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국민총소득 성장 0%대는 교역조건 악화 때문
실질국민총소득 성장 0%대는 교역조건 악화 때문
  • 승인 2005.12.12 09: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GNI보다 실물경기에 민감한 GDP 중심으로 경제 진단해야


올해 3분기 중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4.5% 성장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0.1% 증가에 머문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현재 소비회복세가 지속성이 없거나 우리 경제가 제자리 걸음을 걷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갖는 사람들이 있다.

언론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우리 경제가 지난 3분기 동안 제자리 걸음을 하였다는 이야기인가? 그렇다면 지난 3분기 중 일자리가 신규로 38만 개가 늘어나고 실질임금이 3.4% 증가하고 대외교역에서 경상수지 흑자가 25억 달러 늘어난 것은 어떻게 설명될 수 있을까.

또 국민총소득이 정체되어 있는데, 최근 가계소득이 늘어나고 민간소비도 호전되고 있다는 것은 무슨 얘기인가? 경제를 진단함에 있어 실질 국내총생산과 실질 국민총소득 중 어느 것이 보다 큰 의미를 갖고 있다고 봐야 하는지 설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이러한 의문점들을 해소하기 위하여 국내총생산과 국민총소득이 우리 경제에 어떠한 의미를 지니는지 하나하나 살펴보기로 하자.

◆ GDP와 GNI와의 관계

국내총생산(GDP)은 국적을 불문하고 어느 한 국가내에서 1년 동안 산출한 부가가치의 총액이다. 무역과 자본 유출입이 없는 경제라면 어떤 한 국가내에서 생산한 부가가치의 총액은 그 나라의 소득과 같을 수밖에 없으며, 이는 그 나라 경제의 소비·투자 등 지출총액과도 같다. 이것이 국민소득 3면(생산·소득·지출) 등가의 법칙이다.

반면, 무역과 자본 유출입이 있는 개방경제를 전제로 한 국민총소득(GNI)은 GDP에 더하여 교역과 자본 유출입에 따른 소득 변동까지 고려한 개념이다.

우선 교역에 따른 소득 변화를 따져 보려면 수출입가격 변화를 고려해야 한다. 예컨대, 반도체 1000개를 수출하여 자동차 1대를 수입했던 경제가 반도체가격 하락으로 인해 자동차 1대를 수입하기 위해 반도체 2000개를 수출해야 한다면 국민소득은 하락한 셈이 된다. 즉 GDP에서 GNI를 산출하는 첫 단계는 교역조건 변동에 따른 무역손실을 차감해야 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자본 유출입에 따른 소득 변동을 고려하기 위한 단계를 살펴보자. 우리가 해외에 자본을 투자하거나 빌려주면 그 대가로 배당수익이나 이자수입이 발생하며, 이러한 수익이 국내로 들어오면 우리 경제주체의 소득이 된다. 국내에 들어온 외국자본의 경우에는 그 반대가 된다. 따라서 일정기간 동안 국내로 유입된 이자·배당 등의 요소소득 총계에서 해외로 유출된 요소소득의 총계를 차감한 것이 우리 경제로 볼 때 순소득(국외 순수취 요소소득)이라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GNI = GDP - (교역조건 변화에 따른 무역손실 + 국외 순수취 요소소득)’이라는 등식이 성립된다.

◆ GDP와 GNI간 격차 요인

최근 들어 국내총생산과 국민총소득간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 요인을 교역조건 변화에 따른 무역손실과 국외 순수취 요소소득으로 살펴보면, 대부분은 국외 순수취 요소소득보다 교역조건 악화에서 비롯된다.

이제 교역조건 변화에 따른 무역손실 추이를 보다 면밀히 살펴보자. 아래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교역조건 악화는 비단 최근의 현상만은 아니다. 고유가 행진이 시작된 2004년 이후 교역조건 악화에 따른 무역손실이 더욱 크게 나타나고 있지만, 대체로 97년 이후 지속되어온 현상이다. 이는 우리 수출품이 대체로 가격을 주무기로 경쟁하였기 때문에 그렇다고 볼 수 있다. 우리 수출업체들이 해외에 보다 많은 제품을 팔기 위해 가격 인하를 감수해 왔기 때문이다. 우리 주력 수출품이 반도체와 같이 기술발전에 따라 가격이 하락하는 제품에 몰려 있는 것도 한 요인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무리하게 교역조건을 높이면 어떤 결과가 나타나는가. 1994~96년 기간 중 나타났던 교역조건의 호전은 상당부분 원화의 고평가에 기인한다. 이에 따라 수출이 급감하고 경상수지 적자가 눈덩이처럼 쌓이기 시작하고, 이는 외환 보유고의 고갈을 초래하는 요인으로 작용하여 급기야 외환위기를 초래한 것은 우리 모두의 뼈아픈 기억이다. 교역조건 악화가 싫다고 해서 이를 무리하게 시정하려 든다면 이는 우리 경제에 득보다는 해가 더 클 수 있다는 교훈이다.

◆ GNI 하락과 경기상황

그러면 최근의 GNI 급락 현상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말인가. 바꿔 말하면, 국민총소득 하락이 최근 우리경제 회복세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는 얘기인가.

그렇지는 않다. 그러나 국민총소득 하락이 우리 경제주체들의 경제활동을 당장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우리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을 차지하는 민간소비는 국민총소득 하락에 당장 영향을 받지는 않는다. 그 이유를 살펴보자.

국민소득은 기업·가계 등 경제주체들의 소득으로 나누어질 수 있다. 민간소비를 결정하는 최대요인은 가계소득인데, 교역조건 악화로 무역손실이 나더라도 그 손실이 당장 전부 가계소득의 감소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우선 기업이 교역조건 악화로 인한 손실을 1차로 흡수하기 때문이다. 기업 입장에서도 교역조건 악화에 대응하여 무리하게 국내 가격을 인상하면 오히려 매출이 떨어져 기업이익이 하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현재 기업 부문은 재무상황이 건실한 상태로 어느정도 교역조건 악화에 따른 충격을 흡수할 여력이 있으므로 가계부문으로의 전가 규모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올 상반기 중 제조업의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이 지난해보다는 낮지만 7% 후반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현금보유 규모도 충분한 상태이다.

* 제조업 영업이익률(%) : (03상반)8.2→ (04상반)12.1→ (05상반)7.7
* 제조업 현금 보유규모(연말 기준, 조원) : (02년)47→ (03년)60→ (04년)66

다음으로 최근 교역조건 악화의 주 요인인 고유가가 원화의 점진적 절상 추세 속에서 이루어진 점도 가계소득에는 도움이 되었다. 고유가의 영향이 원화절상에 의하여 상쇄되어 국내 소비자물가에 제한적으로만 영향을 주었고, 이에 따라 가계의 구매력은 그다지 영향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앞의 두 가지보다 중요한 이유는 GNI가 가계가 실제 벌어들인 소득과는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가계의 소비지출은 가계의 실제 소득에 보다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데, 가계소득의 80%는 임금소득, 사업소득 등 경상소득으로 구성된다. 그리고 경상소득의 대부분을 구성하는 임금소득은 고용과 임금 수준에 의하여 결정되며 고용과 임금 여건은 올 3분기에 대체로 양호한 모습을 보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