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보호입법안, 노사정간 눈치보기 점입가경
비정규직보호입법안, 노사정간 눈치보기 점입가경
  • 승인 2005.03.21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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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 “열악한 처우의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악법은 수용 불가”
김대환 노동장관 “노동계의 불법 파업, 실정법에 따라 강력 대처”

4월 ‘비정규직보호법안’ 처리 불투명

노사정간의 뜨거운 감자인 비정규직보호입법안 처리가 결국 4월 임시국회 처리로 넘어감에 따라 2년을 끌어오던 논란은 결국 미궁에 빠지게 되었다. 지난달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비정규직법의 처리를 강행하지 않고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이에 대해 환경노동위 소회의실을 점거하는 등 강한 반발을 보여왔던 민주노동당은 일단, 4월 임시국회 처리에 대해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날 합의는 법안 입안을 주도한 당-정이 노동계와 민주노동당의 반발로 발목이 잡혀있는 가운데 제 1야당인 한나라당 마저 강행처리 반대를 분명히 표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한편, 지난해 12월에 이어 또 한차례 비정규직법안처리가 무산됨에 따라 지금까지의 정황을 살펴볼 때 4월 임시국회가 온다해도 실질적인 처리에는 또 한차례의 진통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노·사·정 시각차 해결이 관건

비정규직 법안을 놓고 노동계는 ‘열악한 처우의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악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근로자에 대한 일정 기간 이후 해고 제한이나 파견근로 휴지기간 설정은 고용의 위축과 더불어 건실한 서민 경제를 만들 수 없다는 것이 주된 논지이다.

이에 재계도 현행 입법안은 ‘과도한 차별금지 규제’이며, 비정규직 차별금지가 기업에는 부담일 뿐만 아니라 차별금지 구제절차로 소송이 남발되어 노사관계가 악화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결국, 전체 시장경제 위축의 발생으로 법안 처리에 반대하고 있다. 정부 역시 이제는 어떠한 방식이든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정부가 제출한 법안은 내용 및 체계가 선진국의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되며, 모든 이해 관계자가 찬성하고 이에 합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비정규직법안 강행 처리를 저지하기 위해 4월 1일 시한부 경고파업을 벌이기로 했다. 민주노총은 지난 3월 3일 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비정규직 개악안 폐기와 비정규직보호법안 쟁취’를 내걸고 이날 낮 12시부터 4시간동안 시한부 경고파업을 벌이기로 결의했다.

민주노총은 또 4월 국회 환경노동위 법안심사소위가 비정규직법안을 처리할 경우 그 다음날 오전 8시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간다는 기존 방침도 재확인했다.

이와 관련, 정부는 “투쟁할 사안이 아니라 국회에서 토론해야할 문제”라며, “만약 노동계가 총파업을 벌인다면 실정법에 따라 강력하게 대처한다는 게 정부 입장”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3∼4월이 임금협상 시즌과 연계되어 노사관계에 불안한 요인으로 작용하는 시기에 비정규직 법안의 처리 여부는 겨우 회복의 기미가 보이는 경제의 흐름에 상당한 리스크로 작용할 소지 마저 다분한 것이 현실이다.

파견 허용업종을 30개로 늘리는 쪽으로 가닥 잡나?

애초의 정부 법안은 파견이 허용되는 26개 업무를 명시한 이른바 ‘포지티브’ 방식을 파견을 금지하는 몇 가지 업무만 명시하고 나머지는 모두 허용하는 이른바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노동계는 이에 대해 “파견이 제한적으로 허용되는 지금도 위장 하도급 등의 형태로 불법파견이 만연해 있는 점을 볼 때, 모든 업종에 파견이 일반화되면서 정규직 노동이 파견 노동으로 대체되어 고용불안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반발해왔다. 파견노동의 증가와 정규직 노동의 파견노동으로의 대체 가능성에 대해서는 정부도 굳이 부인하지 않는다. 정부는 대신 “파견수요는 일시적 필요나 전문직종 등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대체 가능성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는 논리를 펴왔다.

노동계의 반발이 거세어지자 정부여당은 당정협의를 갖고 파견업종 규정에 대해 현행 ‘포지티브’ 방식을 유지하면서, 파견 허용업종을 30개 안팎까지 늘리는 쪽으로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노동계는 “자구 몇 개를 바꾼다고 해서 법안의 전반적 성격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며,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김대환 노동장관은 지난 3월 2일 “(비정규직법안 내용 중)파견대상 업종에 대한 ‘네거티브’방식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국회가 노동계 반발 등을 고려해 ‘네거티브’에서 ‘포지티브’로 바꾸려하고 있으나 실질적인 불법파견 해소를 위해서는 네거티브 방식이 바람직하다”며 기존 의견을 고수했다.

김 장관은 그러나 “네거티브 방식에 대해서는 실제 내용보다 정서적인 반발이 상당히 일고 있어 국회에서 수정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포지티브 방식으로 가더라도 파견 허용업종을 현행 26개에서 확대 개편하고 단계적으로 네거티브로 전환하게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비정규직법안이 2월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했지만 4월 국회 처리를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며, 4월 국회에서의 처리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보고있다.

김 장관은 또 “비정규법안 처리가 늦어지며 로드맵(노사관계 법·제도선진화방안) 등 노동행정 일정이 다소 늦어지고 있다”면서 “로드맵은 민주노총 대의원 대회이후 실질적인 논의가 어렵다는 판단이 서면 나름대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결방안에 귀를 기울일 때

비정규직의 확대는 노동시장 구조의 불안정성을 확대함으로써 장기적으로 실업률을 줄이는데 별로 효과가 없다는 것이 지배적인 논리이다. 그러나 노동시장의 공정성이 수반되지 않은 일방적 노동시장 유연화는 경제위험을 전적으로 근로자 쪽에 부담시키는 것으로 우리 경제의 체질강화에도 기여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한편, 일각에서 제시되고 있는 비정규직 문제 해결방안으로, 과도하게 경직적인 정규직 보호규정 개선, 정규직의 고임금 양보, 비정규직 활용이 고용의 유연성을 확보하고 실업률을 감소시키는 점 등 긍정적 측면 인정, 직무급 체계를 도입하는 등 정확한 직무분석을 위한 근조조건 결정시스템 도입,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직업능력 및 업무 수행능력 제고 프로그램 정부 제공 등을 제안하고 있다. 결국, 비정규직의 문제는 이제 사회 일부분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의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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