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취업자, 저임금 일자리일수록 결혼 및 출산율 낮아
젊은세대 결혼과 출산 기피하는 이유 1위는 '경제적인 문제'
[아웃소싱타임스 이윤희 기자] 합계출산율 0.72명, 대한민국의 현 주소다. 올해는 지난해 합계출산율보다 더 낮은 0.6명대로 떨어질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러한 저출산 극복을 위해 각계각층에서 다양한 대안과 원인 검토에 나서고 있지만 출산율 회복은 커녕 갈수록 내리막길 경사가 가파라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비혼과 비출산을 선택하는 MZ세대 기조가 저출산을 심화시킨다는 비판도 나온다. 일부 기성세대는 이러한 젊은 세대를 '이기적'이라고 비판하며 세대 갈등을 낳기도 한다.
그러나 젊은 세대에서 증가하고 있는 '비혼', '비출산'이 온전히 이들의 자발적 선택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열악한 노동환경, 저임금 등 불안한 생활이 젊은세대가 비혼과 비출산을 선택할 수 밖에 없게끔 내몰고 있다는 지적이다. 저출산을 극복하기 위해선 모성보호제도의 확대 등 출산을 하였거나 출산을 결심한 이들을 위한 지원책을 넘어, 출산과 결혼을 결심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해야한다는 것이다.
■ 인구 감소로 경제 위기에 직면한 대한민국, 악순환 반복
저출산의 영향은 이미 국내 기업 내부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경제인연합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매출액 1000대 기업 인사노무담당자를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한 결과, 기업 10곳 중 7곳이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인력부족과 내수기반 붕괴 등 경제위기를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위기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하는 시기는 6~10년 이내가 42.7%로 가장 많았고 11~15년이 25.6%로 뒤이었다. 16~20년은 13.4%, 1~5년 12.2%로 적어도 10년 이내 경제 위기가 실현될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이다.
저출산·고령화가 기업에 미칠 영향 중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으로는 응답 기업 절반(45.8%)이 원활한 인력 수급의 어려움을 꼽았다.
이어 ▲시장수요 감소에 따른 매출 하락(19.2%) ▲인력 고령화에 따른 노동생산성 저하(17.5%) ▲인구구조 급변 및 시장변화에 따른 사업구조 변경의 어려움(15.0%) 순으로 답했다.
기업들은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력부족 문제가 평균 9년 이내로 산업현장에 본격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기간별로는 ▲5~10년(44.2%)이 가장 높았으며 그 뒤로 ▲10~15년(24.2%) ▲3~5년(9.2%) ▲현재 영향 미치고 있음(7.5%)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가장 시급하게 추진해야 할 정책으로 응답 기업 35.0%는 임금체계 개편 등 고령인력 활용 환경 조성을 꼽았다.
이러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여성을 포함한 저임금, 불안정한 근로환경에 있는 이들의 처우 개선이 선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열악한 근로환경, 낮은 임금이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게 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탓이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모성보호제도 확대를 꾀하며 수 조원을 투입하고 있지만 정작 수혜 대상은 갈수록 줄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내용은 한국고용정보원이 5월 28일 발표한 여성일자리와 출산의 선택 보고서에 담겼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여성의 경우 정규직, 고임금 근로자보다 저임금, 임시일용직에서 결혼을 하지 않는 비중이 높고 일자리의 불안정성이 결혼, 출산으로 이어지는데 걸림돌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따르면 2024년 3월 기준 전체 여성의 고용률은 54.3%로 10년 전인 2014년과 비교했을 때 5.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기간 주된 출산연령 구간인 20~49세 여성의 고용률도 3.0%p 증가했다.
그러나 여성 고용률은 느는 반면 결혼을 해 배우자가 있는 여성의 비율은 13.1%p 줄었다. 고용률은 늘었지만 자녀가 있거나 결혼을 한 취업자 규모는 줄고 있는 것이다. 그결과 육아휴직 등 모성보호제도가 확대되고 있지만 정작 그 수혜대상 규모는 더 축소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구성 상태별 여성 임금근로자의 근속 연수를 살핀 결과 결혼을 하지 않은 취업자는 36.5개월에 그쳤고 자녀가 없는 기혼 여성은 61.0개월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가 있는 기혼 여성은 81.1개월로 차이가 컸다. 45세~49세를 기준으로 해도 자녀가 있는 기혼 여성의 근속연수는 93.3개월인 반면 미혼 임금근로자는 76.1개월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참여한 연구진은 출산 후 불안정한 일자리에 근무하는 여성의 경우 일자리가 유지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으나 사전적으로 노동환경이 더 안정적일 수록 결혼과 출산을 선택하는 경향이 높다고 추론했다.
보험, 금융, 전문 과학 및 기술서비스업, 공공행정 등 평균보다 임금과 근속기간 측면에서 안정성이 높은 업종의 경우 2년 내 출산을 한 여성의 일자리가 다수 분포되어 있었고 상대적으로 임금과 근속기간이 열악한 도매 및 소매업, 숙박 및 음식점업 등에서는 적었다.
여성 뿐 아니라 젊은층의 결혼, 출산 기피는 윤택하지 못한 환경에서 시작된다. 젊은세대가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이유가 각박한 생활고란 점은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데이터컨설팅 기업 피앰아이는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3000명을 대상으로 저출산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를 발표했는데, 이중 출산 계획이 없다고 답한 비율은 63.4%로 과반을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출산 계획을 세우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불안이 25.2%로 가장 컸고 양육 및 교육비 부담이 21.4%를 차지했다. 경제적 문제가 전체 응답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이외 ▲자녀 출산 나이 지남(12.5%) ▲가치관 변화(11.3%) ▲무자녀 생활의 여유(8.8%) ▲바쁜 생활로 인해 양육 시간이 부족함(8.8%) ▲불임 등 이유로 아이가 생기지 않음(6.1%) ▲돌봄 시설 및 서비스 불만족(3.8%) ▲기타(2.1%) 등의 의견이 있었다.
조사 결과에 대해 서울시립대학교 도시사회학과 이윤석 교수는 "저출산의 원인 중 하나는 어려운 육아 환경"이라면서 "결국 현실적인 육아 부담을 덜기 위한 실질적인 정책들이 강화되어야 하며, 기업들은 아이 키우기 좋은 기업 문화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육아에 대한 사회 전반적인 인식 개선과 실질적인 지원 확대를 통해 육아가 부담스럽지 않은 환경을 조성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 비정규직, 여성 저임금 일자리 문제 개선 위해선 이중구조 해소가 시급
저출산과 비혼 증가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불안한 근로환경, 저임금 근로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고착화된 국내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해소가 우선적이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정규직의 시간당 임금은 2만 4799원이지만 비정규직 근로자는 1만 7586원에 그쳤다. 비정규직의 시간당 임금은 정규직의 70.9%에 불과했다.
대기업으로 분류되는 300인 이상 기업의 정규직의 경우 시간당 임금 3만 8214원을 넘어섰다.
여성과 남성의 임금 격차도 크다. 여성 근로자의 시간당 임금총액은 남성의 71% 수준이었으며 같은 비정규직에서도 남성은 2만 337원의 소득을 올리는 반명 여성의 시간당 임금 총액은 1만 4944원에 그쳤다.
이런 결과 상위 20%와 하위 20%의 임금 격차는 더 커졌다. 이에 대해 경기대학교 경영학부 이대성 교수는 "노동시장의 양극화가 부의 양극화로 이어지면서 중산층은 줄고 초 고소득층 일부와 빈곤층 다수로 사회구조가 재편되고 있다"며 "이러한 소득 양극화는 사회적 갈등을 야기하고 다수에 속하는 빈곤층이 출산과 결혼을 포기하게 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간 계층의 경우에도 SNS나 유튜브 등으로 초고소득 계층의 소비에 노출되면서 상대적 빈곤에 시달리는 중"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교수는 "부의 재편, 노동시장 양극화의 해소, 비정규직에 대한 처우 개선이 이뤄져야 저출산 문제도 개선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