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희망퇴직 빨라지고 점포수 10년 전보다 2000여개 줄어
대체 일자리 타겟 된 아웃소싱 산업, 위기 속 기회 발굴해야
[아웃소싱타임스 이윤희 기자] 은행권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은행업 종사자의 일자리가 위협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희망 퇴직 연령은 빨라지고 임직원 수도 줄었다. 대면 업무를 담당하는 창구는 지속적으로 줄어 한때 6천개에 육박했던 일반 은행 수가 3천 대로 떨어졌다.
이처럼 은행업 디지털 전환에 따른 일자리 감소가 가시화되면서, 청원경찰이나 환경미화와 같이 은행업과 협업하는 아웃소싱 기업의 위축도 우려되고 있다.
■ 10년 전 5700여개 달하던 점포 수, 2022년 3800여개로 줄었다
빠른 기술 적용으로 안전하고 선진적인 이미지가 중요한 은행업은 전 산업 중에서도 디지털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분야 중 하나다. 키오스크가 현재처럼 보편화되기 십수년 전부터 ATM 도입을 늘리고, 스마트폰 보급 이후에는 어플리케이션을 통한 비대면 업무를 빠르게 보급한 것도 은행권이다.
코로나19 이후 청년층뿐만 아니라 중고령층도 스마트폰 활용에 익숙해지고 비대면화에 적응하면서 은행의 디지털 기술 활용은 더욱 보편화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대면 업무보다 비대면 업무가 차지하는 비중이 늘면서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는 평이다.
실제로 한국은행 금융결제국 조사에 따르면 입출금, 자금이체 등 거래가 2015년 경에는 인터넷 거래 비중이 40%에 그쳤지만 2022년에는 70% 이상 늘었다. 계좌 조회, 자금이체 결과 조회, 환율 조회 같은 조회서비스 이용도 같은기간 90%까지 확대된 것으로 확인된다.
여기에 더해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인공지능 융합이 향후 미래 비즈니스에 필수로 여겨지면서 은행의 플랫폼화, 밸류체인의 언·리번들링, 빅테크·핀테크 기업 간 협력, AI 도입 본격화, 데이터 기반 서비스 등 은행업의 디지털전환은 더 빨라지고 있다.
KB국민은행은 2022년 AI 기반 ‘콜봇 서비스’를 도입하여 수신상품 만기 안내, 대출상품 연체관리 등 안내에 활용하였다. 신한은행에서는 AI 데이터 분석 기술을 이용해 고객의 자산관리를 돕는 ‘비대면 프리미어 자산관리 서비스’를 앱 이용 고객이 활용할 수 있도록 시행 중이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 8일 발표한 '디지털 전환에 따른 은행업의 일자리 변화 분석'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지점을 통폐합하거나 ATM만 운영하는 무인점포 형태의 은행이 늘면서 희망 퇴직 등을 통해 인력을 감축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된다.
현재 은행업은 인터넷 기술이 보급화 된 시점인 은행산업 2.0 시대에서 AI나 클라우드, 핀테크 등 신기술을 융합한 3.0 시대에 진입해있다. 코로나19 발생 이전은 3.0 시대 초입으로 이제 막 첫발을 내딛은 태동단계였지만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서비스의 확대, 대면 현장에서의 보안보다 디지털 보안의 중요성이 높아지며 기술 융합에도 가속도가 붙었다. 이와 같이 발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은행업 디지털전환 결과 실제 오프라인 현장의 일자리 감소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2022년 부터 2023년 상반기까지 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농협은행 등 국내 5대 시중은행에서 발생한 희망퇴직자 수는 4466명에 이른다. 2022년에만 2244명이 희망퇴직했고 2023년에도 유사한 2222명이 희망퇴직을 접수했다. 이들 은행에서 제안한 희망퇴직 대상 연령은 40세 초중반으로 정년인 60세보다 매우 이른 나이다.
고금리로 은행 실적이 증가하면서 임직원들에게 유리한 조건의 희망퇴직을 제안할 수 있게 되자 인력 구조조정의 결과를 낳은 것이다.
일반은행의 총 임직원 수가 감소하면서 점포 숫자도 빠르게 줄고 있다.
전체 일반은행의 숫자는 2010년대 초에는 5600여개에 달했으나 중반부터 계속 하락하다 2022년 3878개로 내려앉았다.
시중은행 수는 2012년에 4721개로 가장 많았다가 2017년부터 3000개대로 줄어들며 2022년에는 3085개로 10년사이 1700여개가 줄었다. 지방은행도 2013년 972개로 정점을 찍은 후 감소해 10년 사이 790개까지 줄어들었다. 특히 점포수 감소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더 가파르게 나타난 것으로 파악된다.
■AI 보급으로 직접적으로 줄어드는 콜센터·사무보조 직원...점포수 감소로 인한 간접 영향도 무시 못해
신기술의 도입이 반드시 일자리 감소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예를들어 ATM기의 보급으로 기기나 해당 점포를 관리하는 직원이 늘거나 대면 상담대신 콜센터 업무가 늘어난 것처럼 줄어드는 일자리 대신 새로운 직업이 파생될 가능성은 농후하다.
그러나 은행업에서 챗봇이나 인공지능을 통해 대체하고자 하는 업무 대부분이 아웃소싱 기업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단 사실은 분명하다. 은행권 전체의 일자리 감소에는 지대한 영향은 없을지언정 아웃소싱 업계에는 큰 타격을 가져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KB국민은행이 챗봇 도입 후 컨택센터 협력 업체 수를 줄여 많은 근로자가 계약 해지를 겪는 위기가 초래된 바 있다. 챗봇 도입이 확대되면서 다수의 컨택센터를 운영하는 것이 효과적이지 않다고 판단한 결과 콜센터 협력업체와 계약해지를 결정하면서 발생된 사례다. 논란 끝 근로자들의 고용승계가 확정되긴 했으나 언제든 유사한 사례로 계약해지에 위기에 놓인 이들이 다수 존재한다.
콜센터 업무나 단순 사무보조의 업무는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빠르게 대체되고 있는 산업 중 하나다. 실제 컨텍센터를 운영하는 대표 아웃소싱 기업의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급격하게 계약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지만 상담원 인력 규모는 점차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추세"라며 "과열된 AICC 개발 및 투자에 함께하거나, 다른 독자적인 서비스를 개발하는 등 새로운 사업 방안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업계 현황을 전했다.
사무직원이나 컨택센터 상담원과 같이 직접적인 인력 감원이 이뤄지는 경우에 더해 더해 점포가 줄어들면 해당 지점과 연계된 거래 감소도 우려된다. 하나의 점포가 사라지게 된다면 해당 건물의 건물 및 사무공간 청소, 경비보안, 사무실관리, 보안원과 주차관리직원 파견 업무 등에 관한 계약 해지가 연쇄적으로 발생할 수 밖에 없다.
숫자 상으로는 점포 하나가 줄어드는 것이지만 아웃소싱 기업이 입는 타격은 최소 3~4가지 이상의 거래를 잃게되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아웃소싱 기업도 인공지능과 신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도급 서비스 제공을 고민해야한다고 의견을 모은다. 단순 인력을 공급하는 시대에서 벗어나 솔루션과 기술을 공급하는 방식의 보편화가 아웃소싱 산업이 생존할 수 있는 방안으로 여겨지고 있는 것.
하지만 다수 기업이 투자와 직원 교육에 소극적인 까닭에 아웃소싱 산업에서 디지털 전환은 타 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그 속도가 매우 더딘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 자체적인 솔루션을 개발해서 활용하거나 인공지능을 도입한 첨단 기술을 확보한 기업은 극 소수에 불과할 뿐더러, 아웃소싱 산업만의 획기적이고 창의적인 아이템은 부족한 상황이다.
대부분이 이미 시중에 보급 되고 있는 타기업의 시스템으로 대체 가능한 수준으로, 아웃소싱 산업의 전문성으로 내세우기엔 미흡한 부분이 많아 보완이 필요하다.
경기대학교 경영학부 이대성 겸임교수는 "새로운 아웃소싱 서비스를 개발할 때는 고객 중심의 혁신적 접근이 중요하다. 효율적인 인력관리, 획기적인 솔루션 서비스 제공을 위해서는 AI와 클라우드 기반 시스템 고도화에 지속적인 투자와 관심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