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 2004년 경영 키워드 발표
LG경제연, 2004년 경영 키워드 발표
  • 승인 2004.12.20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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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이 최근 2004년 경영 키워드를 발표했다.

올 한 해 우리 경제는 일반 소비자를 괴롭히는‘3 高’와 기업을 압박하는‘4 低’, 이른바‘3高4低’현상에 시달려야 했다.
실질 실업률의 상승, 가계 부채의 증가, 유가 및 물가 상승 등 이른바‘3 高’현상으로 인해 일반 소비자들의 실질소득이 줄어들고 구매력은 급격하게 떨어졌다. 극심한 내수 부진도 바로 여기에 기인한다. 반면 기업들은 환율 급락, 소비 감소, 설비 투자 위축, 경제성장률 하락 등 이른바‘4 低’현상으로 수출 둔화 및 수익성 악화, 매출 부진, 성장 활력 상실 등의 문제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와 같은 경제 상황에서 2004년 한 해 우리 기업에게 가장 큰 이슈가 되었던 경영 키워드는 무엇이었을까? 2004 경영 키워드, 그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보기로 한다.

新성장엔진을 찾아라

소비 심리 위축으로 내수 부진이 장기화되고 환율 하락,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수출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앞으로 무엇으로 먹고 살 것인가’, 즉 미래 성장엔진에 대한 문제가 우리 기업의 가장 큰 고민거리로 떠올랐다. 물론 기업의 성장엔진에 관한 논의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최근과 같은 경제 상황 속에서, 기업이 지금보다 한단계 도약할 수 있는 채비를 미리 하지 않고서는 자칫 깊은 추락의 소용돌이 속에서 헤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걱정과 우려가 그 어느 때보다도 컸던 한 해였다.

그러나 걱정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 우리 기업들이 미래에 대한 투자에는 소극적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보도 자료에 의하면, 국내 10대 그룹의 내부 유보율이 600%에 달하고, 일부 기업의 경우 무려 10,000%를 넘는다고 한다. 재무적인 건전성 측면에서는 바람직한 모습일 수도 있으나, 우리 기업들이 아직까지 미래를 위한 준비에 적극적이지 못하다는 점에서는 우려할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제 새로운 성장엔진을 찾는 일은 기업에게 있어 생존전략과도 같다. 미래를 위해 새로운 성장엔진을 찾지 못한 기업은 조직 전체에 활력이 떨어지는 것을 막을 수가 없다. 생동감이 사라진 조직에서 구성원들또한 신바람을 찾을 수 없다. 신바람과 활기가 넘치는 조직을 만드는 일이 기업의 미래 성장엔진을 찾는 데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영권을 사수하라

올 한 해 경영계를 가장 시끄럽게 했던 것은 바로 외국인 투자자 소버린과 SK의 갈등이었다. 외국 자본의 적대적 M&A 공세 속에서 경영권을 방어하고 시장이 요구하는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일은 우리 기업에게 있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것은 SK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았다. 최근 삼성물산의 주식을 대량으로 사들여 적대적M&A를 암시하고 이를 통해 막대한 단기차익을 실현한 영국계 헤르메스펀드의 횡포 또한 우리 기업의 취약한 지배 구조에서 비롯되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론스타와 동아건설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우리 기업들이 세계적인 우량 기업으로 성장하면서 외국인 투자자의 비중이 크게 늘어났다. 사실상 최대주주가 외국인인기업도 많아졌다. 여기에 계열사 간에 복잡하게 얽혀 있는 지분 구조가 자칫 그룹 전체의 경영권을 잃어버리게 만들 수도 있다. 그만큼 적대적 M&A에 쉽게 노출되어 있는 것이다. 그래서 적대적 M&A에 대한 공포와 경영권에 대한 위협이 우리 기업들의 주위를 맴돌고 있다.

게다가 공정거래법에 따른 상호 출자 제한과 금융지주회사 요건 문제 등이 정부와 재계 사이에 커다란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기업에 대한 외국 자본의 적대적 M&A 공세는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삼성전자가 SK(주)의 백기사를 자처하며 경영권 방어에 도움을 준 것도 이러한 현실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적대적 M&A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나서 시장이 요구하는 지배 구조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이고 효과적인 대처 방안이 필요하다. 최근 LG, 동원, 농심 등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여 지배 구조의 투명성을 높이고 적법하게 경영권을 행사하며, 외부의 적대적M&A 공격으로부터 쉽게 벗어날 수 있게 만들었다는 점은 그래서 의미가 크다고 하겠다.

핵심 인재를 잡아라

맥킨지 컨설팅의 굽타 회장은‘인재 전쟁(The War for Talents)’이라고 할만큼 핵심인재 확보와 육성은 기업의 운명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하였다. 따라서 기업의 고용 브랜드(Employment Brand)와 EVP(Employment Value Proposition)의 가치를 높이는 일은 핵심 인재 확보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고 한다(자세한 내용은, 주간경제 제724호‘고용 브랜드 가치를 높여라’2003년 4월 23일자 참조).

나아가 최근 일반인을 상대로 하는 PR(Public Relation), 투 자자를 상대로하는 IR(Investor Relation) 개념에 대응하여 미래의 잠재적 구성원을 상대로 하는 ER(Employee Relation) 개념이 새삼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도 눈길을 끈다.

이와 궤를 같이하여 최근 우리 기업들도‘핵심 인재 확보’에 대한 관심과 의지가 눈에 띄게 달라졌다. 삼성이 내세우는 천재론과 S급 인재, Fellow 제도, 핵심 인력 확보에 대한 CEO 평가, 글로벌 우수 인재 확보를 위한‘미래 전략 그룹’운영 등은 다른기업들의 중요한 관심사가 되었고 신문 기사에도 자주 등장하는 어휘가 되었다.

LG 또한“승부사업의 성공과 미래 성장엔진 육성을 위해서는 핵심 인재 확보가 최우선 과제”라며“CEO들이 핵심 인재를 확보하고 육성하는데 직접 나서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전 임직원의 헤드헌터화’,‘연봉·국적·형식 파괴’를 통한 중량급 기술 인재 확보, ‘글로벌 인턴십‘ 도입, ‘핵심인재 육성 프로그램’마련 등을 세부 과제로 제시하면서, CEO 주도하에‘인재 확보/육성 책임제’를 실시하고 인재 확보 및 육성 실적을 임원 평가에 최고 50%까지 직접반영하도록 하고 있다.

SK도 CEO들의 시간과 관심의 80%이상을 우수 인재를 뽑아 적재 적소에 배치하고 육성하는 데 쓰도록 요구하고 있으며, 현대자동차도 핵심 인재 확보를 위해 글로벌 현지 채용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비단 우리 기업만의 모습이 아니다. 일본의 도요타, 소니 등도‘Digital Dream Kid’와 같은 자사 특유의인재상을 정립하고, 이에 걸맞는 인재를 뽑아 핵심 인재로 키우는데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회장은 마음에 드는 인재가 있으면, 그 회사를 통째로 사버릴 정도로 핵심 인재에 대한 의지가 대단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GE의 잭웰치도 경영활동의 70%를 인재 육성과 확보에 썼던 것으로 유명하다.

CEO 브랜드 시대 개막

올 한 해 유독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 사람들이 있다. 특정 정책 및 사건과 관련된 정치인이나 관료가 아니다. 그들의 행보는사람들의 관심과 부러움의 대상이 된다. 그리고 그들의 생각과 말, 행동은 일반인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바로 기업의 CEO가 그 주인공이다. 이미 기업 이미지(CI: Corporate Identity)를 넘어서 CEO의이미지(PI: President Identity)가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최근 들어 부쩍 기업의 전문 경영인들이 언론의 주목을 많이 받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 언론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Fortune, Time 등과 같은 세계적인 시사 전문지의 표지에도 글로벌 기업의 CEO가 단연 최고의 모델이다. HP의 칼리 피올리나,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와 같은 사람이 우리에게 낯설지 않은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윤종용 부회장, 황창규 사장, LG전자의 김쌍수 부회장, 백우현 사장, 현대자동차의 김동진 부회장 등도 이미 우리에게는 친숙한 사람들이 되었다. 그만큼 언론노출이많았다는얘기다.

이러한 빈번한 언론 노출에는 CEO들의 적극적인 대외 활동도 크게 한 몫을 하고 있다. 대학 강단에 서는 CEO, 해외 유명 시사 잡지에 실린 CEO, 사회 봉사 활동에 나선 CEO, ‘차세대 리더 10명’에 뽑힌 CEO, 세계 최초 개발 상품을 들고 서있는 CEO, 이 모두가 CEO 브랜드 시대의 개막을 알려주는 신호탄이었다.

CEO의 이미지는 이제 기업의 이미지를 구성하는 핵심이 되었다. CEO의 이미지가 기업의 이미지를 대표하면서 주주와 고객뿐만 아니라, 종업원, 그리고 미래의 잠재적 종업원에게까지도 CEO 브랜드는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 CEO의 평판과 주가가 커다란 상관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실증 연구 결과도 눈여겨 볼만 하다(자세한 내용은 주간경제 제796호‘CEO 브랜드를 구축하라’2004년 9월 8일자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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