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근박사의 물류이야기] ESG와 하이퍼로컬 비즈니스 
[이상근박사의 물류이야기] ESG와 하이퍼로컬 비즈니스 
  • 편집국
  • 승인 2021.12.06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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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근
산업경영공학박사
삼영물류(주) 대표이사

ESG경영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이다. 기업은 단순히 이윤 추구에만 몰입하는 것이 아닌 고객, 노동자, 지역 사회 등의 이해관계자와 환경, 감염병 등 인류 공통의 문제까지 고려해 경영활동을 해야함을 의미한다.

MZ세대 소비자들은 내가 구매하는 상품이 어떻게 생산되고 어떻게 유통되고 어떤 물류과정을 거쳐 나에게 오는지, 그리고 그 상품의 제조, 유통, 판매, 물류 기업의 이념과 가치관, 사회·환경적 책임까지도 상품 선택의 요인으로 고려하고 있다. 

새로운 소비 주체로 등장하고 있는 MZ세대에선 포장만 화려한 화장품은 안 쓴다. 속 내용을더 중시한다. ESG를 생각하는 태도, 즉, 화장품을 선택할 때도 친환경을 생각하는 세대들이다. 이들 MZ세대를 중심으로 소비자들도 소유에서 경험으로 인식이 전환되고 있고 불필요한 소비는 과감히 줄이는 '미니멀리즘'(minimalism)을 실천하고 있다. 

단순함과 간결함을 추구하는 세대이다. 지금까지 대량생산시대, 대량소비시대에서 이제는 꼭 필요한 것만 구입하는 시대로 전환하는 움직임이 결국은 지구를 생각하고 환경을 생각하는 긍정적인 움직임으로 나타나고 있다.

◆당근마켓은 ESG 경영의 좋은 사례로 꼽히고 있다
1998년에 IMF 구제금융 사태 이후, ‘아나바다’ 슬로건 아래 바자회를 개최하거나 물건을 가져와 서로 교환하는 동네 장터와 같은 행사가 종종 열렸다. 경기 회복과 소비 활성화와 함께 점차 잊혀져가고 있던 이 슬로건이 최근 당근마켓의 캠페인 영상에 등장했다. 당근마켓의 상징 캐릭터가 "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 쓰고" "당근!" 을 외치는 짧은 광고이지만 인상적이다.

이웃간 중고거래 등으로 '자원 재사용'과 '연결의 가치'를 실현하고 있고, 지역 사회 연결을 통한 '로컬 경제 활성화'에 앞장서고 있는 하이퍼로컬(Hyper Local) 온라인 플랫폼 '당근마켓'은 ESG 경영의 좋은 사례로 꼽히고 있다.

지난해에만 1억 2000만 건의 이웃 간 거래와 나눔을 연결했다고 하는데, 같은 기간 재사용된 자원의 가치는 나무 2,770만 그루를 심은 것과 같은 효과라고 하니 당근마켓을 이용한 사람들도 ESG 경영에 일조한 셈이다.

한국 내 중고 거래 플랫폼 서비스 중 가장 성장한 서비스는 당근 마켓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당근 마켓과 중고거래 플랫폼 서비스와 다른 특징은 중고 거래를 지역 주민들과의 거래로 한정 짓는, 하이퍼 로컬 비즈니스다. '하이퍼로컬' 비즈니스란 동네 생활권에 기반을 둔 직/간접 서비스, 맞춤형 제품 거래 등 지역 밀착형 사업을 의미한다. 

2020년 월간 이용자 1000만을 돌파한 당근마켓은 금년 8월을 기준으로 가입자수 또한 우리나라 전체 가구수 2천92만보다 많은 2천100만명을 넘어서며 지역 커뮤니티의 으뜸 대표적으로 이 트렌드를 잘 이해하고 있는 기업이 당근마켓이다. 

당근마켓이 지향하고 있는 미래는 중고거래 플랫폼을 넘어 '동네 포털'이다. 인테리어, 카페, 헤어샵, 당근 페이 등등을 통해 지역 소상공인들과 주민들을 연결하고, 동네 주민에게만 제공되는 각종 할인 혜택들을 받을 수 있다. 

같은 동네 거주민들끼리 분실/실종 소식, 취미생활, 인테리어, 사진전 등등의 다양한 서비스에 참여하여 동질감을 형성하는 것이다. 결국 이웃과의 긍정적인 경험을 제공해 주는 것이 하이퍼로컬 서비스의 핵심이다.

◆하이퍼로컬은 '아주 좁은 지역의 특성에 맞춘' 동네 생활권을 가리킨다. 
즉, 슬리퍼와 같은 편한 복장으로 각종 여가·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주거 권역을 뜻하는 ‘슬세권’과 비슷한 말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커뮤니티를 형성해 그 안에서 상호 작용이 일어나는 것은 '하이퍼로컬 서비스'라고 한다.

하이퍼로컬 서비스의 확대는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가장 큰 이득을 본 산업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활동 반경이 거주 지역으로 좁혀지면서 동네생활권이 성장하게 되었다. 긴급재난지원금을 지역화폐로 지급하고 사용처를 제한하는 등의 재정정책 시행으로 지역 내에서 소비하는 경향이 늘어난 영향도 있다. 

한국일보에서 국내 대표 편의점 A사의 100개 점포를 무작위로 샘플 채취하여 매출을 분석한 결과, 2020년 기준 주거상권 매출은 2.8% 증가했지만, 대학과 유흥지역은 6.2% 감소했고, 리조트나 관광단지 근처의 매출은 8.49% 감소했다. 전통적인 상권 지역의 매출이 크게 감소하고, 주거 상권의 매출은 증가한 것이다.

이에 동네 기반 중고거래 플랫폼, 동네 배달, 지역 맞춤형 구인·구직 서비스, 동네 정보 공유 커뮤니티 서비스 등 다양한 하이퍼로컬 서비스가 급증하면서 동네 중심의 커뮤니티 서비스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미국, 이탈리아와 같이 코로나19로 인한 페데믹 상황이 심각한 국가들의 경우 지역간 이동까지 제한되며 사람들은 거주지에서 이탈하기가 어렵게 되었다. 사람들의 오프라인 생활 반경이 로컬로 제한되는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자연스레 온라인 커머스가 성장했지만, 지역 동네 상권이 또한 빠르게 성장하게 되었다.

◆하이퍼로컬 시장에 국내 IT 플랫폼 기업들이 앞다투어 뛰어들고 있다.  
여기에는 하이퍼로걸 서비스가 위치기반서비스(LBS; location-based Service)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LBS는 무선 인터넷 사용자에게, 사용자의 변경되는 위치에 따른 정보를 제공한다. 따라서 스마트폰 앱 런칭을 기반으로 하는 IT 플랫폼들이 진출하기에 최적의 장소인 셈이다.

추가적으로 IT 플랫폼들이 보유하고 있는 고도화된 고객 데이터는 고객에게 최적의 이웃 경험을 제공하게끔 도와준다. 

네이버는 최근 네이바카페 '이웃' 서비스를 론칭했다. 이 서비스는 현재 위치를 기반으로 이웃 인증을 완료하면, 네이버의 모바일 웹과 카페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이웃 탭에서 지역 주민들과 소통할 수 있다.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안드로이드(OS) 기준 올해 초 네이버카페 월간 이용자수(MAU)는 513만1281명으로 집계됐다. 카페 앱 뿐만 아니라 네이버 앱을 통해서도 '이웃 톡'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용자 파이는 더욱 커진다. 올해 초 네이버 앱 MAU는 3023만1674명으로 나타났다.

즉, 이들 고객들에 대해 취향, 성별 등의 방대한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네이버는 이를 기반으로 고개들의 취향에 맞는 지역 기반 카페를 추천해줄 수도 있고, 혹은 고객의 화면에 알고리즘을 통해 고객이 원하는 지역 중고거래 상품을 띄울 수 있다. 

내 주변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게시물을 볼 수 있는 HOT 맵과, 근처에서 거래 가능한 중고거래 카페 게시물을 확인할 수 있는 중고거래 탭, 지역의 인기 카페를 만나볼 수 있는 인기 동네카페 댑 등이 존재한다. 

알바몬은 최근 동네 생활권 기반 재능 공유 플랫폼인 '긱몬'을 런칭했고, 주택 거래 플랫폼인 직방은 아파트 거주자들이 아파트 내 편의시설을 편하게 이용할 수 있게끔 돕는 '우리집'과 '건시어지’ 서비스를 도입했다.

◆글로벌 하이퍼로컬 시장 규모는 4332조원규모로 전망된다
글로벌 시장조사 리서치앤마켓 (Research and Market)에 의하면 2019년 9730억달러(약 1159조원)를 기록한 글로벌 하이퍼로컬 서비스 시장은 2027년까지 273% 성장해 3조6343억달러(약 4332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하이퍼로컬 서비스는 2008년에 지역 밀착형 서비스로 시작한 ‘넥스트도어’라는 IT 기업이다. ‘미국판 당근마켓’ 이라고 할 수 있다. 

2020년 2월 미국 텍사스에서 대규모 폭설이 일어났다. 30년 만에 찾아오는 폭설과 한파로 상당수 발전설비들이 한파를 이기지 못하고 가동을 중단했다. 텍사스 주 전체가 전력부족 및 정전 사태에 빠지게 된 것이다. 

이 때 넥스트도어가 택사스 주에서 큰 역할을 했다. 넥스트도어를 통해 이웃들은 자신에게 있는 생활필수품을 타인과 나누거나, 대피소까지 이동하는 정보를 커뮤니티를 통해 공유하기도 했다.

즉 단순한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멈추지 않고, 이웃과의 래포(rapport)을 형성하는 단계까지 나아간 것이다. 현재 미국 3가구 중 1가구가 쓴다고 할 정도로 높은 인기를 자랑하고 있고, 북미와 유럽을 포함한 11개국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넥스트도어를 통해서 사람들은 지역 소식을 알 수 있고, 중고거래 등에 참여할 수 있다. 

페이스북 또한 최근 Neighborhoods라는 서비스를 페이스북 앱 기능 내에 런칭하였다. 이 서비스는 캐나다와 미국 4개 도시 내에서 시범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 기능을 이용하는 페이스북 이용자들은 관심사, 즐겨찾는 장소, 소개를 기반으로 이용자 프로필을 만들게 된다. 이웃 전용 피드에서 이웃들과 소통하고 즐겨찾는 장소를 추천받을 수 있다.

◆첫 ESG 중국개념주 중국판 당근마켓 ‘완우신성(万物新生)’ 뉴욕증시에 상장했다
중국 중고 가전제품 거래 플랫폼 완우신성(萬物新生)의 아이후이서우(愛回收)가 올해 6월 18일 ‘RERE’라는 코드로 뉴욕증시에 상장했다. 완우신성은 '인터넷+환경보호' 유형의 순환 경제 기업이다. 아이후이서우가 주력 사업체로, 중고 제품 기업간거래(B2B) 플랫폼인 파이지탕(拍機堂)과 중고제품 거래 플랫폼인 파이파이(拍拍), 해외 서비스 플랫폼 AHS 디바이스(AHS Device) 등도 함께 운영 중이다.

완우신성은 2011년에 아이훼이쇼우(爱回收)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중고 전자제품 거래 플랫폼이었다. 2019년 6월 징둥그룹이 5억 달러(약 5,545억원) 이상을 투자하는 동시에 징둥 산하 중고거래 플랫폼 파이파이(拍拍)와 아이훼이쇼우가 합병하며 몸집을 키웠다. 

완우신성은 회수, 테스트, 등급 분류, 가격책정, 재판매까지 중고 거래 전과정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2020년 말까지 중국 내 171개 도시에 731개의 매장과 1,500개 이상의 자체 서비스센터가 있다. 완우신성의 2020년 2분기-2021년 1분기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49.4% 증가한 56억 8천만 위안(약 9,899억원)이며 총거래액은 전년동기대비 66.1% 증가한 228억 위안(약 3조 9,738억원)이다. 

2021년 1분기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118.8% 증가한 15억 1,400만 위안(약 2,638억원)이며 총거래액은 전년동기대비 106.7% 증가한 62억 위안(약 1조 805억원)이다. 

중국기술개발전자협회가 작년 3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고폰의 2%만 분해되고 나머지는 재활용된다. 이에 따라 알리바바(阿里巴巴), 텐센트(騰迅), 징둥닷컴(京東) 등 기업들도 약 1,000억 위안으로 추정되는 중고폰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그러나 아이훼이쇼우는 중국에서 가장 큰 중고폰 플랫폼은 아니다. 틴센트가 투자해 자오량지(找靓机)와 합병한 중고제품 거래 플랫폼 주안주안(转转)이 현재 업계 선두주자다. 알리바바도 전자상거래 플랫폼 산하 중고물품 판매 플랫폼 ‘시안유(闲鱼)’를 운영하며 아이폰 사용자를 위한 사후 관리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지난 2018년에도 선전시에 위치한 중고 부속기기 판매 플랫폼 훠슈바오(回收宝)에 투자했다.

◆ESG 측면에서 하이퍼로컬 비즈니스는 친환경과 지역사회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당근마켓 같은 하이퍼로컬 중고거래는 상품의 인수·인계는 판매자와 구매자가 직접 만나거나, 무인택배 보관함을 이용한다. 따라서 택배처럼 집하-서브터미널-허브터미널-서브터미널-영업소-배달 같은 긴 운송과 상품 상·하차 과정에서의 환경파괴나, 상품 하나를 직접 픽업하고 배달하는 방법에 비해 탄소배출이 거의 없는 친환경 물류가 가능하다 

또한 하이퍼로컬 비즈니스를 적극 개발할 필요가 있다. 택배나 쿠팡과 같은 직배 서비스도 물류거점에서 지역내 물류센터까지의 대량운송은 기존 대형트럭을 통해 택배사나 유통사가 담당하고, 지역내 배달은 전기화물차량 등을 활용한 친환경 공동배달망을 통해 배달하는 하이퍼로컬 물류비즈니스도 개발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지역내 지역내 물류시설의 공유나, 유휴시설을 활용한 공공 풀필먼트센터(MFC)와 공동배송센터의 조성 등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지역 사정을 잘 아는 지역내 미취업자에게 지역내에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고, 실버나 청소년 등 유휴인력의 활용을 통해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이상근(ceo@sylogis.co.kr)
-산업경영공학박사 
-삼영물류(주) 대표이사(현)
-국토교통부  '국가물류정책위원회 정책분과위원'(현)
-국토교통부 규제심사위원  (현)
-인천지역 인적자원개발위원회 위원(물류분과위원장) (현)
-대한상공회의소 물류위원회 부위원장(겸 실무위원장) (현)
-국립 인천대학교 전문교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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