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손님은 왕이다. 진상 손님도 왕인가요?"
[취재수첩] “손님은 왕이다. 진상 손님도 왕인가요?"
  • 김민서 뉴스리포터
  • 승인 2021.07.06 14: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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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고객 무기로 전락한 배달앱 리뷰서비스
진상고객, 가게 순위 정하는 리뷰 이벤트로 점주 협박
배달 앱 본사 소극적 대응..해결방법 찾는 것이 급선무

[아웃소싱타임스 김민서 뉴스리포터] “악법도 법이라면 진상고객도 고객으로 봐야하나요?” 음식점을 향한 악성 리뷰와 별점테러 등 진상고객의 무기로 전락한 시스템에 매일 노심초사하며 영업을 해야 하는 소상공인이 늘어가고 있다.

배달 리뷰 한 건을 확인할 때마다 살얼음판을 걷는 것과 같은 기분으로 살아가야 하는 이들에게 배달 애플리케이션은 이제 지옥문처럼 여겨지고 있는 실정이다.

코로나19로 오후 10시 영업제한이 시행되고 난 이후로 술집, 카페 등 너나 할 것 없이 배달 경쟁에 뛰어든 탓일까. 요식업 배달애플리케이션 내에는 지역마다 편차는 있지만 수십, 수백 개의 업체들이 등록돼있다.

이처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사업주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얼마나 ‘상단에 가게가 노출되는가’다. 

상단에 노출될수록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 쉬워지기 때문에 매출을 늘리려면 반드시 업체 정보가 상단에서 확인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일부 광고를 제외하면 상단에 노출되는 기준은 소비자들이 등록한 리뷰와 별점이다. 당연히 사업주들은 리뷰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 

그런데 판매자들이 가게 리뷰에 민감하다는 점을 악용해 이른바 ‘진상 요구’를 이어가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사업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진상 요구를 이어가는 이들은 리뷰나 별점을 빌미로 무리한 서비스를 요구하거나 고의적으로 트집을 잡아 환불을 요구하기도 한다. 얼마전 사회적인 공분을 샀던 새우튀김 진상 고객 사건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빚어진 일화 중 하나다. 

문제는 이와 같은 진상고객, 블랙컨슈머가 늘어가고 있음에도 이에 대한 책임은 누구에게도 없다는 사실에 있다. 배달 어플리케이션을 운영하는 업체 측에서는 악성 리뷰 관리나 업체 사업주 보호에는 소홀하기 때문이다. 

점주들과 소비자들을 중재해줘야 할 배달 애플리케이션 업체들이 진상고객으로 인한 문제의 해결 방법을 내놓지 않고 있는 것. 일각에서는 진상 고객도 결국 매출을 올려주고 앱을 사용하는 고객이기 때문인 것이냐는 비판도 나온다.

실제로 새우튀김 환불 항의로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았던 업주가 뇌출혈로 사망에 이르게 된 사건에서도 유가족은 쿠팡이츠의 소홀한 반응과 업주에 불합리한 대처가 화를 키웠다고 주장했다. 

쿠팡이츠를 운영하는 본사는 이후 사과문과 재발 방지대책을 발표했으나 이미 안타깝게 세상을 등진 업주가 돌아올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이와 같은 소식이 전해지면서 배달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하고 있는 사업주들은 “자신도 겪을 수 있었던 일”이라고 공감하며 운영 업체가 사전에 방지책을 마련했다면 막을 수 있는 사고였다는 사실에 격노했다.

배달어플리케이션은 돈을 지불하고 음식을 주문하는 소비자에게 초점이 맞춰진 탓에 그동안 등록된 영업점, 사업주 보호에는 인색해왔던 게 사실이다. 

사회적으로도 배달 대행 기사들의 질 나쁜 행동들로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의 소식이 먼저 알려진 것도 어쩌면 다수의 위치에 있는 소비자에 그 초점이 맞춰진 까닭일 수 있다. 그러나 플랫폼은 한 쪽의 축이 불균형하게 비대해진다면 원활한 운영이 불가능하다. 

공급자와 수급자 양 쪽의 축이 적정선을 유지해야 서비스 질과 가격 유지 면에서 공생 관계를 이룰 수 있다. 비대면 서비스가 확대되면서 배달 앱 시장이 점차 커지고 있는 가운데, 소비자 뿐 아니라 공급자의 위치에 있는 업체 점주들에 대한 보호책이 시급한 이유다. 

적어도 소비자라는 위치를 ‘갑’으로 활용하려는 진상 고객들이 리뷰나 별점을 무기로 삼지 않을 수 있을 만한 방책이 반드시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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