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악덕 사업주 배불리는 수단 전락한 5인 미만 사업장 보호, 꼼수 만연
[이슈] 악덕 사업주 배불리는 수단 전락한 5인 미만 사업장 보호, 꼼수 만연
  • 손영남 기자
  • 승인 2021.09.28 14: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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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안 따라도 처벌 안 되는 점 악용
부당 해고 남발, 각종 수당 미지급 목적으로 사업장 쪼개기 횡행
영세 사업자의 경영상 애로를 희석시켜주기 위해 실시되는 5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기준법 적용 제외 조항을 악용하는 사례들이 끊이지 않고 있어 이에 대한 주의가 요망되고 있다.
영세 사업자의 경영상 애로를 희석시켜주기 위해 실시되는 5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기준법 적용 제외 조항을 악용하는 사례들이 끊이지 않고 있어 이에 대한 주의가 요망되고 있다.

[아웃소싱타임스 손영남 기자] 영세 사업자의 경영상 애로를 희석시켜주기 위해 실시되는 5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기준법 적용 제외 조항을 악용하는 일부 악덕 기업주의 행태가 여전해 이에 대한 시정이 요구되고 있다.

사업장 쪼개기나 노동자를 사업자로 둔갑시키는 등의 수단을 통해 가짜 5명 미만 사업장을 만들어 법망을 피해 가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 정부 부처와 관계 기관이 이를 엄벌하겠다며 엄포를 놓고 있지만 여러 이유로 제대로 이를 적발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이같은 시도를 이어가는 사업자들이 적지 않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결국 이로 인한 피해는 노동자들에게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 부당해고는 물론이고 각종 수당 떼먹기 등이 지금까지의 피해였다면 내년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법이 근로자 5인 미만 사업장을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함에 따라 이 부분과 관련된 가짜 5인 미만 사업장 만들기가 늘어날 것으로 보여 각별한 주의가 요망되는 형국이다.

■ 영세업체 경영난 막겠다는 선의의 의도 무색해
가짜 5명 미만 사업장이 나타나는 이유는 근로기준법 11조 “이 법은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한다”는 차별조항 때문이다. 이 법 조항이 아니었다면 사업자들이 굳이 번거로움을 무릅쓰고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을 만들 이유는 없다.

사업주는 서류상 5명 미만이라는 이유로 노동자들의 연차휴가를 인정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마음에 들지 않는 노동자를 해고하는 등 위법·부당한 행위를 거리낌없이 저지를 수 있으니 약간의 경비와 다소간의 수고로움을 감내하는 것이다. 

오죽 하면 가짜 5명 미만 사업장을 만들어 주는 노무법인까지 있을 정도라니 그 심각성이 단순히 용인할 수준이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지난해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한 364만 8천여명 가운데 132만 4천여명(36.3%)은 최저임금도 받지 못했을 정도로 열악한 형편이지만 근로기준법 11조 때문에 이런 불공정함을 개선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근로기준법 11조가 영세업체의 경영난을 격감시켜주기 위한 선의의 의도에서 제정된 것이긴 하지만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지금이라면 개정의 필요성은 차고 넘친다.

지난 4월, 노동단체인 ‘권리찾기유니온’이 발표한 가짜 5인 미만 사업장 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그런 생각은 더욱 공고해진다. 권리찾기유니온이 조사한 80개 사업장의 실태를 보면, 하나의 사업장을 서류로만 2개 회사로 쪼갠 경우가 73.8%나 됐고, 심지어 10개 이상으로 쪼갠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상시 노동자를 임시직이나 사업소득자로 둔갑시켜 법 적용을 피해가는 수법도 절반 가까운 사업장(43.8%)에서 확인됐다. 

이들 사업장에서는 부당해고가 함부로 자행될뿐더러, 4대보험에 가입하지 않거나 초과근로수당과 연차휴가를 지급하지 않는 일이 당연한 것처럼 벌어지고 있었다. 모두가 5인미만 사업장이기 때문에 일어날 수 있는 만행이었다.

■ 노동자가 직접 사실 증명해야 하는 불합리함 개선 시급

노동단체인 ‘권리찾기유니온’은 가짜 5인 미만 사업장 실태와 관련한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기자회견 모습. 사진제공 권리찾기 유니온
노동단체인 ‘권리찾기유니온’은 가짜 5인 미만 사업장 실태와 관련한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기자회견 모습. 사진제공 권리찾기 유니온

이런 악습이 끊어지지 않는데는 사업자의 비양심과 함께 허술한 처벌 구조도 한 몫을 거들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가짜로 5인 미만 사업장을 만들어 운영하다 걸려도 딱히 처벌 규정은 없다는 것. 

다만 실제 5인 이상 사업장인 것이 확인됐는데, 연차 미지급, 임금체불, 부당해고 등이 확인됐다면, 이에 대한 처벌은 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이때의 처벌이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을 만든 것에 대한 처벌이 아니라 연차를 안줘서, 임금을 체불해서 처벌할 뿐이라는 얘기다. 

더 황당한 것은 이로 인한 피해를 입은 노동자가 억울함을 호소해도 실제 그를 밝혀내는 것은 쉽지 않다는 점이다. 회사가 '실제로는 5인 이상 사업장'이라는 것은 근로자가 입증해내야 하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러니 일부 사업자들이 회사를 서류상으로 쪼개면서까지 5인 미만 기업을 유지하려고 애쓰는 것. 굳이 부당해고나 수당 미지급 등의 명확한 붑법 자행뿐만이 아니라 또 다른 혜택도 적지 않은 것이 5인 미만 사업장이다. 

현재 정부는 5인 미만 사업장일 경우 고용보험과 국민연금 등을 90%까지 지원해 주는 두루누리 지원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또 근로자 1인당 월 8만원을 지원하는 일자리안정자금도 받을 수 있다. 근로자를 개인사업자로 위장해 5인 미만 사업장을 만들었다면 세금을 근로자에 전가할 수도 있다. 기존에 일하던 직원을 새로 고용한 것처럼 꾸며 각종 고용창출 관련 지원금을 받는 경우도 있다. 

물론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으로 지원금을 받은 것이 밝혀지면, 부정수급에 해당해 다시 돌려줘야 하지만 이를 밝히기는 쉽지 않다.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한 근로자가 근로기준법 위반 사례를 신고하더라도, 이를 밝히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니, 이 사이 회사는 근로자에게 돈을 주고 합의해 사건이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사단법인 직업상담협회 신의수 이사는 "일부 사업자들이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을 꾸며내는 이유는 명확하다"며 "국가 재원이 진짜 필요한 영세한 사업장에 가지 못하고 세금이 부당하게 사용되는 것이고, 매출액 쪼개기는 곧 탈세로 이어진다"고 지적하며 이의 시정이 시급함을 호소했다.

그러나 단시일내에 이것이 고쳐질 가능성은 극히 낮은 것이 사실이다. 정치권은 물론이고 아직 법원에서도 이의 부당함을 고치려는 시도가 드문 탓이다. 소규모 사업장에 각종 규제를 도입하면 사업 자체가 망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발동된 5인 미만 사업장에 예외 조항에 대해 1998년 헌법재판소는 "영세사업장의 열악한 현실을 고려하고, 근로감독 기능의 한계를 고려한 나름의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판단했고 그는 지금까지 유효한 상태다.

5인 미만 사업장까지 근로기준법을 예외없이 모두 적용해야 한다는 얘기는 꾸준히 나왔음에도 쉽게 개선되지 못하는 것은 사회 각층의 이해관계가 얽혀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강은미 정의당 의원,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로기준법을 확대 적용'하는 법안을 발의했지만 국회의 벽을 넘지 못한 것도 따지고 보면 법안 발의 소식에 벼락같이 들고 일어선 소상공인연합회 등의 반발이 컸던 것에서 짐작할 수 있다.

다양한 국민의 목소리를 수렴하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꼭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그 목소리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이해시킬 지는 정부가 오롯이 책임져야 할 부분이다. 현재처럼 최하층 노동자의 권리를 앗아가는 근로기준법 11조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없다면 노동자들은 누구를 믿고 일할 수 있을 것인지 되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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