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안내] '반박하기 어려운 호소문' 우리는 독점 기업 시대에 살고 있다
[신간안내] '반박하기 어려운 호소문' 우리는 독점 기업 시대에 살고 있다
  • 김지수 뉴스리포터
  • 승인 2021.07.06 15: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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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부터 교도소까지, 대기업 권력 시대의 삶
우리 삶 속의 독점 기업, 그리고 요구되는 시민의 행동
우리는 독점 기업 시대에 살고 있다(데이비드 데이옌 지음, 열린책들 펴냄)

[아웃소싱타임스 김지수 뉴스리포터] 지금으로부터 그리 멀지 않은 시간 2020년의 미국은 6개 주요 은행이 자금 대부분을 통제하고, 4개 항공사가 승객들을 미국 각지로 실어 나르며, 4개 주요 이동통신사가 통신망을 독점한다. 몸이 아프면 3대 약국 중 한 곳으로 가야하고, 병원 치료에 필요한 거의 모든 용품을 거대 의료업체 가운데 한 곳이 공급한다. 

스위스의 ‘네슬레’라는 한 기업이 2000개가 넘는 브랜드를 소유하고, 힐튼 호텔은 6대륙에 17개 브랜드 아래 5,500개 호텔 건물을 거느린다. 

‘단순 여행 산업만, 식품 산업만 독점 기업이 있는 게 아닐까?’ 우리는 의문을 품지만, 이 책에서는 ‘독점 기업이 단순히 한두 산업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명확히 짚어준다. 

독점 기업은 전 산업에 걸쳐 만연하고, 그 결과 이제 우리가 먹고 쇼핑하고 서비스를 받는 모든 것에 대한 선택권이 독점 기업의 영향력 아래 놓여 있다고 말해준다. 그러면서 각 산업별 대표적인 독점 기업의 목록과 수익 구조, 독점 기업을 둘러싼 이해관계의 세력을 꼼꼼하게 들여다본다. 

어떤 대기업이 어떤 식으로 한 산업의 꼭대기에 올라섰는지, 어떤 방식으로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는지, 왜 인수합병이 증가하고 워런 버핏 같은 투자자들이 독점 기업을 사 모으는지, 우리 시대가 어쩌다가 독점 기업의 전성시대를 맞게 되었는지 명료한 이해를 돕는다. 

그리하여 오늘날 한 줌의 기업이 보통 사람들의 삶의 질을 결정하는 경악스러운 현실 속에서,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분명한 길을 제시한다.

미국의 탐사 보도 기자이자 이 책의 지은이 데이비드 데이옌(David Dayen)은  독점 기업이 지배하는 미국 사회를 예리한 시선으로 들여다본다. 풍부한 일화와 유쾌한 서술로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쉽게 설명하며, <기업 독점>을 우리 시대의 중대한 화두로 부각시킨다.

저자는 올바른 경쟁이란 ‘혁신의 씨앗을 뿌리며 경제를 보호하고, 민주주의가 번성하게 해주는 것’이라 강조한다. 그러나 미국의 40대 대통령이었던 레이건의 시대 이후 40년간 독점 규제를 방치한 결과, 소비자 물가가 오르고, 노동자 임금은 줄고, 소비자의 선택지가 점점 좁아지고, 경제의 혁신과 성장이 멈춰 섰다고 말한다.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같은 거대 정보 기술 기업이 지배력을 키워 가고, 이제 신생 기업들의 혁신을 가로막는 새로운 장벽을 쌓고 있다.

여기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미국은 이미 과거에 독점의 위협과 공정 거래를 가로막는 대기업의 횡포에 직면한 바 있고, 잘못된 관행을 규제하고 독점을 제어할 수 있는 법률과 제도를 두루 갖추고 있다. 

저자는 ‘결국 문제는 그것을 실행할 수 있는 정치’라고 말한다. 독점의 힘 앞에 무기력한 정부를 일으켜 세울 수 있는 건 ‘시민의 의식과 행동’이라며 “독점은 가장 근원적인 문제, 즉 권력의 문제이며, 이 문제를 해결하면 다른 모든 문제를 해결할 길이 열린다”고 주장한다. 

이처럼 저자는 독점 문제를 분명한 시대적 과제로 삼고, 반독점 운동의 새 불을 지피자는 주장을 펼친다. 

이 책을 읽고 난 여느 평범한 날에 도시 속을 거느리다 보면, 어느 순간 책에서 말했던 독점기업이 내 눈길이 닿는 모든 곳에서 발견될지도 모른다. 그리고는 독점기업들을 규제할 수 있는 법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힘을 쓰지 못하는 정부를 원망하기보다, 저자가 주장했던 시민의 깨어있는 의식과 행동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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