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ㄱ씨(69)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불승인처분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한 원심을 원고 승소 취지로 파기했다고 13일 밝혔다.
ㄱ씨는 1995년 오토바이 사고로 오른쪽 다리 일부를 절단했다. 수면시간을 제외하고는 일상생활의 대부분을 의족을 부착한 채로 지냈다. ㄱ씨는 2009년 2월부터 아파트 경비원으로 근무했는데 2010년 12월 아파트 어린이놀이터에서 제설작업을 하다가 미끄러져 양쪽 하반신을 크게 다쳤다. 이 사고로 ㄱ씨가 15년 동안 다리처럼 사용해온 의족도 파손됐다. ㄱ씨는 산업재해로 인정해달라고 했지만 공단 측은 왼쪽 다리 부상은 재해로 보면서도 오른쪽 다리 역할을 한 의족이 파손된 것은 업무상재해로 인정하지 않았다.
1·2심 재판부도 “근로자의 부상은 신체에 상처를 입는 것을 의미하고 의족은 신체구성요소가 아니라 의족 파손을 부상이라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인적 피해’가 아니라 ‘물적 피해’이기 때문에 요양급여를 지급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해석에서 업무상재해로 인한 부상의 대상인 신체를 반드시 생래적 신체에 한정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의족은 단순히 신체를 보조하는 기구가 아니라 신체의 일부인 다리를 기능적·물리적·실질적으로 대체하는 장치”라며 “업무상의 이유로 근로자가 장착한 의족이 파손된 경우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요양급여의 대상인 근로자의 부상에 포함된다고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이 장애인 근로자들의 노동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대법원은 “의족 파손을 업무상 재해에서 제외한다면 사업자들로 하여금 의족을 착용한 장애인들의 고용을 더욱 소극적으로 만들 수 있는 우려가 있다”며 “근로복지공단은 재해근로자의 재활과 사회복귀라는 설립목적의 달성을 위해 장애인 근로자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재활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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