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근박사의 물류이야기] 탈집중화와 D2C 물류
[이상근박사의 물류이야기] 탈집중화와 D2C 물류
  • 편집국
  • 승인 2021.07.05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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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근
산업경영공학박사
삼영물류(주) 대표이사

2000년대 전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이 본격화된 지난 20여 년간 시장은 플랫폼 기업들을 중심으로 재편되어 왔다. FAANG(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넷플랫스, 구글)과 BAT(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와 같은 기업들은 이제는 모든 사람이 아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이들은 끝없이 플랫폼의 영역을 확장하여 커머스, 물류, 서비스, 핀테크 같이 우리의 삶과 관련된 많은 영역을 장악하고 있다.

유통플랫폼을 통한 판매는 마케팅 전략을 펼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 플랫폼을 거쳐 판매가 이뤄진 제품의 고객 정보나 구매 유형 등의 데이터는 모두 해당 플랫폼이 갖는 구조다.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온라인 데이터에 기반한 마케팅 전략을 펼치려고 해도 실행에 옮기기 힘든 실정이다.

플랫폼 비즈니스는 목표는 시장 독과점이다. 이런 플랫폼 비즈니스가 위협을 받고 있다.전 세계적으로 급속히 성장한 플랫폼 비즈니스는 경제 모델의 대세로 자리 잡았으나 빠르게 성장한 만큼 폐해도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최근 기존의 플랫폼 기업과 연결 고리를 끊는 탈집중화 현상이 정치, 사회, 문화를 넘어 경제에서도 대두되고 있다. 

탈 집중화(脫集中化)란 어떤 조직의 핵심이 되는 요소들이 한 곳에 집중되어 있는 경우, 한쪽으로 편중되지 않도록 비슷한 요소끼리 묶어 분산시키는 과정을 말한다. 탈집중화의 원인은 지금이 그 어느 때보다 소비자의 힘이 강해진 시대라는 데 있다. 

아마존, 알리바바, 쿠팡 같은 막강한 온라인 플랫폼에 판매를 의존하던 기업들이 이들을 패싱하고 자체 앱이나 소셜미디어를 통해 직접 소비자와 연결하는 모델로 속속 전환하고 있다. 

이른바 D2C(Direct to Customer) 방식이다. 미국의 경우 D2C 시장 규모가 2017년 7조5000억원에서 지난해 23조 7500억원이 돼 세 배 가까이로 커졌다. 와비파커, 달러쉐이브클럽과 같이 처음부터 D2C로 성장한 대표적인 기업 외에도 나이키, 에르메스와 같은 글로벌 1위 브랜드들 역시 이러한 흐름에 동참하며 자사몰을 강화하고 있다. 

나이키는 2019년 11월 매출이 보장된 거대 유통망 아마존을 떠나는 모험을 택했다. 코로나19로 의류·스포츠 업계가 고전하는 가운데, 자사 홈페이지와 앱을 통해 온라인 시장을 키운 나이키의 2020년 9~11월 매출은 전년보다 9% 늘어난 112억달러(약 12조5000억원), 영업이익은 30% 증가한 15억달러를 기록했다. 온라인 판매는 84% 급증했다.

◆D2C모델은 제조업체가 기존의 플랫폼 공룡을 패싱하고 소비자에 직접 판매하는 것을 뜻한다. 

고객의 파워가 강해진 현실에서 기업은 고객을 직접 만나고, 고객을 분석하고, 고객을 위한 제품을 만들고, 고객의 신뢰를 받는 것이다. 

D2C 모델은 제조기업이 쿠팡이나 네이버 같은 거대 유통 플랫폼을 거치지 않고 직접 온라인 자사몰, 소셜미디어(SNS) 등에서 소비자에게 직접 제품을 판매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많은 기업들이 소비자와 소통과 자체 판매망을 강화하여 소비자 데이터를 적극 수집하는 등 소비자와의 직접적인 상호작용(Interaction)을 강화하는 방향에서 D2C 전략을 세우고 있다. 

D2C 모델의 장점은 유통 플랫폼에 의존하지 않고도 소비자들의 취향과 소비 성향 같은 데이터를 직접 확보해 마케팅과 생산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와 함께 고객 데이터를 확보해온 유통 플랫폼이 PB 상품을 만들면서 자신의 경쟁자로 떠오르는 상황도 기업들의 D2C 모델로 전환하는 큰 요인 중 하나이다. 미국의 제조 업체들은 공룡 플랫폼 아마존이 고객 데이터를 활용해 PB 상품을 만든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탈(脫)아마존을 감행하기 시작했다.

다른 한편으로 플랫폼이 요구하는 판매 수수료나 입점 조건도 무시할 수 없다. 나이키가 지난해 매출 성장세에 비해 영업 이익이 더 크게 증가한 것도 온라인 플랫폼에 내야 하는 판매 수수료가 줄어든 덕분이다.

◆국내의 기업들은 고객들을 ‘자사 몰’로 유치하기 위한 고민이 한창이다.

최근 국내 식품 유통 업체들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D2C 강화다. 상품을 잘 팔리게 하기 위해선 당연히 쿠팡이나 네이버와 같은 플랫폼에 제품을 입점시키는 것이 필수가 된 시대다. 

하지만 최근 벌어지는 이커머스 기업들의 최저가 경쟁에 따라 최근 제조기업들은 플랫폼이 빈번하게 경쟁사보다 싼값에 제품을 납품해 달라는 요청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힘이 센 플랫폼이 이런 제안을 건네면 이를 수용할 수밖에 없다. 제조기업으로서는 상품을 최저가로 판매하고 높은 수수료까지 지불해야 하는 구조가 불합리하다. 상품을 팔아 매출은 발생해도 마진이 거의 남지 않아 수익성도 크게 떨어진다. 

최근 LG생활건강이 쿠팡의 최저가 납품 요구에 쿠팡에서 철수하는 결정을 한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도 자사 앱이나 홈페이지를 통해 스마트폰 같은 주요 제품을 판매하는 D2C 사업을 키우겠다는 전략을 밝혔다. 애플이 자사 스토어를 통해 제품 30%를 판매하고,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판매가 급증한 상황에서 삼성도 D2C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소비재에 국한되지 않는다. 세계 최대의 전기차 회사인 테슬라는 자동차는 당연히 딜러십 네트워크를 통해 팔아야 한다는 상식을 깨 버리고, 고객이 1억원이 넘는 고가의 자동차를 온라인에서 결제하게 만들고 있다. (김형택, “D2C 시대 디지털 네이티브 브랜드 어떻게 할 것인가?”)

우리나라의 이커머스 시장은 작년 기준 150조 규모의 세계 5위이다. 특히 국내의 경우 아직 미국의 아마존이나 중국의 알리바바처럼 독과점으로 시장을 점유한 전자 상거래 기업이 없는 상황이다. 

앞으로 네이버, 쿠팡, 이베이, SSG, 롯데ON, SK 11번가 등 국내 기업 뿐 아니라 아마존, 알리바바, 구글, 페이스북 등 해외 회사들까지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 큰 관심을 가지면서 치열한 경쟁과 인프라 투자로 결전을 준비하는 상황이다.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에게 맞춤형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기업들은 도태되고 있다. 

소비의 중심으로 떠오른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 세대(1977-1997년생)는 단순하게 컴퓨터를 잘 다루고 인터넷을 능숙하게 사용할 줄 아는 차원을 넘어서 사회적 관계, 소통 방식, 구매 행태 등에서 기존 세대와 많은 차이를 보인다. 

이미 국내 인구의 44%를 차지하는 디지털 네이티브세대는 기존 세대와 다른 가치관과 사고, 생활 방식으로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 가면서 새롭게 시장을 재편해 기존 소비성향과 구매 패턴을 바꿔 놓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로 비대면이 일상이 되고,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의 영향이 커지면서 기존 오프라인 중심의 유통과 판매는 변화될 수밖에 없다. 

특히 기업이 소비자와 직접 만나는 D2C 모델은 플랫폼기업으로부터 주도권을 지키려는 제조기업 뿐 아니라 유통기업, 소상공인, 온라인 셀러, 인플루언서까지 깊은 관심을 갖게 됐다.

국내의 D2C 모델은 차별적 고객 경험과 콘텐츠의 힘에 기반하여 패션이나 화장품 같은 버티컬(Vertical) 상품과 서비스를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러한 버티컬 커머스에서 사업이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은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유튜브와 같은 SNS이다. 

D2C 모델은 백화점이나 대형 몰, 대형 온라인 플랫폼 등 거대 유통 플랫폼 등을 거치지 않고 소비자에게 직접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새로운 커머스 방식이다. D2C는 고객 맞춤 생산과 마케팅, 유통, 주문접수 등과 함께 물류 시스템과 네트워크 구축이 중요하다. 

D2C 모델은 기업이 직접 수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제품을 만들어내는 C2M(Customer to Manufacturer) 사업으로 확장할 수도 있다. 제조사가 온라인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의 취향이나 구매 습관, 잠재 수요 등을 분석해 맞춤형 제품을 생산하는 방식이다. 

이는 소비자는 원하는 제품을, 판매자는 더 큰 마진을, 생산자는 더 많은 일감을 챙길 수 있어 모두가 윈-윈이다.

◆유통공룡의 의존도를 줄이려는 기업들에겐 '쿠팡' 수준의 물류 경쟁력 확보가 필요하다.

유통공룡과 커머스 시장에서 경쟁해야 하는 기업들은 기존의 온· 오프라인 중간의 유통 채널을 거치지 않고 다이렉트 채널을 활용하는 D2C 모델과 정기적으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독 모델에 주목하고 있다. 

D2C나 구독 모델의 물류는 재고를 보관하고 풀필먼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물류창고(DC)가 필요하다. 또한 고객 가까이 위치해 배송거점(Depot, Camp)나 도심 풀필먼트센터(MFC. Dark store, Smart store)도 필요하다. 

운송시스템으로는 DC와 배송 거점를 연결하는 미들마일(Middle mile) 운송과 당일배송, 새벽배송, 즉시배송까지 책임지는 라스트마일(Last mile) 배송시스템과 더불어 이들을 원스톱으로 연결하는 통합물류 솔루션 구축도 필요하다. 

D2C나 구독모델의 물류시스템과 솔류션 구축이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플랫폼 기업과 대형유통 기업은 쿠팡에 이어 이베이를 인수한 신세계 SSG.com, 그룹내 택배와 물류기업을 가진 롯데ON에 이어 GS도 기존의 CVS, 홈쇼핑, 마트, Fresh의 통합운영과 메쉬코리아 지분 투자, 배달의 민족의 비마트와 제휴 등으로 물류시설과 배송시스템을 독자적으로 구축해 가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제조와 유통기업들은 취급물량, 기술력, 투자비용 면에서 독자적으로 물류시스템 수행하기에 어려움이 많다. 

때문에 이들 기업은 정부의 ‘한국형뉴딜’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스마트물류체계 구축 사업’ 중 ●스마트 공동 물류센터 조성과 ●수도권 대형 E-Commerce 스마트 물류단지 구성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스마트 공동 물류센터 조성은 도심 공공 유휴 부지 등을 활용하여 중소 물류업체가 이용하는 공동 물류시설을 공공에서 직접 설치 및 관리하는 정책으로 D2C로 유통공룡과 경쟁해야 하는 제조·유통기업과 중소물류기업이 협업을 통해 물류시설과 배송시스템을 공동으로 구축하는데 도움이 되는 사업으로 공공차원의 적극 지원이 필요하다.

이상근(ceo@sylogis.co.kr)
-산업경영공학박사 
-삼영물류(주) 대표이사(현)
-국토교통부  '국가물류정책위원회 정책분과위원'(현)
-국토교통부 규제심사위원  (현)
-인천지역 인적자원개발위원회 위원(물류분과위원장) (현)
-대한상공회의소 물류위원회 부위원장(겸 실무위원장) (현)
-국립 인천대학교 전문교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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