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문사 전성시대 위탁 급증
투자자문사 전성시대 위탁 급증
  • 승인 2001.10.20 1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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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재미있는 사건이 있었다. 유화증권은 한국증시 역사상 최초로
상품운용을 자문사에 맡겼다. 규모는 그리 크지 않다. 피데스와 밸런
스에 각각 50억원 규모. 그러나 연금이나 보험사가 아닌 증권사가 상
품운용을 ‘아웃소싱’했다는 점은 자문사로서는 자신을 찾는 고객
의 저변이 넓어졌다는 의미다.

윤경립 사장은 “성과가 좋으면 향후에도 규모를 대폭 늘리겠다”고
강조했다.

바야흐로 투자자문사 시대가 열리고 있다.

지난해 연말 장이 500부근까지 밀리자 자진 폐업하는 자문사까지 생겼
던것과 비교하면 상전벽해라 할 만하다. 최근 주가가 급락했지만 여의
도에서 상대적인 평가를 내리면 유일하게 지수와 상관없이 괜찮은 업
종이라는 평이다.

‘자문사 전성시대’는 기관들이 수익증권보다 일임계약을 선호하면
서 생긴 현상이다. 지난해 교원공제회에서 연기금으로서는 처음 자문
사에 일임계약으로 자금을 투입하면서 성과가 좋자 올 들어 급속히 확
산됐다.

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올 3월까지 일임계약고는 2조3000억원으로 지
난 연말에 비해 7000억원이나 늘어 무려 46%나 급증했다. 물론 이 돈
에는 묶여있는 돈도 많은 데다 모두 자문사로 오지는 않아 흐름을 진
단하긴 어렵다.

그러나 자문사로 흐르는 돈의 규모를 알 수 있는 좋은 자료가 있다.
연기금들의 자문사에 대한 집행이다. 지난해는 대한교원공제회의 650
억원이 유일했다.

그러나 올 들어 8월 말까지 기존의 교원공제회는 물론 국민연금과 새
마을금고, 지방공제회, 한미은행이 새롭게 시장에 참여(?)했다. 규모
는 국민연금의 1100억원, 대한교원공제회 1950억원, 새마을금고 500억
원, 한미은행 150억원, 유화증권 100억원, 지방공제회 200억원 등을
포함해 대략 4000억원 정도.

규모가 크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현재 사학연금이 1000억원, 국민
연금이 다시 1000여억원 정도 더 집행할 예정으로 새로 심사에 들어
간 걸 감안하면 가히 폭발적이란 단어가 어울린다.

자문사 10군데 먹고 살 만큼 늘어

올 들어 넉넉잡아 5000억원 정도가 는다고 계산해 보자.

5000억원이라면 소위 시쳇말로 자문사에는 ‘장난이 아니다’. 통상
500억원을 자문사의 ‘손익분기점’으로 보면 최소한 10군데 이상이
먹고 살 수 있는 자금이 새롭게 탄생했다는 얘기다.

코스모투자자문 최권욱 대표는 “요즘은 수수료율이 떨어져 손익분기
점이 좀 올라갔지만 이제는 실력만 있으면 절대 죽지 않는 시장이 된
것은사실”이라 밝혔다.

자문고가 1000억원 이상으로 늘어나 완벽하게 정착한 곳도 늘고 있
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한셋, 피데스, 밸런스, 코스모 등 손꼽을 정도였지
만 올 들어 10월 최근까지 튜브·델타·한가람·베스트투자자문 등으
로 급증했다. 900억원을 돌파한 메리츠까지 합하면 10군데에 육박한
다.

실제로 이들 자금을 받은 자문사 숫자도 급격하게 늘었다.

지난해 교원공제회는 11군데에 자금을 집행했다. 그러나 올 들어 국민
연등 5군데 기관이 집행한 자금을 받은 곳은 무려 40군데. 중복으로
받은 곳도 있지만 그만큼 저변이 넓어졌다는 데 이견은 없다.

델타·메리츠·밸런스·코스모·피데스·한가람·튜브 등 7개사를 대
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지난 연말 58건 2862억원 규모의 일임자문
고는 8월 말 현재 123건 6674억원으로 급증했다. 채권형을 뺀 순수 주
식형만의 합으로 일부 큰 손 등 개인 고객도 있지만 기관자금이 주요
인이다.

이중 메리츠는 연말 7건에서 8월 말 무려 27건으로 늘려 업계를 놀라
게 했다.

이 같은 흐름 때문인지 정보통신부에서도 이젠 자문사를 투자파트너
로 인정할 것이란 얘기까지 들린다. 정통부 자금까지 받을 수 있게 된
다면 날개에 날개를 단 셈이 된다.

외국계도 빠질 리 없다.

스커더와 슈로더에 이어 AIG도 심사중이란 소문이다. 외국계는 반드
시 자문사로 들어오진 않는다. 그러나 투신이라도 일임자문은 가능해
결국 자문시장을 노린다고 볼 수 있다.

외국계가 노리는 점은 ‘저금리에 따른 해외투자’. 이미 올 초 국민
연금은 1조5000억원의 위탁매매자금 중 3000억원을 외국 쪽으로 배정
한 바있다. 역시 사상 최초다.

해외투자는 누구에게 맡길까. 당연히 외국계가 유리하다. 삼성증권 백
운부장은 “향후 외국계 점유율은 늘면 늘었지 떨어지진 않을 것”임
을 단언했다.

자문사가 전성시대로 진입한 흔적은 수치에서만 발견되는 건 아니다.

올 초 감(흐름)에 일가견이 있는 거물급 펀드매니저들은 대거 자문사
로 자리를 옮겼다. 대투의 간판이던 서임규씨가 새턴으로, 한투의 간
판이던 김석규씨가 B&F에 새로 둥지를 튼 데 이어 한투와 현투에서 간
판이던 장영상씨도 최근 자문사로 발걸음을 돌렸다.

시스템 구축·실속키우기 경쟁

퍼스트투자자문 장영상 사장은 “이젠 고객들도 선진형 맞춤 서비스
를 받을 만큼 사회분위기도 성숙했다고 판단해 과감히 자문사행을 결
행했다”고 밝혔다. 퍼스트는 추석 이후 곧바로 자본금을 늘려 일임자
문사로 등록할 예정이다.

서임규·김석규·장영상 등은 자신의 이름을 기존의 ‘메리츠= 박종
규, 코스모= 최권욱, 한가람= 박경민, 피데스= 송상종, 튜브= 김영
수, 밸런스= 유승우, 에셋플러스= 강방천’이라는 유명 펀드매니저 계
보에 올린 셈이다.

이밖에 지난해 서울투신 펀드매니저를 그만둔 뒤 투자 부티크를 차린
M스퀘어벤처홀딩스의 조연구 사장도 “조만간 투자자문사를 만들 계
획’이라 밝혔다.

한동안 뜸했던 애널리스트의 펀드매니저행도 나타나고 있다.

메리츠는 최근 신영증권의 베스트급 애널리스트 김영근씨를 펀드매니
저로 스카우트했다. 2년 전 삼성에서 굿모닝투신으로 옮긴 나홍규 팀
장에 이어 베스트급 애널리스트 움직임이 시작된 셈이다.

메리츠 박종규 사장은 “예전에는 오라해도 안 왔는데 요즘은 좋은 인
력을 뽑을 수 있을 정도로 자문사에 대한 인식이 좋아졌다”고 말한
다.

교원공제회 배재환 과장은 “이름만 보면 솔직히 투자자문사가 훨씬
안심이 된다. 실제로 메리츠 등 몇 군데에서는 성적이 좋아 3번 이상
자금을 타갔다. 특히 지금처럼 장이 나쁠 경우 편입비율을 신축적으
로 운용할 수 있는 제도적인 강점까지 있어 성적이 좋다. 뉴욕테러
후 수익률을걱정했지만 솔직히 만족스런 수준”이라 밝혔다.

투자자문사협의회 회장인 정진호 액츠투자자문 사장은 “최근 위상이
부쩍 높아졌음을 느낀다. 이젠 금감원 등에 건의사항을 얘기하기도 한
다”고 자부심이 대단하다.

자문사 전성시대.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자문사 고민은 지금부터다.

자문사는 현재가 초기시장이다. 초기시장의 특징은 치열한 경쟁을 거
쳐 옥석이 가려진다는 점. 따라서 1∼2년내 석(돌)으로 분류된 자문사
는 문을 닫아야 한다. 반면 옥에 속한 자문사는 날개를 달게된다.

튜브투자자문 윤창보 상무는 “이미 시장은 위험관리와 리서치기능
등 시스템을 갖추지 않으면 안되는 시대로 돌입했다”고 판단했다. 최
근 기관자금을 유치하지 못한 투자자문사의 공통점은 대부분 ‘시스
템 불안과 짧은 업력’이란 게 전문가들 진단이다.

코스모투자자문 최권욱 사장은 “조만간 옥석이 가려지면 그 이후엔
이름을 건 실속파와 규모를 키운 시스템파, 둘로 나뉜다. 기관들엔 선
택의폭이 넓어진다는 의미가 있으며 그 후가 진짜 전쟁”이라 설명했
다.

자문사는 현재 전성시대의 초입이다. 6·25 후, 그리고 IMF 직후 수
많은재벌과 영웅이 탄생했듯 자문사는 현재 ‘한국의 피텔리티’ ‘한
국의 워렌버펫’을 탄생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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