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익 컨설턴트의 소소한 일상이야기41] 오복(五福)
[한상익 컨설턴트의 소소한 일상이야기41] 오복(五福)
  • 편집국
  • 승인 2021.10.12 07: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상익
•푸른소나무 life plan consulting 대표
•수필가
•재취업지원 컨설턴트
•한국생애설계사(CLP)

어릴 때부터 치아는 오복(五福) 중의 하나이고, 치아가 건강해야 오래 살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자라서 나름 열심히 관리한다고 했지만, 60년 이상을 사용하다 보니 치아 여기저기에 문제가 생겼다. 

그나마 치과 진료비가 많이 드는 뉴질랜드에서 탈이 나지 않고 한국에 돌아온 다음 문제가 생겨서 다행이었다. 나이가 들게 되면 병원 진료비가 전체 생활비의 35% 이상 든다는 통계가 있듯이 한국에 돌아와 쓴 비용 중에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진료비였다. 
그중에서도 치과 진료비는 나이가 들수록 목돈이 들게 된다. 대부분의 처방이 크라운을 씌우거나 임플란트를 하거나 틀니를 하는 건데 모두 큰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한국에 돌아온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치아가 시리고 통증이 생겼다. 치약도 바꿔보고 가글액도 써보면서 버텨보았지만, 통증이 계속되어 결국 진료를 받아 보니 치아를 오래 사용하여 자연스럽게 닳고 파여서 치아 속 신경을 건드리면서 통증이 생겼다고 한다. 젊었을 때 단단한 이빨만 믿고 딱딱하고 질긴 것들을 즐겨 먹었던 후유증이었다.

여기저기 수소문 끝에 호형호제하던 이가 사무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서울에 위치한 치과에서 오래 간다는 금으로 크라운 세 개를 씌웠다. 다행히 안쪽에 있는 이빨들이라 크게 입 벌려 웃지 않으면 눈에 잘 띄진 않는다. 

그 후 몇 년을 잘 지내고 있었는데 작년에 오른쪽 윗니에 다시 통증이 생겼다. 집 근처 치과에 갔더니 사랑니에 염증이 생겼다고 하면서 사랑니라 빼는 게 좋겠다고 하여 생전 처음으로 이빨을 뺐다. 

그러더니 올해는 오른쪽 아래 크라운을 씌운 어금니와 사랑니가 흔들리며 씹을 때마다 통증이 왔다. 크라운을 씌운 이에 염증이 생기게 되면 다음 단계는 아픈 이를 빼고 임플란트를 하는 도리밖엔 없다. 

비용도 그렇고 임플란트 시술이라 치과 병원을 여기저기 알아보다가 천안에 있는 병원에서 진료를 받게 됐다. 우연히 알게 된 곳인데, 5층 빌딩 전체를 치과 병원으로 쓰면서 S 대 출신 의사들 여러 명이 함께 진료를 보고 있었다. 

5층에서 내리면 엘리베이터 앞에 각 의사 및 간호사들 한 사람 한 사람의 프로필을 사진과 함께 소개하는 대형 선간판을 줄지어 세워놓아 환자들에게 신뢰감을 준다. 접수하는 곳엔 대형 모니터를 통해 의사들이 치과 상식에 관해 인터뷰 한 영상을 틀어주고 있다. 

진료실에는 확 트인 넓은 공간에 진료 의자들이 대여섯 대가 놓여 있고, 각 진료 의자 앞에는 대형 모니터를 설치하여 환자에 대한 정보 및 진료 기록들을 보여준다. 의사들이 젊어서 그런지 기존의 치과 진료실과는 다르게 개방되고 자유로운 분위기를 느끼게 해주어 마음이 편해진다. 

아들뻘로 보이는 내 담당 의사는 염증이 생긴 어금니는 빼고 임플란트를 해야 하고, 흔들리는 아래쪽 사랑니는 같이 빼는 게 좋겠다는 진단을 내렸다. 하긴 아래쪽 사랑니는 짝이 되는 윗니가 없으니 아무 쓸모도 없어졌다. 

코로나 2차 접종을 한다고 하니 2주 후에 오라고 해서 지난주에 가서 마취를 두 번씩이나 해가며 아래쪽 어금니와 사랑니를 뺐다. 마취했는데도 생이빨을 뽑는 데 얼마나 아픈지 비명이 저절로 나고 사람들이 왜 치과 가길 꺼리는지 알 것 같았다. 

임플란트는 3달 후 잇몸뼈가 자리를 잡은 다음 해야 한다고 해서 현재 기다리고 있는데 이빨을 뽑고 움푹 파인 잇몸으로 몇 달을 지내야 한다는 게 영 어색하고 한쪽으로만 씹는 것이 여간 불편한 게 아니어서 새삼 치아의 중요성을 깨닫고 있다. 

많은 사람이 건강한 치아가 오복 중의 하나라고 알고 있지만, 사실 오복에는 치아 건강이 포함되지 않는다. 

원래 다섯 가지 복을 말하는 오복(五福)은 사서삼경 중 서경(書經) 홍범편(洪範編)에 나오는 문장으로 오래 사는 수(壽), 부유하고 풍족하게 지내는 부(富), 육체적 및 정신적으로 건강한 강령(康寧), 남에게 선을 베풀어 덕을 쌓는 유호덕(攸好德), 천수를 다하고 생을 마치는 고종명(考終命)을 들고 있다. 

그리고 통속편(通俗編)에서는 유호덕 대신에 귀한 신분이 되는 귀(貴)를 포함시키고, 제 수명을 다한다는 고종명 대신에는 자손을 많이 갖는 자손중대(子孫衆大)를 넣어 오복이라고 했다.

어느 편에 나오는 오복을 받아들이는 가는 각자 의견 차이가 있겠지만, 두 편에 모두 속해 있는 수(壽), 부(富), 건강(健康)을 오복에 포함하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 중에서 오래 산다는 장수도 9988234란 말처럼 99세까지 팔팔하게 아프지 않고 오래 살아야 복이 될 수 있고, 부유하고 풍족하게 살더라도 몸이 건강하지 않으면 아무리 돈이 많아도 소용없는 일이니, 가장 으뜸이 되는 복은 아마 건강일 것이다. 

돈을 잃는 것은 조금 잃는 것이고, 명예를 잃는 것은 많이 잃는 것이고, 건강을 잃는 것은 전부를 잃는 것이라는 말이 있듯이 건강은 모든 복 중에 제일 중요한 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잘 먹어야 하고, 음식을 잘 먹기 위해서는 건강하고 튼튼한 치아 유지가 필수적이니까 건강한 치아를 오복을 이루는 한 요소로 여겨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이 복도 쉽게 얻을 수 있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으니 이 또한 복이라 할 수 있다.

한상익(myhappylifeplan@gmail.com)
•푸른소나무 life plan consulting 대표
•수필가
•재취업지원 컨설턴트
•한국생애설계사(CLP)/생애설계 전문강사 
•뉴질랜드 변호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