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청년창업 부추긴다더니 청년폐업만.. 유명무실 청년몰 실태
[초점] 청년창업 부추긴다더니 청년폐업만.. 유명무실 청년몰 실태
  • 손영남 기자
  • 승인 2021.10.29 09: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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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 붐 일자 전국 지자체 앞장 서 참여.. 후속 지원 미미해져
차별성 없는 요식업 위주 구성이 발목.. 청년몰 대신 중년몰로 변신
우후죽순 생겨났던 전국 청년몰들이 쇠락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 사진은 점심시간임에도 텅 빈 ‘이화 52번가’ 골목. 곳곳에 임대문의만 초라하게 걸려있어 청년몰의 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우후죽순 생겨났던 전국 청년몰들이 쇠락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 사진은 점심시간임에도 텅 빈 ‘이화 52번가’ 골목. 곳곳에 임대문의만 초라하게 걸려있어 청년몰의 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아웃소싱타임스 손영남 기자] 전통시장 활성화와 청년 창업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며 시작한 청년몰 사업이 초반의 반짝 호황세와는 달리 심각한 경영난에 빠져 존폐의 기로에 처하고 있다.

마치 유행이라도 된 양 각 지자체들이 너나할 것 없이 야심차게 도입한 청년몰 사업이 소리소문없이 폐업의 운명에 처한 것. 청년몰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예사고 청년몰이 아닌 중년몰로 모양을 달리한 곳도 적지 않다.

청년몰 쇠락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먹거리 위주의 단순 창업이 야기한 부실한 준비를 꼽는 이들이 많다. 거기에 코로나19까지 겹치자 더 이상의 경쟁력 확보에 나서지 못한 것이 직격탄이 되어 돌아왔다.

특별한 경쟁력 없이 시류에 편승해 차린 요식업이 오래 갈리는 만무. 입지 자체도 뛰어나지 못한 데다 초반 기대를 걸었던 지자체들이 성과 창출에 실패하지 지원 규모를 줄인 것도 청년몰 실패의 원인으로 거론된다.

그러나 모든 청년몰이 다 이런 것은 아니다. 일부긴 해도 몇몇 청년몰은 탈출구를 찾기 위해 노력한 끝에 소기의 성과를 과시하기도 한 것이다. 결국 청년몰 성공의 가장 큰 열쇠는 청년들의 의지에 달려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쇠락해가는 청년몰의 해법을 찾는 이들에게 귀감이 될법한 대목이다.

■ 전국 청년몰 중30% 이상이 폐업 러시 동참
조사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평균적으로 전국의 청년몰 3곳 중 1곳은 이미 폐업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전국 39곳 672개 청년몰 점포 가운데 175개가 문을 닫았다는 조사가 그 증거다.

시장에 따라서는 단 한군데도 살아남지 못한 곳마저 있을 정도로 남아있는 청년몰들도 악전고투를 경험하기는 별반 다를 바 없다. 사업 초기 지자체의 화끈한 지원과 각종 언론 매체의 홍보를 등에 지고 반짝 호황을 누렸던 것에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라는 말이 새삼스러울 지경이다.

청년창업 촉진과 전통시장 활성화라는 명분 하에 성공적 사업으로 자리할 것이라는 기대가 무색해진 원인은 무엇일까. 몇가지 이유가 주범으로 거론되기는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제대로 된 준비 없이 졸속적으로 진행된 때문이 가장 유력하다. 

청년 일자리 늘리기라는 국책 사업에 동참해야 한다는 조급함 때문에 성과 위주의 사업 진행에만 목을 멘 탓이다. 만들고만 보자는 식의 발상은 사후관리 등에 미처 시선을 돌리지 못하는 우매함을 야기시킬 수밖에 없었고, 이밖에도 요식업 위주의 단순 창업, 전통시장의 노후화된 입지 요건, 기존 상인과의 마찰 등 다양한 장애물이 청년 사업가들의 발목을 잡았다는 지적이다.

세종대 경영학부 박홍진 교수는 “청년몰 조성사업은 전통시장 활성화와 청년 일자리 창출이라는 긍적적 취지에도 불구하고 청년 상인들의 경험 부족과 침체된 전통시장의 열악한 입지조건 등으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면서 “청년 상인들의 안정적인 정착과 사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사후관리는 물론, 컨설팅 및 기술지도, 영업마케팅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활용해 문제점을 시급히 보완해야 한다”고 향후 과제를 제시했다.

박교수의 지적대로 청년몰 사업은 태생적인 문제를 안고 있던 게 사실이다. 중·장년층이 주요 고객인 전통시장과 청년몰의 정체성 충돌, 고객들의 발길을 붙잡지 못하는 일회성 메뉴의 한계, 불편한 주차문제 등이 소비자 유인에 걸림돌로 자리할 것이라는 지적이 있었지만 그에 대한 뚜렷한 대책도 없이 마구잡이식 청년몰 조성에 나선 것이 문제였다.

의기양양하게 출발한 청년몰이 생각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자 지자체들이 한발 물러선 자세를 취한 것도 문제였지만 더 큰 문제는 청년몰 설립의 주체인 청년들의 안일한 발상이 자리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 배달·온라인 판매·신제품 개발 등 포스트코로나 생존전략 모색해야

야심차게 출발한 대전 청년몰 청년구단이 올 6월 문을 닫았다.
야심차게 출발한 대전 청년몰 청년구단이 올 6월 문을 닫았다.

갑작스러운 코로나19 확산에 기존의 골목상권마저 흔들리는 와중이지만 청년몰 관계자들은 이에 따른 적절한 대응책 마련에 수동적이었다는 비판이다. 

지난 2019년 요식업계의 마이다스 손으로 불리는 백종원 대표는 방송을 통해 대전 동구 원동 전통시장인 ‘중앙 메가프라자’ 20개 점포를 청년에 임대하는 청년구단 사업의 조력자로 나선 바 있다. 당시 백대표는 청년 사업가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전수하며 청년몰 사업의 성공을 견인하려 애쓰기도 했다.

그러면서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당시 백대표는 "한 가게에서 다양한 메뉴를 취급하면 다른 가게와 중복되기 때문에 그 청년몰은 끝난 셈이다. 반드시 2~3년 있으면 주저앉을 것"이라며 위기 위식을 고취시키려 애썻다. 또한 그는 낮은 임대료에도 불구하고 높은 가격을 책정한 청년 사장들에게 채찍을 날리기도 했다.

그러나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 방송 이후 다시 찾은 대전 청년구단들은 백 대표의 경고를 수용한 경우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올해 6월 대전 청년구단은 문을 닫았다. 2017년 6월 출발한 지 4년 만의 일이다.

이는 비단 대전 청년몰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국에 산재한 청년몰 대부분이 비슷한 상황에 처해있는 것. 이대로라면 나머지 청년몰 역시 대전의 전철을 밟을 공산이 크다. 결국 막대한 예산을 들였지만 졸속 행정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청년몰 사업은 실패한 국책 사업이라는 불명예를 안을 것이 유력한 상황이다.

그러나 마냥 낙담할 상황만은 아니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일부 청년몰이 보여준 사례가 청년몰 존속의 단초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남 진주 지하도상가 청년몰의 경우가 그 예다. 이곳 청년몰은 20개 점포 중에 19개 점포가 성업 중일 정도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 곳 역시 타 청년몰과 유사하게 초창기에는 많은 어려움을 겪은 전례가 있다. 

다른 청년몰처럼 별 다른 위기의식 없이 대처했다면 이곳 역시 청년몰 폐업의 길로 접어들었을 가능성이 농후했다. 그러나 이들은 달랐다. 위기 상황임을 인식한 청년상인들이 저마다 온라인 판로를 개척하고, 주변 상권과의 연계와 홍보를 통해 상권 활성화에 나선 것. 그 결과가 보여준 것은 타 청년몰과의 차별성이었다.

청년몰 설립은 틀림없이 좋은 취지에서 비롯된 것임이 분명하다. 그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정부와 관계기관이 힘을 보태야 하는 것 또한 필수적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당사자라 할 청년 상인들이 스스로의 경쟁력 강화에 힘을 쏟아야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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