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아파트 경비노동자 근로환경 개선한다던 법안에...'대량해고' 우려
[초점] 아파트 경비노동자 근로환경 개선한다던 법안에...'대량해고' 우려
  • 김민서 뉴스리포터
  • 승인 2021.08.31 09: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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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시·단속적 근로자 훈련개정안 통해 근무방식 개편 안내
휴무제공에 겸업금지로 인건비 상승...무인기기에 일자리 뺏길라
지역한정적 경비노동자 지원대책, 전국적으로 확대해야해
경비노동자의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휴게시설과 연차 의무화 등을 담은 개정 법률안이 제시됐으나 오히려 고용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아웃소싱타임스 김민서 뉴스리포터] 경비노동자의 노동환경이 열악하다는 꾸준한 지적에 따라 휴게시설과 연차 의무화 등을 담은 개정 법률안이 제시됐으나 오히려 고용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2월 ‘감시·단속적 근로자 승인제도 개편방안’의 후속 조치의 일환으로 ‘경비원의 감시 및 단속적 근로자 근로조건 보호를 위한 훈령 개정안’을 발표했다.

해당 개정안은 ▲휴게시설 기준의 구체화 ▲근로조건 강화 등의 항목으로 나눠 마련됐다. 이에 따라 사업주는  ▲적정한 실내온도 유지를 위한 냉·난방 시설 설치 ▲유해물질 및 수면・휴식 방해하는 소음 노출 방지 ▲식수 등 최소한의 비품 비치 ▲휴게시설 청결유지 ▲각종 물품 보관 등 수납공간 사용 금지 ▲야간 수면 및 휴게시간 보장 경우 충분한 공간 및 침구 등 물품 구비 등이 의무화 됐다.

또 ▲근로자의 휴게시간이 근로시간보다 짧을 것 ▲휴게시간 보장을 위한 안내 조치 ▲월평균 4회 이상 휴무일 보장 등을 통해 노동자의 근로조건을 강화했다.

이번 개정안으로 인해 아파트 경비원들의 노동 환경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다만 문제는 노동 환경 개선보다 고용 유지가 위태로워졌다는 점에 있다. 경비원들의 노동 환경이 개선됨과 동시에 이들이 수행하던 업무가 대폭 줄고 지출되는 비용은 증가하면서 사용자들이 경비원 고용 대신 다른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까닭이다.

일종의 수혜와 같았던 업무를 수행하지 않는 경비원들을 고용하는 비용보다 ‘무인택배함’이나 ‘CCTV’를 추가로 설치하고 경비인원을 최소한으로 감축시키는 것이 장기적으로 이득이라는 판단에서다. 특히 10월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경비원을 관리원으로 전환하면서 인건비가 대거 상승하고 이는 곧 대량 해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전문 경비업체에 보안을 맡기게 될 경우 젊은 인력 고용으로 전문적인 보안 시스템 구축도 가능해 인력감축 및 안전강화가 가능하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아파트 경비원들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경비원의 감시 및 단속적 근로자 근로조건 보호를 위한 훈령 개정안’ 내용 (제공=고용노동부)

■경비원 인력 감축 둔 입주민VS경비원 양측 갈등 깊어져
실제로 경비노동자들은 대량 인원감축의 위험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강북구에 위치한 ‘SK북한산시티 아파트’는 87명의 경비원을 해고한 뒤 전문 보안업체에 경비시스템을 맡길지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하겠다고 공고했다.

해당 아파트는 1년 전에도 경비원 대량 해고의 움직임을 보였으나 주민들의 반대로 해고사태를 막을 수 있었다. 이후 경비원 대량 해고는 일단락되는 줄 알았으나 이번 공고로 인해 다시 경비원들의 고용불안이 이어지고 있다. 

입주민 대표는 설문조사 실시 이유로 ▲고연령 근무자의 체계적 순찰 불가 ▲범죄예방 및 대처능력 약화 ▲업무 태만 등의 단점등을 들며 경비시스템을 강화시키기 위한 경비인력 교체를 제시했다.

이에 시민단체들은 단체성명을 통해 ”60대 이상인 경비노동자들을 비효율적 또는 업무태만으로 낙인찍는 것은 87명 모두에 대한 해고위협이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런 방식의 대량 교체가 시작될 경우 비슷한 처지의 경비노동자들의 고용은 더욱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며 철회를 강력히 촉구했다. 

감시 및 단속적 근로자 근로조건 보호를 위한 훈령 개정안이 아파트 경비원 고용 불안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지속적인 우려에 따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경비원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노조 가입을 권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국민주노조는 “10월 20일 민주노총 총파업에 아파트 경비원의 권익개선·생존권·고용안정을 요구하는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시사한 바 있다. 

경비노동자들은 고용불안을 겪고 있으면서도 그들의 고용권한이 입주민들에게 달려있어 쉽게 반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미 고용불안을 겪고 있는 상황에 불만을 제기했다간 현재의 일자리도 잃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경비노동자의 고용안정 제도가 필요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개정안 관련 민주노총 성명 자료 (제공=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연맹)

■적극적인 국가 지원으로 입주민·경비노동자 간 갈등 최소화가 우선
경비노동자의 노동 환경 변화를 위해서는 입주민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입주민과 경비노동자의 갈등이 이어지는 것을 대비한 대책 마련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에 일부 지자체는 선제적으로 지원 대책을 구비하고 있다. 먼저 부산 수영구는 만 55세 이상 공동주택 경비원에 대해 고용유지 지원금을 지원한다.

‘공동주택 고령자경비원 고용유지 지원금’은 55세 이상 경비원을 신규 채용 및 만 55세 이상 경비원 고용 유지 하는 경우 선정을 통해 경비원 1명에 대해 월 55만원을 2년간 지원한다.

경기도 광명시의 경우 아파트 경비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 지역 내 공동주택 18개 단지에 시설개선비 500만원씩을 지원에 나선다. 

지원비 500만원은 ▲휴게실 및 경비실 구조 개선 ▲샤워시설 설치 ▲도배 장판 ▲에어컨 ▲소파 ▲정수기 등 비품 구입비로 사용가능하며 10%는 각 단지 내에서 부담해야 한다. 

이처럼 고질적인 문제로 자리 잡고 있는 경비노동자들의 고용불안을 해소를 위한 지원은 지역 한정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전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잇따랐다. 

민주노총은 ”아파트경비노동자가 가입되어있는 전국민주일반노조는 공동주택 관리법 시행령이 경비원에 대한 처우 개선을 내걸었지만, 실제로는 대량해고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며 ”전국 20만 경비노동자의 생존권이 걸려있는 만큼 정부가 상생협약 정신에 걸맞게 합당한 제도개선과 함께 고용안정 예산을 확보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노동자이기 전에 이들 역시 인권이 존재하는 국민인 만큼 노동환경은 분명 개선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에 앞서 더 중요한 것은 일자리의 보전에 있다. 제 아무리 노동환경이 개선된다 하더라도 일터에서 일할 수 없다면 빛 좋은 개살구에 그치기 때문이다. 노동자의 일터를 개선하겟다는 명분이 대량 해고라는 불상사로 이어지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 대책이 함께 마련돼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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