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길 CEO칼럼] 파킨슨 법칙(Parkinson's Law)
[전대길 CEO칼럼] 파킨슨 법칙(Parkinson's Law)
  • 편집국
  • 승인 2021.10.06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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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대   길
(주)동양EMS 대표이사, 수필가 
국제PEN한국본부 이사

1958년, 영국 역사학자, 행정학자인 파킨슨(Cyril Northcote Parkinson)이 확장의 추구(the Pursuit of Progress)를 통한 <<파킨슨의 법칙<Parkinson's Law>>을 주창(主唱)했다. 

“공무원의 숫자는 업무량과는 직접적인 관계없이 심리적 요인에 의하여 꾸준히 증가한다”는 이론이다.  

파킨슨(Cyril Northcote Parkinson)

영국 해군에서 복무한 파킨슨은 제1차 세계대전(1914년~1928년) 때 영국해군의 함정은 67%가 감소하고 장병은 31.5%가 감소했으나 행정인력은 반대로 78%가 증가했음을 발견했다. 이처럼 인력관리 현상을 조사·연구한 2가지 법칙을 제시했다.   

첫째, <부하 배증(倍增)의 법칙>이다. 어떤 공무원은 업무량이 늘어날 때 같은 동료 공무원을 늘리거나 업무 재분배를 하는 대신에 신입 공무원의 보충을 통해서 업무 경감을 꾀하려는 '심리적 특성'이 존재한다. 동료와의 경쟁을 거부한다.

둘째, <업무 배증(倍增)의 법칙>이다. <부하 배증의 법칙>으로 신입 공무원이 늘어나면 부하에게 지시, 통제, 업무보고 등 조직내부의 업무가 늘어나서 업무량이 더 늘어난다. 

그러다 보면 공무원 사회에서 보다 더 높은 직급으로 진급할 기회가 늘어난다. 국민 인구 숫자는 늘어나지 않지만 중앙·지방의 정부 조직은 계속해서 늘어만 간다.  

1996년 폴란드 청년 소방대원인 ‘Gregory C'는 자신의 진화작업 일거리를 늘리기 위해 10여 차례에 걸쳐 여러 건물에 불을 질렀다가 붙잡혔다. 이는 파킨슨 법칙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한 사례다. 

이런 사례 연구도 있다. 시청에서 예산 절감 문제가 Hot-Issue로 떠올랐다. 시청에서 다리를 하나 놓고 임시직으로 경비원을 1명 고용했다. 경비원을 고용하고 나니 경비원을 관리해야 할 공무원이 또 필요해서 공무원을 1명 더 뽑았다. 

경비원이 있고 이를 관리할 공무원이 생기다 보니 관리부서가 필요하게 되었다. 부서를 신설하고 부서장을 새로 임명했다. 그리고 부서장의 비서와 총무를 충원했다. 1년 후, 시 의회는 예산절감을 이유로 경비원을 해고했다. 인력관리의 주객이 전도(顚倒)된 것이다.  

원칙과 융통성은 함께 가야 한다. 원칙이 뼈대라면 융통성은 근육이다. “뼈는 혼자서는 못 움직인다. 근육이 움직여야만 따라서 움직인다”. 그러나 근육은 뼈 자체의 방향과 한계를 벗어나서 움직일 수는 없다. 근육이 뼈의 원래 각도보다 더 큰 움직임을 요구하면 부러지게 마련이다. 

원칙과 융통성이 함께 움직여야 하는 뼈와 근육의 관계라면 각각을 튼튼하게 단련시키는 것이 선결 과제이다. 자유롭게 몸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건강한 원칙과 건강한 융통성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도 공무원 숫자가 너무 많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특히 지자체(地自體) 산하조직인 각 동사무소가 ‘주민자치센터’로 이름을 바꾼 후 이곳을 찾은 주민들이 공무원 숫자가 너무 많다고 느끼는 것도 파킨슨의 법칙 때문이지 싶다. 

공무원 조직을 일반 기업처럼 인력감사(Manpower Utilization Survey)를 통해서 적정한 소요인력(Table of Organization)을 산정(算定)해서 운용(運用)해야 한다. 

1983년 5월, 필자가 (주)한진해운 인사과장으로 일할 때 미국 지역본부(Oakland)로 인력감사차 출장을 갔다. 현지 Manager들에게 “지난 일 주일간 일한 업무일지와 증빙자료를 제출하라”며 업무실태를 따졌더니 코가 큰 Manager들 중에는 부들부들 몸을 떠는 이가 있었다. 

퇴근 후 문 앞에서 “자기 집에 초대한다”며 환심을 사려는 이도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는 평소 책상 속에 어린이 젖병에 술을 담아 마셨던 알코올 중독자였다. 미국인들도 인력감사를 받는 것을 무척 두려워한 게 사실이다.     

공무원 조직 내 유휴인력(遊休人力)과 잉여인력(剩餘人力)을 최대한 줄여서 국민의 혈세(血稅)부담을 줄여야 한다. Digital 시대를 맞아 업무전산화도 이루어졌음도 반영할 필요가 있다.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조직관리와 인력관리의 효율화에 좀 더 힘써야 한다. 공적 조직이 비대(肥大)해 질수록 국민과 기업에 대한 규제(規制)만 늘어난다.  

과거 일본에서 대지진과 쓰나미(つなみ)로 피난소에서 생활한 일본인들이 약 350,000 명에 달했다. 지진으로 도로가 끊기고, 차량 연료가 모자라서 구호물자를 제대로 운송할 수가 없었다. 

그 이유는 일본 정부와 지자체의 재해 대책 매뉴얼에 헬리콥터를 이용한 구호품 투하가 없었기 때문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태 초기에 바닷물을 끌어다 원자로를 냉각시킬 엄두를 못 낸 것도 이런 매뉴얼에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일본 총리 지시로 바닷물을 동원했지만 매뉴얼에 얽매이다 보니 문제해결의 골든타임을 놓친 것이다. 

“​매뉴얼(Manual)은 상황에 따라 양날의 칼과 같다. 도움이 되는 동시에 마이너스의 결과를 초래할 위험성이 있다". 따라서 매뉴얼은 어떤 의미에선 항상 극복되어야 할 부분이 있다고 자각하며 활용해야 한다. 

“원칙을 알되 변통을 모르면 고착된다”는 <경비권즉니(經非權則泥)>란 말이 있다. ​“변통은 알되 원칙을 모르면 일그러진다“는 <권비경즉패(權非經則悖)>를 말도 있다. 

어떤 제도나 법을 시행할 때 원칙을 제대로 알고 지키는 게 대단히 중요하다. 그러나 원칙(原則)만 지키려다 변통(變通)을 무시하면 현실과는 괴리된 낡은 제도나 법이 된다. ​반대로 변통에만 치우쳐 원칙을 소홀히 하면 국가 기강이 흔들린다. 

“경(經)은 원리 원칙을 가리키고, 권(權)은 변화에 따른 적절한 대처”를 말한다. 경(經)과 권(權)을 겸비(兼備)할 때 비로소 좋은 제도를 시행할 수가 있다

전   대   길
(주)동양EMS 대표이사, 수필가 
국제PEN한국본부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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