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길 CEO칼럼] 한국 양궁과 케냐 마라톤
[전대길 CEO칼럼] 한국 양궁과 케냐 마라톤
  • 편집국
  • 승인 2021.08.11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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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대   길
(주)동양EMS 대표이사, 수필가 
국제PEN한국본부 이사 

대한민국 양궁 올림픽선수단이 2020 도쿄올림픽에서 남녀단체전, 혼성전 금메달을 휩쓸며 세계 최강 신화(神話)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33년간 올림픽 여자단체전 9연패(連覇), 남자단체전 2회 연속 우승을 한 우리나라 양궁의 시작은 미약했다. 1959년, 서울 수도여고 체육교사였던 故. 석 봉근 대한양궁협회 고문이 청계천에서 줄도 없는 중고 활대를 구입해서 활쏘기를 연습한 게 양궁의 효시(嚆矢)다.

 서울 장충수영장에서 석 봉근 선생(맨 오른쪽 궁사)의 활쏘기 시범 
 서울 장충수영장에서 석 봉근 선생(맨 오른쪽 궁사)의 활쏘기 시범 

1970년대까지만 해도 미국이 선도하던 세계무대에서 한국 양궁은 비주류였다. 1988년 서울올림픽부터 한국 양궁은 압도적인 세계1위로 뛰어올라 수십 년간 정상을 지켜 오고 있다. 

중국 독일 러시아 등 스포츠 강국의 도전을 뿌리친 우리나라 양궁의 쾌거는 세계무대에서 진검승부를 벌리는 우리 기업들에게 가르침을 준다. 

그런데 40년째 세계 정상을 지키고 있는 한국 양궁의 핵심 키워드는 ‘원칙’과 ‘실력’이다. 기업경영도 다를 게 없다. 기업 경쟁력은 원칙과 실력, 기술력에서 나온다. 

30년 동안 세계 최강의 한국 양궁은 학벌과 파벌을 타파하기 위해 오직 실력만으로 평가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그 어떤 예외도 없이 이를 지켜오고 있다. 

토너먼트, 기록경기 등 다양한 방식으로 선수를 평가하는 양궁 국가대표 선발전은 6개월에 걸쳐 진행된다. 그래서 세계대회에서 금메달을 딴 선수들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하는 경우가 많다. 양궁에는 '추천 선수'라는 용어 자체가 없다.​

이번 2020 도쿄올림픽 대표 선발전에도 공정함은 그대로 적용됐다. 2016년 리우올림픽 때까지도 양궁 국가대표 8명에게 1차 선발전 자동출전권을 주었지만 지금은 그 특혜마저 없애버렸다. 

세계랭킹 1위는 물론 세계대회 금메달리스트라도 똑같은 출발선에 서서 'Zero-Base'에서 시작한다. 우리나라 양궁선수는 초·중·고교를 포함해서 약 2,000명이다. 그러나 이러한 선발 시스템 덕분에 한국 양궁이 세계 올림픽 9연패란 쾌거(快擧)를 이룰 수 있었다. 

2020 도쿄 올림픽에 처음 도입된 남녀 혼성전(混成戰) 6명의 선수를 어떻게 선발할지를 놓고 대한양궁협회는 고민했다. 먼저 나이와 경력 등 다른 요소는 고려하지 않았다. 오직 혼성전 당일 최고의 기량을 갖춘 선수에게만 출전 기회를 주었다. 

이로써 이번 도쿄올림픽 남녀 개인 예선 랭킹라운드에서 남녀 64명씩의 출전 선수 중에서 1위로 본선에 오른 신인에게 혼성전 출전 자격을 주었다. 

우리나라가 양궁 강국으로 우뚝 선 원동력은 ‘Know-How'의 축적이다. 어떤 훈련이 필요하며 어떤 정신력이 요구되는지 수십 년 동안 세계대회 출전을 통해 얻은 정보와 기술에 관한 Data를 축적해왔다. 

이는 철저한 준비와 점검, 리스크 관리, 독보적 기술력 확보와 공정한 경쟁과 선발 등의 Total System의 결과물이다. 세계 최강인 우리나라 양궁의 4가지 특성을 알아보았다. 

첫째, 철저한 Detail이다. 
대한양궁협회가 발행하는 ‘국가대표팀 운영 매뉴얼’은 그 분량이 700쪽을 넘는다. 선수들이 선수촌에 소집된 첫날 입어야 할 복장은 물론 신체검사를 위한 병원 예약 전화번호를 비롯해 지도자와 선수가 알아야 할 정보가 빠짐없이 들어 있다. 

매뉴얼 곳곳에는 과거 대표팀이 올림픽에서 겪은 어려움과 새로 터득한 Know-How 등이 담겨 있다. 선배들의 시행착오를 다시 겪지 않기 위해서다. 경기 전략도 철저한 과학적 분석을 토대로 마련된다. 

국제대회를 마칠 때마다 감독들이 작성하는 보고서에는 한국 선수와 상대 팀의 경기 기록부터 국가별 종합 전력 분석 등이 빽빽하게 적혀 있다. 특정 팀을 상대로 몇 점을 득점해야 승리 확률이 높아지는지에 대한 통계학적 분석까지도 포함되어 있다. 양궁 국가대표 선발과 전략 수립에 공정(公正)과 상식(常識)을 바탕으로 한다. 

대한 양궁협회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량과 전략에 안주하지 않고 실전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위험에 철저히 대비한다. 지난 5월에는 올림픽 경기가 열리는 일본 유메노시마 양궁장의 환경과 비슷한 전남 신안군 자은도에 훈련캠프를 차렸다.  강한 바닷바람에 대표팀을 적응하기 위해서였다. 

언론 대응 요령과 모의 인터뷰, 그리고 사진기자들의 셔터 소리에 적응하는 특수 훈련과정도 마련했다. 일본 도쿄의 무더위에 적응시키기 위해서 2020년에 미얀마 양곤으로 전지훈련을 다녀왔다. 

훈련은 현장에서 큰 빛을 발했다. 2020 도쿄올림픽에 출전한 외국 선수들 상당수는 예상보다 큰 카메라 셔터 소리에 당황해 하는 모습을 보였다. 예상보다 포토라인이 사로(射路)와 가까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3일 랭킹라운드에서 한국 선수들은 포토라인과 가까운 사선(射線)에 서서 시위를 당기면서도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정 의선 대한 양궁협회장의 활 쏘기>
<정 의선 대한 양궁협회장의 활 쏘기>

둘째는 대한양궁협회가 선수 지원에만 집중할 수 있었던 토대는 든든한 자금력이다.  
1985년, 정 몽구 명예회장이 대한양궁협회장에 취임 후 37년간 현대·기아차그룹은 양궁 인재발굴과 첨단 장비개발 등에 약 500억 원을 투자했다.

2005년, 대한양궁협회장을 맡은 정의선 회장은 2016년 국내 최대 규모의 ‘현대차 정몽구배 한국양궁대회’를 신설하는 등 양궁의 저변을 크게 넓혔다. 그해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는 정 회장이 한국 선수 전용 휴게 공간을  경기장 옆에 만들어 주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후원자의 아낌없는 지원 덕분에 협회와 선수, 감독은 하나로 뭉쳐 경기력 향상이라는 목표에만 전념할 수 있었다.

셋째, 양궁 국가대표 선발 System을 혁신했다. 
협회는 이전 대회에서 금메달을 딴 ‘신궁(神弓)’들도 선발전 성적이 나쁘면 가차 없이 탈락시켰다. 2016년 리우올림픽 2관왕의 장 혜진 선수도 2차 선발전에서 고배를 마셨다. 

국가대표 선발 과정에서는 막판 ‘짬짜미’가 벌어질 가능성을 막기 위해 같은 팀 선수끼리 첫 경기에 대결하도록 했다. 

2020년3월, 코로나19 팬더믹으로 인해서 2020 도쿄올림픽이 1년 연기되자 2021년도 대표를 새로 선발해서 출전시키기로 로 했다. 2020년 대표 선발전에서 부상으로 포기했던 김 제덕 선수가 합리적인 선수 선발방침으로 다시 출전기회를 잡아 금메달 과녁을 향해 시위를 당길 수 있었다.

넷째,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하는 국산 활(弓) 때문이다. 
도쿄올림픽에서 양궁 여자단체 9연패 위업을 세운 강 채영·장 민희·안 산 선수는 ‘WIAWIS(위아위스)’란 국산(國産) 활(弓)로 쐈다. 양궁 2관왕을 차지한 김 제덕 선수도 국산(國産) 활(弓) 시위를 당겼다. 

‘위아위스(WIAWIS)’는 국내 중소기업인 '윈앤윈(Win & Win)의 브랜드 이름이다. 1993년에 우리나라 양궁 국가대표  박 경래 前.감독이 설립한 윈앤윈(Win & Win)은 세계 양궁장비 시장점유율 1위를 달리는 토종 국내기업이다. 

윈앤윈(Win & Win) 회사의 활은 가볍고 탄력성이 뛰어난 ‘나노카본’ 소재로 제작되었다. 외국 타사 제품에 비해 화살이 빠르게 날아간다. 탄착군을 정확하게 형성해 양궁 선수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그리고 아프리카 케냐 선수들이 마라톤에 강한 이유를 살펴보았다. 

'올림픽의 꽃'이라 불리는 마라톤에서 케냐의 ‘엘리우드 킵초게’ 선수가 남자부 2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킵초게는 2016년 리우올림픽에 이어 올림픽 2회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남자 마라톤 2연패를 달성한 선수는 아베베 비킬라(에티오피아)와 발데마어 치르핀스키(독일)에 이어 킵초게가 역대 세 번째 선수다. 여자마라톤 경기에서도 케냐의 ‘페레스 젭치르치르’ 선수가 우승하여 올림픽 2회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케냐의 ‘엘리우드 킵초게’ 선수> 
 <케냐의 ‘엘리우드 킵초게’ 선수> 

케냐 인구는 3,750만명, 1인당 GDP는 U$809이다. 하지만 마라톤 세계기록 남녀 1위는 모두 케냐 선수들이다. 1, 2위를 추격하고 있는 세계 랭킹 100위권에서도 케냐 출신 선수들이 많다. 이런 환경에서 케냐 선수들이 마라톤에 강한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주법(走法)이 다르다. 
케냐 선수들은 달릴 때 뒤꿈치가 아닌 발 앞부분이 먼저 지면에 닿는다. 어려서부터 맨발로 생활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생겨난 습관이다. 발바닥에 주는 충격을 덜 받고 근육 사용량이 적어서 에너지 낭비를 줄일 수 있다. 
 
둘째, 1800m 이상 고지대 생활은 우월한 심폐기능도 마라톤에 유리하다. 
고지대는 평지에 비해 산소량이 적다. 이 때문에 산소 섭취량과 체내 공급량을 늘려야 한다. 케냐 선수들의 산소 섭취량은 분당 최대 80ml로 일반인(40ml)의 두 배나 된다. 

반대로 심박수는 1분에 35~40회로, 60~80회인 일반인에 비해 천천히 뛴다. 그러면 한 번에 뿜어주는 혈액량과 산소가 늘어나며 피로에서 빨리 벗어날 수 있다. 근육 사용량이 적고 피로 덜 느끼기 때문에 스피드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또한 체지방이 적고 다리가 길며 고산(高山)과 초원(草原) 지형에 적응하기 쉬운 신체구조와 근육도 피로도가 덜 쌓이는 독특한 근섬유가 발달해있다. 

셋째, 하루 열량의 75% 이상을 탄수화물로 섭취하는 식생활도 케냐 선수들이 마라톤에 강한 이유다. 

그리고 영국 식민지 시절을 거치면서 마라톤 선수들이 영어로 소통할 수 있다. 따라서 케냐 마라톤 선수들은 육상 선진국인 유럽 출신 지도자들로부터 마라톤 지식과 기술 정보를 손쉽게 전수(傳受)받을 수 있었다. 

넷째, 케냐 마라톤 선수의 강력한 정신력이다. 
국제 마라톤대회에 나가서 우승하거나 좋은 성적을 거두면 명예(名譽)와 부(富)를 동시에 쟁취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끝으로 2020 도쿄 올림픽 마라톤 경기를 TV로 지켜보며 하늘나라에 계신 우정(牛汀) 이 동찬(李東燦) 한국경총 회장(KOLON그룹 명예회장)께서 1992년 8월말에 내게 직접 들려주신 비화(秘話)가 불현 듯 떠올랐다. 

<우정(牛汀) 이 동찬(李東燦) 회장과 황 영조 선수>
<우정(牛汀) 이 동찬(李東燦) 회장과 황 영조 선수>

그 전날인 8월9일, 황 영조 선수 응원을 위해 바르셀로나로 날아 온 우정(牛汀) 이 동찬(李東燦) 회장께서 올림픽 스타디움을 둘러보던 중 선물가게 진열대에서 단 1개 남은 모형 금메달을 우연히 발견했다. 
                   
“얼른 그 금메달을 사서 내 목에 걸었더니 영조가 내일 아침 마라톤 금메달을 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네. 대회 전날 밤, 영조가 잠을 잘 자서 이제 됐구나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은 대한민국 거구나 그랬는데  8월10일 아침, 몬주익 언덕의 메인스타디움에 일장기가 아닌 태극기를 가슴에 단 우리 영조가 1등으로 들어와서 내 목에 건 금메달을 손으로 잡고 눈물을 흘리면서 대한민국 만세를 소리 높여 불렀다네. 

1936년 일본 유학시절에 극장에서 중계 방송한 화면 속에서 손 기정 선수가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우승하는 모습을 보면서 기쁨과 슬픔의 눈물을 참을 수가 없어서 엉엉~ 울었었지. 이제 그 서러움과 한(恨)을 날려 버렸다네! 그래서 KOLON그룹에 마라톤 선수팀을 만들어서 정 봉섭 감독에게 황 영조, 이 봉주, 김 완기 선수를 잘 키우라고 맡겼던 거라네!”

2022년4월1일, 우정(牛汀) 이 동찬(李東燦) 회장의 탄생 100년을 맞는다.
1985년부터 1998년까지 13년 동안 필자가 지근(至近)에서 모셨던 우정(牛汀) 이 동찬(李東燦) 회장님의 극락왕생(極樂往生)을 두 손 합장(合掌) 기도한다. 

전   대   길
(주)동양EMS 대표이사, 수필가 
국제PEN한국본부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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