, 하루 세 번씩 체온과 혈압 그리고 산소포화도를 재서 간호사에게 보고해야 하는데, 병원 의료 장치를 연세가 많으신 장모님이 하시기엔 쉽지가 않았고, 담당 의사와 전화로 통화하면서 진척상황을 알리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었기 때문이다.

장모님이 혼자 먼저 퇴원을 하실 때도, 아내가 집에 있었기 때문에 퇴원하신 장모님을 돌봐드릴 수 있었다. 장모님이 집에 돌아오신 다음 며칠 후 아내가 두 번째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고, 장인어른이 입원해 계신 천안 의료원에 입원하게 되었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장모님이 집을 지킬 수가 있으셨고, 그다음에 내가 퇴원하게 되어 아직 병원에 계신 장인어른과 아내에게 필요한 것들을 전달해 줄 수도 있었고, 퇴원 시 내가 집으로 모셔올 수가 있었다. 이렇게 가족 모두 병원 입원이라는 불행한 일 속에서도 다행스러운 일들이 있었다.

그리고 기적 같은 일도 있었다.
가족 모두 코로나로 고초를 겪었지만 가장 심하게 고통을 받으신 분은 장인어른이셨다. 

코로나로 입원을 하시기 전부터 심하셨던 기침이 입원 후에도 계속되더니 결국 폐렴 증상으로 넘어가게 되어, 병원에서도 긴장하고 아내에게 연락하면서 장인어른이 고령이시니까 마음의 준비를 하고, 필요한 가족들에게도 상황을 알려주라는 말까지 들었다. 

나중에 장인어른으로부터 전해 들은 상황은 훨씬 더 심각했다. 입원 후 약을 쓰는데도 계속 기침과 가래가 심하게 진행되었고, 하루는 기침을 끊임없이 하는 바람에 기력이 쇠하여 마침내 숨쉬기까지 힘들게 되어, 정신을 잃으시면서 심정지 상태가 오셨던 모양이다. 

얼마가 지났는지 모르겠지만 가슴 통증이 느껴져서, “아파, 아파”하고 소리를 지르시니까, “왔어, 됐어.” 하는 소리가 들리시더란다. 장인어른이 심정지 상태에 빠지게 되자, 남자 간호사가 계속 가슴을 누르며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던 것이었다. 

우리가 드라마나 영화 속 응급실에서 보던 그 상황이 실제로 장인어른께 행해졌던 것이다. 그렇게 하여 간신히 호흡과 맥박이 돌아오셨고, 장인어른 말씀으로는 영혼이 빠져나가 어딘가를 가다가 다시 돌아오셨다고 했다.

장인어른이 이렇게 거의 돌아가셨다가 다시 맥박과 호흡이 돌아오면서 기적과 같은 일이 일어났다. 그동안 그토록 계속해서 괴롭히던 기침, 가래가 멈추고, 혈압, 맥박, 체온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온 것이다. 

담당 의사도 대부분 서서히 정상으로 돌아오는데, 이런 일은 처음이라고 하면서 기적이라고 했단다. 

그 후로 장인어른은 더 이상 기침, 가래 증상이 없으시고 코로나 증상도 없어지셔서, 마침내 95세의 연세에 코로나를 이긴 기록을 세우시고 병원 간호사와 의사의 놀라움 속에 퇴원하셨다.

성경 말씀에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만일 너희에게 믿음이 겨자씨 한 알 만큼만 있어도 이 산을 명하여 여기서 저기로 옮겨지라 하면 옮겨질 것이요 또 너희가 못할 것이 없으리라.” (마 17: 20)고 나와 있듯이, 외국에 살고 있는 우리 가족들 모두 한 마음이 되어 강한 믿음으로 장인어른의 회복을 기원한 것이 기적을 이룬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아무튼 2021년 5월은 우리 가족들에게 두고두고 이야기거리를 제공하는 달이 될 것이다. 좋은 면에서든 나쁜 면에서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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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익(myhappylifeplan@gmail.com)

•푸른소나무 life plan consulting 대표
•재취업지원 컨설턴트
•한국생애설계사(CLP)/생애설계 전문강사 
•뉴질랜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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