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익 컨설턴트의 소소한 일상이야기34] 버킷 리스트(Bucket list)
[한상익 컨설턴트의 소소한 일상이야기34] 버킷 리스트(Bucket list)
  • 편집국
  • 승인 2021.08.24 07: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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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익
푸른소나무 life plan consulting 대표
수필가
재취업지원 컨설턴트
한국생애설계사(CLP)

 

“Don’t worry, Be happy~~” 
휴대폰 컬러링이 신나게 울려 보니 모르는 번호다. 스팸이나 광고 전화에 관한 경고가 뜨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는 조심스럽게 수신 버튼을 눌렀다.

“한상익 선생님이신가요?” 
낯선 음성이다. 내 이름과 전화번호를 어떻게 알고 전화했는지 궁금해하는 것을 알아차리기라도 한 듯 바로 자신을 소개한다.

“여기는 월간 한국수필인데요. 한국수필 신인상에 응모해 주셨지요? 저희 심사위원들이 토의한 끝에 한 선생님의 작품을 이번 신인상 수상작으로 선정하였음을 알려 드리며 축하를 드립니다. 혹시 전에도 글을 써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글이 간결하면서도 끌고 가는 힘이 있고…”

오래전에 수필가로 등단한 지인을 통해 알게 된 월간 한국수필 신인상 공모전에 기존에 써놓았던 작품 몇 개를 다시 퇴고해서 보냈었다. 수상에 대한 욕심보다는 내 글솜씨를 전문 심사위원들을 통해 엄정하게 평가받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뜻밖에 가뭄에 단비 같은 수상 소식을 듣게 됐다. 

코로나로 인해 강의를 거의 못 하게 되면서 무료한 시간을 좀 더 의미 있게 보내고 싶은 마음으로 택한 것 중의 하나가 글쓰기였다. 

소설과 같은 긴 호흡이 필요한 장르는 엄두가 나지 않았고, 함축적이고 정제된 언어를 구사하면서 내재된 의미를 전달해야 하는 시는 쓸 자신이 없어서, 좀 더 접근이 쉽게 여겨지는 수필로 시작을 해보기로 했다.

마침 아산중앙도서관과 아산문인협회에서 주최한 수필론 강좌가 있어 마음을 정하는 데 도움이 됐다. 1년 과정이었지만 후반에는 막내 아들네가 둘째를 낳는 바람에 뉴질랜드에 가느라 끝까지 듣진 못했어도 수필에 대한 얼개를 파악할 수 있었다.

수필 강좌 과정 중 수강생들이 돌아가면서 자신의 작품을 발표하고 서로 평가해주는 시간이 있었다. 나는 그동안 배운 수필 이론을 생각하며 매일 다니는 온천을 주제로 한 생활 수필을 발표했다. 

처음으로 대중 앞에 선보이는 습작에 대한 반응이 두렵고 궁금했는데, 칭찬과 계속 정진해보라는 격려의 말을 많이 들었다. 

더 나아가 순천향대학 부설 아산연구소에서 발행하는 ‘아산시대’ 잡지에 추천을 해주겠다는 과분한 제안까지 받으면서 글 쓰는 것에 조금 자신감을 얻고 더 흥미를 갖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내 버킷 리스트에 작가로서의 등단이 보태졌다. 

버킷 리스트(Bucket list)라는 말은 같은 제목의 영화를 통해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지게 된 표현이다. 

평생 일만 보고 달려온 자동차 정비공인 카터 챔버스(모건 프리먼)와 재벌 사업가인 에드워드 콜(잭 니콜슨)이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으면서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 보고 싶은 것들을 적은 ‘버킷 리스트’를 만들어 함께 여행하면서 리스트에 있는 목록들을 하나씩 이루는 내용의 영화이다. 

원로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고, 리스트에 있는 목록들을 하나하나 이뤄나가는 모습이 흥미롭고 잔잔한 감동을 주었다.

버킷 리스트가 죽음과 연관이 있게 된 데는 ‘죽다’라는 영어 속어 표현인 ‘kick the bucket’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중세 시대 죄인을 교수형에 처할 때 올가미를 목에 매달고 양동이(bucket) 위에 올라서게 한 다음, 집행자가 양동이를 걷어차서 교수형을 집행하여 죽게 하는 데서 유래가 되어, 버킷 리스트란 말은 죽기 전에 이뤄야 할 일들의 목록이란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

사람들이 버킷 리스트를 작성하려는 이유는 ‘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던 일에 대한 후회’가 ‘하고 나서 일이 잘못되어서 하는 후회’보다 더 크기 때문이다. 

호스피스 전문의 오츠 슈이치가 쓴 ‘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란 책이 그 사실을 증명해주고 있다. 이 책에는 죽음을 앞둔 말기 암 환자 1,000명이 자신의 일생에서 가장 후회가 되는 것을 회고한 내용이 들어 있는데, 대부분의 후회는 “… 했더라면”으로 하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였으며, “… 하지 않았더라면”이라고 자신이 잘못한 일에 대한 후회는 몇 개 되지 않았다.

러시아 심리학자인 블루마 자이가르닉(Bluma Zeigarnik)이 제시한 주장도 이를 심리학적으로 뒷받침해주고 있다. 즉, 우리 뇌는 진행 중인 일이거나 해결하지 못한 문제, 그리고 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한 일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며 잊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를 ‘자이가르닉 효과’라고 하는데, 우리가 이루지 못한 첫사랑이나 하지 못한 일에 대한 미련을 오래 갖고 있는 것이 그 이유이고 언젠가는 그것을 완수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고 한다.

나이가 들면서 마음이 조급해진다. 지난 시간을 뒤돌아보면 한 일보다 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던 일들이 더 많이 생각이 난다. 죽기 전에 미련이 되고 후회로 남게 될 것들이다. 

인생 100세 시대라는 말에서 힘을 얻고 용기를 내어 버킷 리스트를 작성해 본다. 
조금이라도 덜 후회하려는 소극적인 생각보다는 하고 싶은 일들을 해보고, 가고 싶은 곳들을 가보려고 노력하는 그 시간이 소중하고 의미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실패한 일을 후회하는 것보다 해보지도 못하고 후회하는 것이 훨씬 바보스럽다”는 탈무드의 말처럼 버킷 리스트를 만들어 하나씩 도전해 보면 덜 바보스럽게 인생을 마무리할 수 있지 않겠는가.

이제 버킷 리스트 중 하나를 달성했으니, 다음 목표를 향해 본다. 그 목표를 이루는 생각만으로도 엔도르핀이 솟는다. 살아 있음이 느껴진다. 

한상익(myhappylifeplan@gmail.com)
•푸른소나무 life plan consulting 대표
•수필가
•재취업지원 컨설턴트
•한국생애설계사(CLP)/생애설계 전문강사 
•뉴질랜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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