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A 보조금, 독(毒)인가 득(得)인가
PDA 보조금, 독(毒)인가 득(得)인가
  • 승인 2003.09.15 11: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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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A 보조금은 독이 될까, 득이 될까"

최근 일각에서 "PDA에 보조금을 주면 득보다 실이 많다. 무역 역조 현
상과 왜곡된 소비 행태를 부추긴다"고 지적하면서, 그 동안 물밑에서
만 벌어지던 PDA 보조금의 득실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PDA 업계는 "현재 보조금이 사라지면서 외산 PDA의 국내 시장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져 무역 역조 현상을 오히려 부추기로 있다"고 한 목
소리를 내고 있다.

또 "자칫하면 우리나라가 CDMA 기반의 차세대 모바일 단말기 시장의
주도권을 상실할 수 있는 후퇴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보조금 금지가 무역역조 심화의 주범"

보조금이 사라지면서 외산 PDA의 위세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국내에 얼굴이 알려진 PDA 업체들 중 대부분은 지금껏 CDMA 일체형
PDA 개발과 생산에만 치중했다.

이들 PDA 업체들은 국내 통신사업자들과 긴밀한 협력, 암묵적인 보조
금 허용 등에 힘입어 지난 해 하반기부터 국내 PDA 시장의 주도권을
확고하게 거머쥔 것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정부가 지난 4월부터 단말기 보조금 금지를 법제화한 데 이어
올 7월부터는 PDA 보조금 단속에 나서면서 양상이 달라지고 있다.

그 동안 암묵적으로 허용됐던 PDA 보조금이 일제히 사라지면서, 국내
업체들이 결과적으로 가격 경쟁력을 급격히 상실하는 등 된서리를 맞
고 있는 것이다.

반대로 그 동안 CDMA 일체형 PDA를 공급하지 못해 한국 시장에서 거
의 발을 붙이지 못했던 HP와 델, 후지쓰, 팜 등 대표적인 외국 기업들
의 장악력이 최근 들어 한층 높아지고 있다.

그 뿐 만이 아니다. 중저가의 대만산 PDA 수입도 최근 잇따르고 있
다.

실제로 KT가 무선랜 PDA로 국내 시장에 공급하는 단말기 중 "포즈"를
빼 놓고는 대부분이 외산 기종이다.

CDMA 모듈을 내장한 국산 PDA가 보조금의 증발로 가격경쟁력을 잃자,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외산 PDA가 득세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한 PDA 전문가는 "원천기술 보유가 취약한 우리나라에서는 첨단
정보통신 기기를 제조하기 위해서는 핵심 부품을 수입할 수 밖에 없
는 처지"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런 시장에서는 국산화를 통한 해외 시장 진출 전략을 구
사해야 한다"며 "그러나 국내 PDA 시장을 보면 보조금이 사라진 뒤 국
산 제품이 해외 시장 진출을 노려보기도 전에 고사될 위기를 맞고 있
다"고 토로했다.

자칫 잘못하면 포스트 PC 시장을 통째로 외국 기업에 내줄 수도 있다
는 우려다.

◆"차세대 단말기 주도권 상실 우려"

이미 세계 PDA 산업의 주도권은 대만에 넘어간지 오래라는 것이 전문
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프로세서를 뺀 주기판, 칩셋 등 나머지 PC 부품 시장을 장악하면서 인
텔과 함께 세계 PC 산업의 패권을 거머 쥔 대만이 포트스 PC 대표 품
목인 노트북 PC, PDA 등의 모바일기기 시장에서도 지배력을 공고하게
다지고 있다.

특히 노트북의 경우 세계 시장의 90% 이상을 대만이 생산하고 있을 정
도다. 브랜드보다는 개발자주도형생산(ODM), 주문자상표부착생산
(OEM) 등에 주력하면서 규모의 경쟁력을 갖추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
다.

이는 PDA도 마찬가지다. 대만은 세계 PDA 시장의 70% 이상을 생산하
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대만은 올 한해 동안만 600만여대를
생산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는 이동통신 강국이라는 경쟁 우위를 살려 세계 휴대
폰 시장의 패권을 장악하는 데 어는 정도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
다. 세계 시장에서 팔리는 휴대폰 3대 중 하나가 우리나라 제품일 정
도다.

그러나, 이 같은 성과를 폰과 정보기기가 융합된 "PDA폰" "스마트폰"
등 차세대 이동통신 단말기 시장에서도 재현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
다.

이미 대만은 노트북, PDA 등 정보기기 산업에서 쌓아 온 경쟁력을 바
탕으로 차세대 이동통신 단말기 시장으로 뛰어 들고 있어 앞으로 우리
나라의 강력한 경쟁자 중 하나로 급부상하고 있다.

한 전문가는 "대만이 이동통신 단말기 시장에 달려 드는 것은 결코 탐
색전 수준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며 "부가가치가 급락한 노트북 시장
의 탈출구로 이동통신 단말기 시장을 꼽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만 HTC는 국내 삼성전자보다 먼저 마이크로소프트(MS)의 스
마트폰 운영체제(OS)를 장착한 단말기를 상용화한 바 있다. 삼성전자
는 아직까지 스마트폰 OS가 장착된 단말기를 상용화하지 못하고 있
다.

이는 삼성전자가 개발력이 떨어지기 때문이 아니다. 그 보다는 대만
단말기 업체들이 공격적으로 차세대 단말기 시장에 적극 나서고 있기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

C




DMA 시장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HTC는 이미 지난 2000년 연간 1천만~1천500만대 규모의 모바일 정보기
기 생산력을 갖췄으며, 그 동안 HP에 거의 독점적으로 아이팩 PDA를
공급하면서 양산 기술과 규모의 경쟁력 등을 확보했다.

HTC는 이 같은 경쟁력을 바탕으로 지난 2001년 6월 퀄컴과 전략적 제
휴를 맺고 공동 개발을 진행, CDMA 시장 진출을 모색중이다.

국내 PDA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PDA폰 업체들이 주로 모듈 형태로
통신 기능을 지원하는 데 반해 HTC는 기판 위에 바로 통신 칩셋을 심
어 제품 사이즈를 줄일 정도로 앞선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
했다.

또 후지쓰 등에 PDA를 공급하고 있는 대만 콤팔도 우리나라에 CDMA 기
술 흡수를 위한 안테나 기업을 두고 있다. 또한 프랑스 사젬, 일본 미
츠비스에 스마트 폰을 공급중이다.

◆"중국도 무시할 수 없어"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해외 경쟁력을 다지고 있는 중국도 무시할 수
없는 상대다.

중국 PDA 시장은 지난 해 179만여대를 형성했다.

이 중 PDA폰 등 무선 PDA 시장은 22.9%에 달하는 40만대다.

반면, 국내 PDA 시장 규모는 지난 해 30만여대에 불과했다.

중국이 PDA폰 시장의 양적인 측면에서 이미 우리나라를 앞서고 있다
는 분석이다.

국내 PDA폰 시장은 올 2분기부터 보조금 금지 등의 여파로 성장속도
가 저하되고 있다.

차세대 이동통신 단말기 시장에서 내수 시장을 조기에 육성, 해외 경
쟁력을 갖춘다는 우리나라 고유의 성장 전략이 갈수록 궁색해지고 있
는 것이다.

게다가 중국 판다, 레전드 등 주요 단말기 업체들은 이미 GPRS 기반
의 PDA폰을 선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차세대 모바일 시장 퇴보 우려"

반면, 국내 차세대 이동통신 단말기 시장은 정부의 무관심과 이동전
화 사업자의 소극적인 신규 사업으로 인해 오히려 후퇴 위기를 맞고
있다.

싸이버뱅크, 셀빅, 인포무브 등 국내 차세대 이동통신 단말기 전문 업
체들은 지난 수년간의 피땀 어린 노력을 통해 차세대 단말기 시장에
서 이제는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갖추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보조금 정책이 혼선을 빚으면서 초래된 내수 시장 침
체로 판로 확보에 하나 같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보통신부는 올초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PDA, EV/DO 단말기 등 새로
운 형태의 단말기들에 한해서는 보조금을 줄 수 있는 예외조항을 신설
하겠다"고 발표했었다.

정통부는 또 비공식적으로 상반기 내에 예외조항을 만들것임을 시사했
었다.

그러나, 정통부는 "시장 상황을 지켜 본 뒤 추진하겠다"며 당초 보조
금 정책에 관한 입장을 최근 번복하고 있다.

또 그 동안 PDA 보조금 규제를 거의 하지 않았던 정통부가 지난 7월부
터 갑작스럽게 PDA 보조금 단속을 강화해 시장이 급랭하는 결과를 초
래하고 있다.

정부가 육성 정책에는 뒷짐을 지고 있는 반면, 규제만 강화하는 구태
의연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이같은 입장 번복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정통부는 국내에서 PDA 산업이 새롭게 주목받던 3년 전에도 수천억원
의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가 백지화한 적이 있다.

◆"보조금정책 빨리 마련해야"

삼성전자와 같은 세계적인 기업도 중소기업 시절이 있었다.

때문에, 우리나라 차세대 이동통신 단말기 산업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새로운 얼굴들을 지속적으로 발굴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그 나마 차세대 이동통신 단말
기 산업에서 기술력과 노하우를 닦아 온 중소기업들의 줄도산이 되려
우려되는 상황이다.

차세대 이동통신 단말기 시장도 삼성전자, LG전자 등 대기업만이 살
아 남는 "그 나물에 그밥" 신세가 될 수 있다는 우려다.

한 PDA 업체 사장은 "자금력이 취약한 전문 벤처기업들이 예상치 않았
던 보조금 금지 사태의 장기화로 인해 상당한 재고를 끌어 안고 있
다"며 "이는 재투자를 억제해 결국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우려하는 것이 차세대 단말기에 대한 보조금 허용
으로 인해 삼성전자 등 대기업만이 혜택을 입는 것이라면, 통신 시장
과 마찬가지로 비대칭 규제가 적용된 보조금 제도 등을 도입해 보완하
면 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그는 또한 "IMT-2000 단말기와 PDA를 분리해 PDA에 대한 보조금 정책
을 먼저 추진한다면, 국내 PDA폰 시장 규모는 전체 휴대폰 시장의 3%
에 불과한 상황이기 때문에 정통부의 "통신 시장 유효 경쟁 정책"에
도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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