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4년만에 1130원대..`바닥 어디인가`
환율 4년만에 1130원대..`바닥 어디인가`
  • 승인 2004.10.25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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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 환율이 4년만에 1달러당 1130원대에 진입하며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1년이상 지지선 역할을 하던 1140원선이 무너진 것은 환율 하락 방어에 주력하던 정부의 외환정책에 변화가 온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낳고 있다.

시장에서는 더이상 1140원이 의미있는 수준이 아니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공격적인 (달러)매도공세를 점치지는 않는 분위기다. 오히려 고유가와 경제 펀더멘털 악화 등으로 자율적 반등 가능성에도 대비하는 모습이다.

◇당국 개입완화 확인..1130원대 안착

환율이 1130원대로 떨어진데는 달러/엔 환율 급락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우리 외환당국의 개입 강도 완화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겉으로는 월초 110엔대였던 달러/엔이 107엔대로 밀린 영향을 받고 있으나, 달러/엔이 105엔대까지 떨어졌던 올 4월에도 달러/원 1140원선은 지켜진 만큼 당국 허락없이는 1130원대 안착은 어려웠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참가자들은 그동안 `1140원=ㅇㅇㅇ(재경부 외환정책 지휘관) 방어선`이라고 부르며 근접을 꺼려왔다. 그러나 최근 국정감사 과정에서 한국은행의 동의없이 재경부가 주도한 파생거래 등을 통한 과도한 개입이 문제시된 이후 개입강도가 완화되며 1130원대 진입을 위한 짐을 들게 됐다.

재경부가 역외선물환(NDF) 개입내역을 정기 보고하고 있는 국제통화기금(IMF)이 방한중인 것도 정부의 개입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지난주 수출 2000억달러 시대 진입으로 올 무역흑자가 당초 목표인 250억달러를 크게 넘어설 것으로 기대되는 점도 환율 하락전망을 키우고 있다.

◇미 무역적자·수출호조 지속되는 한 하락압력 우세

환율이 4년만에 1130원대로 떨어졌으나, 시장에서는 추가하락 가능성을 내다보는 분위기다.

미 8월 무역적자가 사상 두번째로 많은 540억달러에 달한 만큼 중국 위안화 등 아시아 통화에 대한 절상압력이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미 대선을 앞두고 있어 무역적자 문제를 방치할 수만은 없는 입장이라는 것.

특히 통상문제에 있어서는 부시 현 대통령보다 더 강경한 케리 민주당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를 거둘 경우 환율 하락압력은 한층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외환은행 하종수 차장은 "수급측면이나 달러약세 강도로 볼 때 아직 더 밀릴 공감은 충분해 보인다"며 "주초 1130원 바닥을 확인한 뒤 중기적으로도 하락세를 유지할 것이나, 1120원대 아래로 밀리기는 어려울것"이라고 예상했다.

기업들도 환율 추가하락을 예상하고 있으나, 당국개입을 믿고 사전에 대비하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한 기업 딜러는 "단기적으로 1120원, 중기적으로 1100원까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그러나 실질적인 대비가 없어 각오만 할 뿐이라 숙제하지 않고 학교가는 아이의 심정"이라고 말했다. ◇"급락은 무리"..당국, 속도조절은 지속

시장 참가자들은 당국의 향후 대응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정감사가 끝나기는 했으나, 국제통화기금(IMF)의 연례방문이 내일까지라 당장 가시적인 개입을 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환율이 연내 1120원대까지 밀릴 경우 투기적인 매도세가 가세할 수 있는 만큼 속도조절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환율이 1140원을 크게 밑돌 경우 지난해 이후 개입분에 대한 평가손이 불가피한 점 역시 환율 급락을 방치하기 어렵게 만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55달러를 넘어선 국제유가나 12거래일간 1조7000억원을 넘어선 외국인 주식순매도분 등이 하락을 제한할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달들어 20일까지 무역적자가 8억5000만달러로 전월 1200만달러에 비해 급증하는 등 수출호조세 둔화기미가 보이는 점 역시 지난해 G7 재무회담 직후와 같은 `무조건 매도`에 나서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일부에서는 당국이 적절한 시점에서 속도조절에 나선 뒤 유가 고공행진과 외국인 증시 이탈형상이 심화될 경우 급격한 상승세 반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 분위기다.

한국은행 이광주 국제국장은 "원화 환율과 엔화 환율의 상관계수가 높아져 있어 시장은 달러/엔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 같다"면서도 "엔화 환율이 아직 일정범위에서 움직이고 있고 다른 동향을 살펴야 돼 하락폭이나 속도에 대한 판단을 내리기는 이르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한 시중은행 딜러는 "아직 달러 과매수(롱) 포지션이 많아 조금더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며 "달러/엔이 연말까지 105엔 아래로 밀리기는 어려워 보여 케리후보가 당선되지 않는 한 1130원 수준이면 반등을 노릴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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