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법안, 집단이익 논하면 해결할 수 없어
비정규직 법안, 집단이익 논하면 해결할 수 없어
  • 승인 2005.04.29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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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적 효율성에 집착하면 오히려 마이너스 효과

최근 한국 사회의 뜨거운 화두로 떠오른 비정규 관련 2개의 입법안인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 및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4월 14일 검토 의견을 통해, 노동인권의 보호와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을 실질적으로 해소하기에 충분치 못하다고 판단하고, 비정규직을 보호하는 당초 취지에 맞게 수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표명하였다.
이에 국가인권위의 의견 표명이 적절치 못하다는 분위기와 적극 동조하는 분위기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현재, 논란 중인 비정규직 관련 법안에 대해 한양대학교 법학과 강성태 교수를 통해 이번 법안이 가지고 있는 의의와 문제점 해결 방안을 법제적 측면에서 살펴보았다.


▼ 이번 비정규직 법안이 가지고 있는 국내외적 의의는 무엇인가?

비정규직법안은 국제적 추세나 우리 입법에 많은 영향을 미쳐온 일본법과 독일법의 최근 경향에 비추어 이례적인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또한 기간제와 파견제에 대한 현행법제에 비추어도 일정한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점이 없지 않다. 특히 기간제근로자와 파견근로자에 대한 차별금지 및 그 실현을 위한 차별시정절차의 마련은, 그것의 현실적 실현가능성을 별론으로 한다면, 매우 진일보한 조치가 아닐 수 없다. 여기에 가장 큰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번 법안은 이외에도 기간제근로자와 파견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여러 가지 새로운 제도를 도입했다.
기간제근로자를 위해 ‘근로조건서면명시의무’와 통상직으로의 전환노력의무를 정한 것이나 파견근로자를 위해 위법파견과 그 법적효력, 휴지기간제도, 파견료 등에 대한 정보청구권을 인정한 것 등이 그것이다.

한편, 기간제에서 기간 상한(3년)의 신설에 대해서는 일률적으로 말하기 어렵다. 현행법상의 명문 규정과 비교하면(1년) 기간 상한은 늘어났다고 할 수 있지만, 판례와 비교하면(제한 없음) 일정한 한도가 생겼다고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성문법국가인 우리나라에서 판례의 역할 및 입법과 판례의 개정 난이도에 대한 인식에 따라 신설된 기간상한 규정에 대한 평가도 달라지게 될 것이다.

▼ 법안에 대해 학계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어떠한가?

어쨌든 일정하게 긍정적 측면을 가지고 있는 비정규직법안에 대해 노사단체는 물론이고, 학계의 평가는 그리 호의적이지는 않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이번 법안으로 인해 기간제와 파견제의 사용이 합리적으로 제한되지 않고 도리어 자유화(확대)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된다면 최근의 경험에 비추어 비록 근로조건 등에서 기간제 근로자와 파견 근로자를 보호하는 여러 규정이 생긴다고 하더라도 우리나라 비정규직 문제의 근원적 해결은 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학계의 지배적인 생각인 것 같다.

▼ 이번 기간제 법안의 개선 과제가 있다면 어떤 것이 있는가?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첫째, 기간제의 사용을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사유가 있는 경우로 제한하여야 한다. 즉 최고기간제한방식이 아니라 사유제한방식이 타당하다. 일반적으로 기간제를 제한하는 방식에는 사유제한방식, 최고기간제한방식, 갱신횟수 제한방식 및 이




의 혼용방식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기간제 사용이 지나치게 많고, 또한 그 중 상당수가 남용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즉 사업상 상시적으로 근로자가 필요한 업무에서도 정규직을 대체하여 기간제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해 기업은 고용의 수량적 유연성과 경비절감 등의 이익을 누리는 반면, 불안정 고용의 확대, 근로조건의 저하 및 정규직 대체라는 부정적 결과가 생기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필요한 기간제 사용제한 방식은 기간제의 남용적 사용을 규제하는 것이고, 따라서 이에 가장 적합한 사유제한방식 또는 사유제한방식과 나머지방식의 혼용방식이라고 생각한다.

둘째, 기간제의 최고기간과 관련해서도 두 가지 점에서 개선이 필요하다.

하나는 기간 상한의 제한을 받지 않는 근로자의 범위를 줄여야 하고, 또 그러한 근로자라고 하더라도 일정한 제한(가령 5년)을 설정해야 한다. 다른 하나는 최고기간 초과의 효과를 ‘해고 제한’으로 할 것이 아니라 정규근로자(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전환되도록 해야 한다. ‘해고제한방식’은 아무리 오래 기간제 근로자를 사용하더라도 기간제 근로자는 여전히 2류로 밖에 존재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셋째, 차별시정제도의 실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점의 보완이 필요할 것이다. 하나는 시정신청권을 피해 근로자 외에 관련 노조에게도 부여해야 한다. 다른 하나는 사용자에게 관련 정보의 제공 의무를 부과해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 현재 일부에서는 기존 파견제도의 완전 철폐를 요구하고 있다. 현재, 국내 노동시장에는 상당부분 파견업체들의 역할이 있었다. 파견시장의 건전화는 어떤 식으로 이루어져야하나?

허가제 운영에 있어 민간이 참여하도록 함으로써 허가제가 파견시장의 건전화와 합리화를 유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파견제 법안은 그동안 현행법 운영에서의 정부 실패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현행법상 파견제 운영에서 주도권을 가진 것은 노사도 아닌 정부이다. 근로자파견사업에 대한 허가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부의 허가제 운영 실태는 정확히 보고 된 바 없지만, 노동시장에서의 현재 상황을 본다면 그리 후한 점수를 줄 수는 없을 것 같다.

만약 정부가 강한 의지를 갖고 허가권을 적절하게 행사하였더라면, 무능력한 파견사업주의 상당수나 불법적인 위장도급의 상당 부분은 노동시장에 발붙일 수 없을 것이고 그것만으로도 파견노동시장의 상황은 크게 달라졌을 것이다. 그러므로 파견제법안에서는 이러한 정부의 실패를 보완할 장치가 추가되어야 한다.

▼ 국내 노동시장의 미래를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가장 중요한 질문이다. 기업은 국민 경제에서 지속 가능하고 양질의 형태로 존재해야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단기적 효율성에 집착하면 오히려 마이너스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선진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경영계와 노동계의 리더들이 자기 집단이익을 위해 움직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노동시장에서의 대립화는 결국 국가 전체의 문제로 비화되는 사례는 이미 여러 국가에서 벌어진 일이다.

결국, 전체 사회에 어떠한 식으로 기여하는 것인지를 항상 고민하며, 현명한 판단을 내리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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