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근로자들의 경제적 불안정성, 결혼 및 가족관계에 악영향
미국, 근로자들의 경제적 불안정성, 결혼 및 가족관계에 악영향
  • 안선정
  • 승인 2013.10.04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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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8월 미국 사회학회에서 버지니아대와 하버드대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대졸-중산층 근로자들이 고졸-노동계층 근로자들에 비해 불안정한 경제상황에 더 잘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결혼 혹은 가족에 대한 더 많은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고졸 학력을 가진 노동계층은 대졸 중산층에 비해 덜 결혼하는 추세이고, 결혼 후에도 그 관계가 덜 유지되며, 부부 사이에 더 적은 자녀를 출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친밀성의 불평등: 탈산업시대 사랑과 일(Intimate Inequalities: Love and Work in a Post-Industrial Landscape)”이라는 제목의 이 연구는 자신의 생존과 관련해 극도로 불안한 상태에서 미래를 계획하는 능력이 중산층과 노동계층 남녀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연구하였다.

연구팀은 18세 이상 70세 이하 중산층과 노동계층의 남녀를 인터뷰하였는데, 특히 대졸 미만의 근로자들 사이에서 안정적인 일자리, 의료보험과 연금이 보장되며 노조의 보호를 받는 정규직 일자리가 크게 줄어든 것이 노동계층에 가장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을 이끌고 있는 버지니아대 사회학과 새라 코스 교수는 “불안정한 고용 전망으로 인해 안정성을 가지지 못한 근로자들은 미래에 대한 예측 가능한 계획을 세울 능력이 없기 때문에 자신의 생존에 대해 걱정하게 되고, 종종 물질적으로 또는 정서적으로 다른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밝히고 있다.

공동 연구자인 하버드대 제니퍼 실바 역시 고용이 불안정한 상태에 있는 사람들이 연인이나 배우자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을 신뢰하는 것조차 힘들어 할 때가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는 부분적으로는 배신당할 수 있다는 위험 때문인데, 불안정한 경제상황에 있는 사람들은 자신이 겪고 있는 생존에 있어서의 어려움에 더해 결혼관계에서 배우자에 대한 감정적이고 심리적인 헌신과 의무를 너무 큰 부담으로 느끼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대졸 미만의 근로자들은 “불신의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고, 또한 친밀한 관계에 대한 두려움을 드러내기도 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 결과 그들은 “다른 누군가에게 자신이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것조차 상상하기 어려워한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임금수준이 높고 안정적인 일자리를 가지고 있는 대졸 이상의 근로자들의 경우에는 부부관계와 부모-자녀 관계에 있어서 정서적이고 물질적인 헌신을 할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대졸 중산층 근로자들은 상대적으로 더 많은 물질적, 문화적, 지적 자원들을 가지고 있으며, 경제 불황기에 발생할 수 있는 불안정한 고용 상황에 보다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것이다.

심지어 이들은 불안정한 고용 상황을 겪은 경우에도 노동계층에 비해 더 잘 회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에 결혼 관계 또는 계획중인 결혼에 대해 안정적인 관계를 회복하게 되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더 높은 임금 수준의 중-상층 근로자들은 결혼에 대한 기대수준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인터뷰에서 드러난 것은, 그들의 직업 커리어에 있어서 두 가지 측면, 행복하고 싶은 욕구와 안정성에 대한 욕구가 충돌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경제적 불안정성이 근로자들의 경제 상황을 넘어 결혼과 같은 사적인 관계에 대한 선택에까지 깊이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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