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리크루팅 업계, 외국계 자본과 ‘정면충돌’
국내 리크루팅 업계, 외국계 자본과 ‘정면충돌’
  • 승인 2006.04.13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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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리크루팅 업계가 성장기를 넘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이들 업계는 사업 분야 연관성이 높은 기업과 인수 및 전략적 제휴를 추진함으로써 HR에 대한 전문성을 높이는 등 합병 시너지 효과를 높이고 있다.

특히 지난 해 10월 잡코리아가 무려 1천억 원의 가치를 인정받고 몬스터닷컴에 매각되면서 M&A와 전략적 제휴를 통해 공공적인 비즈니스 성격이 강한 취업포털 시장을 지키려는 토종업체들의 움직임이 거세게 일고 있다.

최근 동종업체인 ‘잡링크’(www.joblink.co.kr)와 통합을 추진해 HR업계 최대 개인회원 수(448만)를 보유한 ‘커리어다음’(www.career.co.kr)은 올해 매출액 2위를 다지고, 단기간 내 1위권으로 도약하겠다는 각오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 한현숙 대표가 이끈 잡링크의 뛰어난 시스템과 운영 노하우가 커리어다음의 이용자 기반과 접목될 경우 HR업계에서 상당한 파괴력을 갖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커리어다음은 지난 달에는 헤드헌팅 및 경력 컨설팅업체 '엔터웨이파트너스‘의 헤드헌팅 포털사이트인 '커리어센터' 사업부문을 인수해 고급 헤드헌팅 채용정보와 분야별 전문 인재정보를 강화했다.

작년 11월과 12월에는 다음과 네이버 창업 운영권을 획득해 HR업계에서 처음으로 사업 영역에 창업을 포함시켰다. 커리어다음은 올 하반기 중 본격적으로 창업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이외에도 커리어다음은 지난 2월 경쟁업체인 인크루트와 업계 최초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올해 첫 대규모 채용박람회인 ‘경기도 2006 열린 일자리 한마당’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이처럼 동종업체인 양사가 전략적 제휴를 맺고 자연스럽게 컨소시엄을 구성한 데는 몬스터닷컴의 잡코리아 인수가 동기 부여가 됐다. 업계 내에서도 취업전문기업이 공동으로 협력해 대규모 사업을 수주한 것에 대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선보였다는 긍정적인 평을 얻고 있다.

커리어다음 한 관계자는 “지난 해 잡코리아가 몬스터닷컴에 매각된 이후 업계 내에서는 공공적인 성격이 강한 취업 포털 비즈니스가 외국자본에 잠식된 것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며 “잡링크와 통합하고, 인크루트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사업을 진행한 배경에는 토종기업으로 시장을 지키려는 대의가 밑바탕에 깔려 있다”고 말했다.

지난 해 3월 뉴소프트기술을 흡수합병하면서 코스닥시장에 우회등록한 인크루트(www.incruit.co.kr)도 HR사업의 시너지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인수와 제휴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인크루트는 지난 해 10월 말 한국오라클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인적자원관리(HRM) 솔루션 사업분야를 더욱 강화했다. 지난 해 12월에는 미국 최대 온라인 리크루팅사인 커리어빌더와 전략적 사업제휴를 맺고 글로벌 서비스를 선보였다.

작년 12월 초에는 지식서비스 시장으로의 진출을 위해 문서서식포털업체 예스폼을 인수했으며, 지난 해 12월 말에는 KT와 'Biz-CAMPUS'(Biz-캠퍼스) 프로젝트를 위한 업무제휴를 체결하기도 했다.

몬스터닷컴에 매각되면서 온라인 비즈니스 시장에 최대 이슈를 낳은 잡코리아(www.jobkorea.co.kr)도 그동안 M&A를 기업 성장의 한 축으로 활용, 시장 점유율을 높여왔다.

2002년 9월 동종업체인 휴먼피아를 인수한 이래 잡코리아는 게임과 엔터테인먼트 분야 전문 리크루팅 사이트 ‘게임잡’(gamejob.co.kr)과 개발자 전문 구인구직 사이트 ‘데브잡’(devjob.co.kr), 아르바이트 전문 사이트 ‘알바누리’를 전격 인수해왔다.

그러나 지난 해 10월 몬스터닷컴에 인수된 이후 최근 몇 개월 동안은 급변하는 시장상황에 별다른 대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작년 12월 취업컨설팅 포털업체인 ‘잡콘’과 마케팅 제휴를 체결하고 서비스를 공동 진행키로 한 것과, 지난 3월 말 증명서발급 서비스업체인 ‘아이앤텍’과 업무제휴를 맺고 ‘증명서발급 첨부서비스’를 새롭게 시작하는 것 외에는 전반적으로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하고 있다.

몬스터닷컴이 경쟁사의 빠른 시장 흐름을 인지하면서도 본격적으로 시장 전면에 나서지 않는 것에 대해 커리어다음 한 관계자는 “리크루팅 사업은 사업성격과 수익기반이 대부분 공공재적 성격을 띠고 있어 외국자본이 관련 시장을 적극 공략하게 되면, 기업은 물론 개인과 공공기관 모두 우호적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몬스터닷컴이 이러한 배타적인 국민정서를 잘 파악하고 있어 지금까지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관계자는 “하지만 외국자본이 국내 1위 업체를 잠식했다는 것에 대해 개인과 기업회원이 감지하지 못한 상황에서 몬스터닷컴이 자연스레 시장 지배력을 키워간 후 본격적으로 관련 시장에 뛰어들 경우 향후 국내 HR 업계에 위협적인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또한 “몬스터닷컴이 국내 HR업계 시장점유율을 50% 이상 장악하게 된다면, 독과점 요소가 생기는 것도 문제지만, 중요한 정보가 담긴 개인이력서DB와 기업회원의 인사정보가 모두 외국기업에 넘어가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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