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에 발목잡힌 '공공기관 경영정상화'
노조에 발목잡힌 '공공기관 경영정상화'
  • 이준영
  • 승인 2014.06.17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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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6월 말까지 공공기관 개혁을 위해 실적이 저조한 기관장 해임을 추진하겠다고 칼을 빼들었지만 '노조의 벽'에 부딪혀 용두사미(龍頭蛇尾) 될 처지에 놓였다.

일부 공공기관 노조는 공공기관장 사퇴를 '무기' 삼아 협상거부 내지는 버티기로 일관해 정상화 계획을 의도적으로 막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교통부 산하기관인 코레일은 방만경영 해소를 위해 자동승진제 폐지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노조에서 협상에 응하지 않아 경영 정상화 작업이 난관에 부딪혔다.

다른 산하 공공기관들도 임직원 복리후생비 축소 등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성과급·퇴직금 등 노조와의 합의가 필요한 사안들은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강제적으로 시한을 정해놓은 정상화 계획이 오히려 공공기관 개혁을 어렵게 하는 부메랑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앞서 서승환 국토부 장관은 지난 1월6일 코레일, 한국토지주택공사 등 14개 산하기관장이 참석한 가운데 '공공기관 정상화대책 회의'를 개최하고 "경영정상화 실적이 부진한 기관장은 임기와 관계없이 조기에 해임 건의하는 등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 나가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후 국토부는 지난 3월과 4월 두 차례에 걸쳐 공공기관 정상화대책 중간 점검회의를 열고 6월 말까지의 추진 실적을 점검해 이 같이 조치하겠다고 통보했다.

공공기관 노사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무조건 '방만 공공기관 꼬리표만 떼고 보자'는 정부의 무능한 정책도 문제점으로 노출됐다.

이미 전국공공노동조합연맹 등은 전국 304개 공공기관 노조로부터 임금협상 등 단체교섭권을 위임 받아 사측과의 개별 협상을 차단해 놓은 상태다.

지난달에는 공공노조연맹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 사측과 개별협상을 진행한 한국수자원공사 등 2곳이 징계를 받기도 했다.

이경호 공공산업노조연맹 사무처장은 "정부가 노사 자율적으로 교섭하라고 해놓고 이제 와선 (자율교섭을)안되게 해놨다"며 "단체 협약은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권리인데 정부가 강제적으로 지시에 따르라고 하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특히 "기관장 인사권을 갖고 있는 정부가 (경영정상화를)이행하지 못했을 때 해임시키겠다고 하는 것은 자기모순"이라며 "정부가 먼저 법을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LH, 코레일 등 38개 공공기관의 정상화 이행실적을 9월 말에 중간 평가하고 결과에 따라 부진 기관장은 해임 건의 등 엄중 문책하고 내년 예산안에 반영키로 했다.

38개 공공기관들은 경영정상화를 통해 2017년까지 부채증가 규모를 46조원으로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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