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대형슈퍼마켓 근로자, 생활임금도 못 받아”
영국, “대형슈퍼마켓 근로자, 생활임금도 못 받아”
  • 김연균
  • 승인 2012.02.16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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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내 가장 큰 슈퍼마켓 체인이 막대한 이익을 남기고 경영자들의 임금을 인상시키고 있는 반면 근로자들에게는 빈곤선의 임금을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임금네트워크(Fair Pay Network: FPN)의 보고서에 따르면, 테스코(Tesco), 세인즈버리(Sainsburys), 아스다(Asda), 그리고 모리슨(Morrisons) 등 영국 4대 빅슈퍼마켓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이 생활임금을 지급받지 못하고 있다.

런던 생활임금은 런던시가 상대적으로 물가가 높은 런던에서 살기 위해 최소한 필요하다고 판단되어 설정한 임금수준을 말한다. 2012년 현재 시간당 8.30파운드(한화 약 14,970원)인데, 런던을 제외한 다른 도시들의 생활임금은 시간당 7.20파운드(한화 약 12,990원)로 계산된다. 런던시는 시간당 7.25파운드(한화 13,080원) 미만의 임금을 ‘빈곤선’으로 보고 있다.

공정임금네트워크가 내놓은 자료는, 테스코 등 4대 슈퍼마켓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이 시간당 평균 6.83파운드(한화 약 12,320원)를 받고 있으며 7명 중 1명만이 생활임금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생활임금은 최저임금(21세 이상 근로자들의 경우 시간당 6.08파운드(한화 약 10,970원))처럼 강제적인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영국 총리가 생활임금에 대해 “이제 현실화할 때가 된 아이디어”라고 묘사할 정도로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공정임금네트워크의 마크 던은 “빅4 슈퍼마켓의 이윤 급상승과 경영자들의 엄청난 연봉 인상, 믿기 어려울 정도의 사업확장 등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다수의 근로자들은 엄청난 빚에 시달리고, 자녀들을 위해 새로운 신발 하나 사기 어렵고, 국가가 지급하는 수당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내몰리고 있다는 건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보고서는 이들 대형 슈퍼마켓에서 만성적으로 부당하고 불평등한 일이 발생하고 있음은 물론 정부 역시 빈곤선의 임금을 주는 사용자에게 더 많이 채용하라고 부추기는 모순적 행위를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이 같은 수치스러운 스캔들은 끝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슈퍼마켓 업자들은 이 보고서가 전체 90만 명에 가까운 근로자들 중 불과 100명을 상대로 한 인터뷰를 바탕으로 한 것이라며 반박했다. 업자들은 자사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들이 성과에 기반한 보너스를 받고 있고, 또한 그들의 임금에 더해 해당 슈퍼마켓 할인카드 역시 제공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테스코 대변인은 “분명하게, 테스코 근로자들은 다른 슈퍼마켓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임금을 받고 있다”고 말했고, 모리슨의 인사담당자는 “형편없는 보고서”라고 일축했다.

영국소매유통연합(British Retail Consortium) 관계자는 “우리는 이 보고서의 주장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며 “소매업자들은 적정한 임금(decent pay)을 위한 기초로서 최저임금을 존중하고 준수하고 있으며 소매업체의 거의 모든 일자리는 최저임금 수준 이상의 임금을 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소매업 일자리가 인기가 있는 것은 파트타임이나 다른 방식의 유연근로의 기회가 많이 제공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공정임금네트워크는 비영리기구이자 사회적 기업으로 잘 알려진 옥스팜(Oxfam) 같은 자선단체들과 영국노총(TUC)을 비롯한 각급 단위 노동조합들이 참여하는 기관으로, 빈곤선의 저임금 근로를 폐지하고 모두에게 적정 수준의 공정한 임금이 제공되어야 한다는 것을 목표로 활동하는 기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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