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익 컨설턴트의 소소한 일상이야기31] 고개 숙이지 마라
[한상익 컨설턴트의 소소한 일상이야기31] 고개 숙이지 마라
  • 편집국
  • 승인 2021.08.03 05: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상익
푸른소나무 life plan consulting 대표
재취업지원 컨설턴트
한국생애설계사(CLP)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20 도쿄 올림픽이 우여곡절 끝에 1년이 연기되어서 올해 개최가 되었고 이제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다. 

개최되기 전까지 일본 내에서뿐만 아니라 참가국 모든 나라에서도 찬반 의견이 분분했었고, 나 자신도 분명한 입장을 지니지 못했다. 

아직도 기승을 부리는 코로나 감염을 생각하면 전 세계에서 몰려들 선수단과 관람객들을 통한 코로나 전파와 확산이 우려되기도 하지만, 4년 아니 이번 경우에는 5년을 오직 올림픽 경기 출전을 위해 수많은 눈물과 땀을 흘리며 준비했을 선수들을 생각하면 어떻게라도 대회를 개최해야 할 거 같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하여간 올림픽을 통해 경제 부흥과 재도약을 하려는 일본 정부의 목표는 이루기 어렵게 되었지만, 조금이나마 손실을 줄이고, 올림픽 경기를 통한 정치 경제적 반전을 꾀하기 위해 일본 정부는 올림픽 사상 유례가 없는 무관중 경기를 천명하며 마침내 올림픽 경기를 개최했다. 

이로 인해 입장 수입에서만 거의 1조 원 가까이 손해를 보았다고 하지만 일본 정부의 결단으로 올림픽 경기가 개최되어 선수들이 그동안 흘린 땀과 눈물을 조금이나마 보상받을 수 있게 된 것은 다행스럽게 생각된다.

어렵게 올림픽이 열리고 무관중 경기로 열기는 여느 올림픽 대회만큼 뜨겁지는 않지만, 그래도 올림픽 경기가 가져다주는 감동과 이야깃거리는 코로나로 인해 지치고 힘든 우리들의 마음을 위안해 주기 충분했다. 

특히 우리나라 선수들이 메달을 따는 모습이나 극적으로 경기를 뒤집는 경기를 손에 땀을 쥐어 가며 보면서 우리는 한여름의 무더위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었다.

모든 시합이 다 그렇겠지만 올림픽 경기를 생각하면 어떨 때는 참 잔인하고 냉정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4년 넘게 준비하고 자기 나라에서 치열한 경쟁을 통해 국가 대표로 선발되어 출전했지만, 단 몇 시간, 또는 몇 분 심지어 몇 초 만에 승패가 갈리기 때문이다. 

그나마 조별 리그를 거치는 몇몇 단체 경기들은 시합을 여러 번 할 수 있는 기회라도 있지만, 개인 종목들은 예선전을 통과하지 못하면 바로 탈락하게 되어 몇 년간의 노고가 단 한 판 대결로 결정 나게 되니까 참으로 냉혹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남자 100m 경기는 단 10초 이내에 승부가 결정 나게 되니 그 10초를 뛰기 위해 4년 넘게 땀과 눈물을 흘렸을 선수들을 생각하면 숙연해지기까지 한다.

미국 아이오와 대학교 연구팀이 재밌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안드레아 루앙라스 교수가 이끄는 이 연구팀이 2000년 시드니 대회부터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까지 5번의 하계 올림픽에서 시상대에 오른 메달리스트들의 사진을 표정 자동 분석 소프트웨어를 통해 분석하여, 동메달을 딴 선수들이 은메달을 획득한 선수보다 더 표정도 밝고 더 큰 기쁨을 느낀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물론 가장 행복해하는 건 당연히 금메달을 성취한 선수들이었다.

이 결과에 대해 연구팀은 두 가지 이유를 들었다. 하나는 은메달을 딴 선수들과 동메달을 딴 선수들의 비교 잣대가 다르다는 것이다. 은메달을 딴 선수들은 금메달을 딴 선수와 비교하면서 조금만 더 잘했으면 내가 금메달을 딸 수 있었을 텐데 하며 아쉬워하는 반면에, 동메달을 딴 선수들은 메달을 따지 못한 선수들을 생각하면서 동메달이라도 딸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하며 더 기뻐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은메달리스트와 동메달리스트의 기대치가 다르다는 것이다. 은메달리스트의 경우에는 실제 기량보다 더 높은 기대치를 갖고 대회에 임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에 행복감이나 기쁨에 영향을 미쳐서 자신의 결과에 만족하지 못하게 된다고 한다. 

하지만 동메달리스트의 경우에는 자신의 평소 기량보다 더 잘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동메달이라도 딴 것에 대해 만족하고 기뻐한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시상대에 오른 선수 중에는 금메달리스트와 동메달리스트는 환하게 웃으며 기쁨을 만끽하는 반면에 은메달리스트는 아쉬움과 미련으로 인해 종종 머리를 숙이고 있는 걸 볼 수 있다. 

올림픽 역사상 우승을 한 금메달리스트가 고개를 숙이고 시상대에 오른 경우는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마라톤으로 우승한 손기정 선수밖에 없을 것이다. 

슈테판 밀러는 “어느 독일인의 글”에서 손기정 선수의 얼굴 표정을 “인간이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슬픈 얼굴”이었다고 쓰고 있다. 일제의 통치하에서 자랑스러운 조국의 태극기 대신에 일장기를 가슴에 달고 시상대에 오르면서 꽃다발로 일장기를 가리며 우승의 기쁨 대신 나라 잃은 설움을 대변하듯이 고개를 떨구고 있는 모습은 볼수록 가슴이 먹먹하고 숙연해진다.

2018년 AFC 대회에서 늘 예선 탈락이나 조별리그에 머물던 베트남 축구팀이 박항서 감독의 지도로 준우승을 차지했었다. 시합이 끝나고 라커룸에서 고개 숙이고 있는 선수들에게 그는 “고개 숙이지 마라. 우리는 최선을 다했고,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라고 말하면서 선수들을 격려한 일화는 유명하다. 

비록 우승은 하지 못했지만, 최선을 다해 싸워 준우승했으니 실망하여 고개 숙이지 말고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는 것이다. 

이제 며칠 남지 않은 올림픽 경기에 임하는 모든 선수가 최선을 다하고 결과에 실망하거나 죄책감으로 고개 숙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비록 올림픽이라는 큰 대회에서 메달을 목에 걸지 못했을지라도 이미 그대들은 각 나라에서 제일 기량이 뛰어난 선수들로 뽑혀 당당히 국가를 대표하는 선수가 되지 않았는가. 

남들이 인정하든 안 하든 그대들이 흘린 땀과 눈물은 그대들만 알 것이니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하고 결과를 받아들이되 절대 고개 숙이지 마라. 이미 그대들은 누군가의 인생에서 영웅이기 때문이다. 

한상익(myhappylifeplan@gmail.com)
•푸른소나무 life plan consulting 대표
•재취업지원 컨설턴트
•한국생애설계사(CLP)/생애설계 전문강사 
•뉴질랜드 변호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