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대우 비정규직 노조탈퇴 강요
GM대우 비정규직 노조탈퇴 강요
  • 승인 2004.02.20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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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대우가 구내식당 운영업체를 일방적으로 바꾸면서 식당 종사자 수십
명이 한꺼번에 거리로 내몰려 힘겨운 생존권 투쟁을 벌이고 있다.

주로 4, 50대 여성들인 이들 40여명은 겨울이 다 가도록 석달이 넘는 노
숙 농성에다 20일에 걸친 단식투쟁을 하면서까지 거대기업인 GM대우에
맞선 고된 복직싸움을 벌여 심신이 만신창이가 된 상태다.

이들은 GM 대우 군산공장의 구내 식당에서 8년동안 밥을 지어온 이른바
이 식당 아줌마들의 유일한 소망은 오직 일터로 복귀하는 것 뿐이다.

이들은 당초 계속 일하게 해주겠다는 약속을 일방적으로 어긴 회사측이
야속하다 못해 무서운 생각까지 들지만 억울함에 북받쳐 더 이상 물러서
지 않겠다는 결의를 다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거리로 내몰리기 전까지 이들은 찜통 같은 열기 속에 새벽부
터 12시간이 넘는 중노동을 해왔다.

온몸이 음식 냄새에 절어도 씻을 곳조차 없어 퇴근 버스를 탈 때면 주위
사람들의 핀잔을 듣기도 일쑤였다.

그러나, 이렇게 일을 해도 한 달에 쥐는 돈은 최저임금도 못미치는 기본
급 30여만원에 불과하고 주말인 토요일과 일요일에 쉬지 않고 일해도 수
입은 고작 60여만원정도였다.

게다가 지난해 11월 식당 운영업체가 바뀌면서 수억원에 이르는 임금과
퇴직금도 못받고 하루아침에 길바닥으로 내몰렸다.

새로온 식당업체 "아라코"가 비정규직 노조 탈퇴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당
초 고용승계 약속을 뒤엎고 채용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아줌마들은 재입사를 위한 면접 장소에서 "아라코"측이 ""주변을 정리하
라"며 은근히 노조탈퇴를 종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농성중인 김행순씨는 "면접을 본 모든 사람들이 면접관으로부터 "주변정
리" 요구를 받았다"고 증언한다.

김씨는 "면접장에서 회사측에 "주변정리가 도대체 뭐냐? 노조 탈퇴를 말
하는 것이냐?"라고 묻자 "그렇다"는 대답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미 중년에 접어든 이들에게 또다른 문제는 이제 다른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나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대부분 배우자가 이미 숨져서 가족의 생계를 혼자 책임지거나 남
편 대신 생활전선에 뛰어든 경우가 많이 이 직장마저 잃는다면 생활이 막
막하다.

심지어 자녀의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해 등록을 한 해 미룬 경우도
있다.

외환위기에 무너졌던 대우자동차가 GM대우로 재탄생하는 격동의 시절,
임직원의 먹거리를 책임졌던 구내식당 숨은 일꾼들이 이제는 배신감과
억울함에 치를 떨고 있다.

또 다른 문제로는 이들을 퇴사시킨 식당운영업체인 "아라코"가 식당운영
권을 인수한 과정에 투명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GM대우 군산공장의 식당을 운영하던 대원유통이 갑자기 폐
업을 선언했는데 당시는 폐업선언 2달전에 GM대우측과 계약연장에 합의
했고 더구나 2교대 생산체제 구축을 위해 비정규직을 무려 1200여명을 새
로 채용해 수익 증가가 예상되는 시절이었다.

대원유통측은 "폐업의 배경에 대해 GM대우측이 정식계약을 미루고 도급
비 지급간격을 2개월에서 3개월로 늘리는 등 영업조건을 악화시켰기 때
문"이라고 설명한다.

GM대우 군산공장 말고는 다른 사업장이 없었던 대원유통으로서는 한달
에 수억원이나 드는 운영비를 돌려막아야 할 형편이었다.

특히 식당 운영권을 넘겨받은 "아라코"는 대우 임직원 출신이 주도하고
있는 회사로 드러나 GM대우가 식당운영권을 부여하면서 특혜를 준 것
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즉, 특정기업을 염두해둔 GM대우측
이 의도적으로 기존 업체를 내몰았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또 식당 종사자들을 아라코에 재입사시키는 과정에서 일괄적으로 노조
탈퇴를 강요해 비정규직의 노조결성 움직임을 차단시키려는 숨은 의도
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전북지역 일반노조 나미리 위원장은 "식당 아줌마들의 비정규직 노조 설
립이 생산라인에 채용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을
GM대우측이 우려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에 대해 GM대우측은 어이없게도 "정규직 노동조합이 식당 노동자들
의 노조결성을 원치 않는다"며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한 간부직원은 "면접과정에서 "노조탈퇴" 요구를 한 적이 없고 오히려 대
우자동차 정규직 노조 간부가 그런 얘기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반박
했다.

유관업체에 대한 특혜와 노조파괴 시도, 거기에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조
에 대한 이간질까지 일삼는 것이 소위 재도약을 꿈꾼다며 선전하고 있는
GM대우의 구시대적 일면이 아닐지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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