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익 컨설턴트의 소소한 일상이야기39]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한상익 컨설턴트의 소소한 일상이야기39]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 편집국
  • 승인 2021.09.28 08: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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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익
•푸른소나무 life plan consulting 대표
•수필가
•재취업지원 컨설턴트
•한국생애설계사(CLP)

중학교 다닐 때였다고 기억한다. 지금처럼 내남없이 가지고 있는 스마트 폰도 없었고, 변변한 놀 거리조차 없었던 그 시절에 학교에서 유행했던 놀이가 있었다. 

나무 책상 위에 칼로 파서 사각형의 길을 만들고 길 중간 중간에 구멍을 만들어 조그만 쇠 구슬을 굴려 구멍에 빠지지 않게 넘기며 끝까지 가면 이기는 게임이었다.  

솜씨가 좋은 친구의 책상 위 놀이터 길은 더 현란하고 복잡한 구조를 띠어 인기가 많았다. 그 놀이를 위해 몇몇 친구들 책상이 희생되어 놀이터가 되었고 내 책상도 그 희생물 중의 하나였다.

하루는 윤리 과목을 가르치셨던 담임 선생님이 불시에 책상 위에 아무것도 올려놓지 말라고 하시면서 하나하나 책상 위를 일일이 살피셨다. 

계속해서 후배들에게 대물림해주어야 할 책상을 칼로 파내어 흠집을 내놓고 책상을 놀이터로 제공했던 친구들은 차례차례 선생님께 걸려 혼이 났다. 

드디어 내 차례가 되었다. 내 책상을 살펴보시고 훼손된 것을 확인하신 선생님은 화를 내시기보다는 실망하셨다고 말씀하셨다. 

그때 정확히 어떻게 말씀하셨는지는 지금 기억나지 않지만, “상익이도 이런 짓을 할 줄은 몰랐다. 나는 상익이가 커서 훌륭한 사람이 되리라 생각했는데 이런 짓을 하다니 실망이다.”라는 의미의 말씀을 하신 것은 기억하고 있다. 

그 당시 공부도 중위권이었고 어떤 친구처럼 뛰어난 바이올린 연주 같은 재능으로 학교에서 인정받은 것도 없고, 학교를 대표하는 운동선수도 아닌 평범한 학생이었기 때문에 과연 선생님께서 날 알고 계시기는 할까 하는 생각도 종종 했었다. 

그런데 선생님께서 내 이름을 거명하시면서 훌륭한 사람이 될 줄 알았다고 하시는 말씀을 들었을 때 그다음에 하신 실망했다는 말씀은 귀에 들어오지 않았고, 나를 기억하시는 것 뿐만 아니라 내게 그런 기대감까지 하고 계셨다는 게 내 맘에 크게 자리를 잡았다. 

그날 선생님으로부터 어떻게 혼이 났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선생님께서 나를 그렇게 인정하고 기대하고 계신다는 생각만 선명하게 머릿속에 각인되었다. 

선생님께서 해주신 기대감이 담긴 꾸지람은 칭찬의 말씀이 되어 50년이 넘은 오늘날까지 나를 지탱해주고 있다. 길에서 벗어나려고 할 때마다 훌륭한 사람이 되리라고 생각하셨다는 선생님의 말씀이 나를 잡아주었다.

우리 말에 “말이 씨가 된다”는 속담이 있다. 우리가 내뱉는 말이 씨가 되어 좋은 말은 좋은 결과를 맺고, 나쁜 말은 나쁜 열매를 맺게 된다는 뜻이다. 

어렸을 때 옆집에서 부부 싸움 하는 것도 들릴 정도로 다닥다닥 붙어살던 동네에 저녁 무렵이 되면 술 취한 이웃 어른이 자식들에게 “빌어먹을 놈” 심지어 “육시랄 놈” 등의 욕설과 험담하는 소리를 들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거의 듣기 어려운 “빌어먹을 놈”이란 말은 거지처럼 구걸하여 얻어먹을 놈이란 뜻이고, “육시랄 놈”이란 육시를 당할 놈이란 말로서 육시란 ‘六屍’ 또는 ‘戮屍’란 한자어로 ‘六屍’란 사지를 말에 묶은 뒤 말을 달리게 하여 머리, 몸통, 사지 여섯 토막을 내는 형벌이다.

또 ‘戮屍’란 죽은 사람의 관을 쪼개 열어 시신의 목을 베는 형벌로 부관참시(剖棺斬屍)와 같은 끔찍한 형벌을 이르는 말이니 아마도 정확한 말의 의미를 모르고 썼으리라 생각된다. 

하지만 말이 씨가 된다는 속담을 생각하면 참으로 무서운 저주를 부르는 말이 아닐 수 없다.

요즘은 대면해서 직접 행해지는 경우보다 SNS라는 가상의 공간에서 이뤄지는 험담이나 욕설 또는 비방이 더 보편화하고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2019년 교육부에서 실시한 학교 폭력 실태 조사 결과에 의하면 물리적인 폭력보다 언어폭력이 35.6%로 가장 많았고 가상 공간에서 이뤄지는 사이버 폭력이 8.9%로 그 빈도가 점점 증가 추세라고 한다. 

누구나 스마트폰을 갖고 있고 초고속 인터넷망의 확산으로 SNS상의 가상 공간에서 다양하고 자유롭게 자신의 주장을 밝히거나 삶의 모습들을 나누는 것이 일상화된 시대에 살고 있다. 이런 가상 공간에 노출된 글에 누구라도 원하면 언제라도 자신의 느낌이나 의견을 댓글로 달 수 있다. 

늘 긍정적이고 칭찬이 담긴 따뜻한 댓글을 다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에 매사에 불평, 비난 그리고 부정적인 댓글을 다는 사람들도 있다. 

부정적이고 비판적인 댓글을 다는 사람 중에는 자기 과시형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비판적인 시각을 보임으로써 자신의 우월감을 나타내며 관심을 끌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서울대 소아청소년정신과 김붕년 교수는 비판적인 댓글이나 악플 또는 욕설을 하는 사람은 일시적인 쾌감을 느낄 수는 있지만, 공격적인 표현으로 쏟아버리기 때문에 자기 내부에서 일어날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를 막아버리게 되어 결국 자신도 인격 형성이나 도덕성 함양에 피해를 보게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에 남에 대해 좋게 말하고 칭찬을 하면 자신의 정신 건강과 자존감 증진에 크게 도움이 된다. 

영국 스태포드셔 대학교의 제니퍼 콜 박사팀이 160명을 대상으로 남에 대한 뒷담화와 칭찬의 빈도 그리고 그에 따른 자존감과의 연관성을 조사했다. 

그 결과 다른 사람에 대해 나쁜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자존감이 낮았지만 다른 사람을 칭찬하거나 좋은 소식을 전하는 사람은 자존감이 매우 높았다고 한다. 즉 다른 사람을 칭찬하는 것이 자신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자존감을 높여준다는 것이다. 

몸무게가 5,000파운드가 넘는 범고래를 훈련시켜 수면 위로 솟아올라 줄을 넘어 점프할 수 있게 하는 비결이 항상 고래를 칭찬하고 긍정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한다. 

칭찬은 이렇게 고래도 춤추게 하고 칭찬하는 사람의 정신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고 하니 부정적인 말이나 비판적인 댓글보다 칭찬하고 볼 일이다. 

지금 당장 읽고 있는 글에 칭찬 댓글부터 달아야겠다. 

한상익(myhappylifeplan@gmail.com)
•푸른소나무 life plan consulting 대표
•수필가
•재취업지원 컨설턴트
•한국생애설계사(CLP)/생애설계 전문강사 
•뉴질랜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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