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청소년 배달라이더, “그만둬”보단 “이렇게 해“ 방법 제시해야
[이슈] 청소년 배달라이더, “그만둬”보단 “이렇게 해“ 방법 제시해야
  • 김지수 뉴스리포터
  • 승인 2021.07.06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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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 오토바이’ 청소년 노동자에 경제적 부담으로 전락
산재보험 당연 가입대상에 제외된 배달라이더..청소년 노동 사각지대
현장에 맞는 노동자의 권리, 현장 사고 대처 교육 절실
사회로 나가는 청소년 배달라이더에게 노동법 교육은 중요하다.
사회로 나가는 청소년 배달라이더에게 노동법 교육은 중요하다.

[아웃소싱타임스 김지수 뉴스리포터] 공부도 해야 하고 치열하게 학원도 다니고 미래에 대해서도 고민하는 모습. 이게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청소년의 모습이다. 하지만 현실 속 일부 청소년은 우리 생각과는 사뭇 다른 삶을 살고 있다. 돈이 부족해 일찍이 경제활동을 시작해야하는 청소년들이 있는 까닭이다. 

용돈이 부족하거나 당장의 생계를 위해 노동 시장에 일찍 뛰어든 청소년들에게 ‘하고 싶을 때 하는 알바’, ‘시간나면 하는 알바’, ‘비교적 힘들지 않은 알바’는 달콤한 유혹이다. 학교를 다니면서 할 수 있다는 장점이 크기 때문이다. 오토바이를 탈 줄 알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배달 아르바이트, 그 허울 속에서 청소년들은 어떤 위치일까.

■리스 오토바이 고장은 청소년 몫
배달 노동에 종사하는 이들 중 자신 소유 오토바이가 없는 경우 배달 대행 업체에서 오토바이를 대여할 수 있다. 이렇게 빌린 오토바이를 보고 ‘리스’라고 하는데, 리스 오토바이에 대한 비용은 빌린 이가 달마다 갚아나가는 구조다. 이에 더해 사고가 발생해 오토바이가 망가지게 될 경우, 사고처리비용과 오토바이 수리비 역시 모두 빌린 이가 떠안게 되는 실정이다. 

실질적으로 청소년이 오토바이를 개인 명의로 소유하기는 경제적으로 역부족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청소년 배달 노동자가 오토바이를 리스하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 리스 오토바이는 청소년들이 쉽게 배달 산업에 뛰어들 수 있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소유 오토바이가 없어도 빌려서 갚으면 된다는 생각을 유도하기 때문이다. 보통 하루 리스비(대여비)는 2만~3만 원이며 한 달을 리스할 경우 60만 원 이상이 청소년 노동자가 부담하게 된다. 

리스 오토바이는 리스비나 수리비 등 비용적인 문제 외에도 제대로 된 안전 점검이 부족해 생명까지 위협하고 있다.

청년 유니온이 제시한 정책자료 중 한 청소년 배달노동자는 “코로나 2.5단계 되고 폭우도 많이 와서 도로가 물에 잠겼을 때 배달이 밀려 너무 바빴는데 그날 내리막길에서 브레이크가 안 먹혀서 죽을 뻔 했어요”라 전하기도 했다.

이처럼 빌린 오토바이로 인해 생명에 위협이 됨은 물론이며, 자꾸만 고장 나는 오토바이를 수리하느라 수리비를 한껏 떠안게 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위험하고 부당한 상황 속에서 청소년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어린 나이 탓이다. 청년 유니온이 진행한 설문조사에 참여한 이들은 본인이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비교적 번거로운 주문을 강제로 배치하거나 혹은 출근을 했음에도 갑자기 쉬라고 하는 등 타 배달노동자에 비해 부당한 이유로 차별을 당한다고 말했다.

군포시 청소년 노동인권 실태조사에 따르면 6개월에서 12개월가량 배달노동을 한 경험이 있는 면접 대상자 9인 모두 ‘너 몇 살이야’라는 말을 듣지 않은 학생은 없었다.

똑같은 노동조건에서 똑같은 일을 하지만 나이 때문에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하는 상황인 셈. 이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선 적절한 청소년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상담과 업장 및 현장 감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배달라이더가 청소년일 경우, 보험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배달라이더가 청소년일 경우, 보험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배달라이더는 특고종사자...고용보험과 산재보험도 사각지대
직무 특성상 상해 발생률이 높은 배달노동자에게 산재보험은 필수적이다. 산재보험 가입 없이 상해가 발생한다면 자신의 치료비 외에도 수리비나 보험비 등 개인이 부담하기 힘든 돈을 물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산재보험은 산재 근로자와 그 가족의 생활을 보장하기 위하여 국가가 책임을 지는 의무보험이다. 이는 국가가 사업주로부터 보험료를 징수하여 그 재원으로 산재 근로자에게 보상해주는 제도이다. 

따라서 근로자 본인의 과실로 사고가 발생했다 하더라도 해당 근로자뿐만 아니라 근로자가 회복하기까지의 경제적 부담이 덜하도록 지원해준다. 이는 근로자라면 꼭 필요한 의무보험이며, 근로복지공단 자료에 의하면 근로자를 1인 이상 고용하는 모든 사업장은 고용·산재 보험에 가입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배달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 상 특수형태고용종사자로 분류돼 근로자로 보지 아니한다. 즉, 프리랜서나 1인 사업자로 분류되기 때문에 산재보험 의무가입 대상자가 아니다.

특수고용형태 종사자에 대한 고용보험 및 산재보험 가입에 대한 형평성 문제가 불거지자 고용노동부는 입법 보완을 통해 올해 7월 1일부터 일부 특고 종사자도 고용 및 산재보험 의무가입 대상자로 지정했지만, 여기서도 배달 라이더는 의무대상자에 포함되지 않아 여전히 사각지대 속에 놓여있다.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법안은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전부나 다름없다. 이 법의 제 67조에 의하면 배달 앱 업체는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안전조치를 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에 대한 단속이나 감시는 미비한 실정이라 법 테두리 밖에서 방치되고 있는 경우가 다수다. 

퀵서비스 업종을 포함한 일부 플랫폼 노동자의 경우 내년 1월 1일부터 고용보험 및 산재보험 의무가입 대상자에 포함된다. 그러는 동안 수많은 청소년 라이더들이 어른들이 만들어 둔 법의 테두리 밖에서 안타까운 사고에 시름하고 있다. 

■ 청소년 대상 현장에 맞는 노동법 교육 진행해야
청소년 근로 환경이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것만큼 문제가 되는 사실은 청소년들에게 제대로 된 노동법 교육을 제공하는 사례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현실이다. 

청소년 라이더의 경우 사고 발생 시 생명과 직결되는 일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안전교육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을 제공하고 있는 업체에서조차 제대로 된 안전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 

청년유니온이 제시한 ‘군포시 청소년 노동인권 실태조사’에 따르면 청소년 라이더들은 업체로부터 공식적인 안전교육을 받았는지에 대해 물은 결과, 응답자 절반 이상인 53.5%가 받은 경험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업체로부터 공식적인 안전 교육을 받았는지 여부를 나타내는 표다. (사진 출처: 청년 유니온 ‘군포시 청소년 노동인권 실태조사’ 정책 자료)
업체로부터 공식적인 안전 교육을 받았는지 여부를 나타내는 표다. (사진 출처: 청년 유니온 ‘군포시 청소년 노동인권 실태조사’ 정책 자료)

이런 문제는 단지 청소년 라이더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다양한 업종에서 노무를 제공하고 있는 청소년 노동자 다수가 노동법에 대해 무지한 경우가 많다. 근로계약서 의무 작성 사항이나, 근로기준법에서 제시하고 있는 노동자의 권리에 대해 누구 하나 알려주는 이가 없다보니 악질적인 사업주를 만난다면 여지없이 피해를 입곤 하는게 청소년 노동자들의 현 상황이다. 

청소년들이 이른 나이에 노동 시장에 뛰어든 데는 각자의 사정이 뒤따른다. 누군가는 단순한 용돈벌이일 수도 있으나 누군가에겐 당장 생계가 직결된 문제일 수도 있다. 때문에 돈이 필요해 노동 시장에 뛰어든 청소년에게 ‘이런 아르바이트는 위험하니 하지마라’는 충고보단 노동자의 노동인권교육과 사업장의 안전 관련 의무교육이 우선돼야 한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 6월 10일, 여야 국회의원 전원에 서한을 보내 청소년 노동자 관련 법 개정을 공식 요청하면서 “노동은 곧 삶이고 누구나 안전한 환경에서 존중받으며 일할 자격이 있다는 것을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이 반드시 배워야 한다”고 밝히며 청소년 노동권 존중에 목소리를 더하기도 했다.

청소년의 노동은 소복하게 쌓인 눈에 발자국을 남기듯 그들에게 뚜렷한 기억으로 남는다. 이제 막 사회로 한 걸음 내딛는 사회초년생에게 신체적인 위협이나 부담이 있다면 좋지 않은 기억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청소년 노동자에 대한 보호가 시급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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