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안내] 유리턱
[신간 안내] 유리턱
  • 김연균
  • 승인 2015.06.17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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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시대 맷집 좋은 기업 만들기

SNS, 기업에게 독인가 약인가

2014년 10월, ‘국민 메신저’로 사랑받는 모 기업을 둘러싸고 SNS가 술렁거렸다. 검찰의 사이버 검열에 협조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구설수에 오른 것이다. 곳곳에서 비난 여론이 일고 사용자 탈퇴가 줄을 잇자 뒤늦게 사과문을 게재하고 대응책을 내놓았지만, 그럼에도 사용자가 급감하고 주가가 급락하는 등의 손실을 피할 수는 없었다. 일각에서 이 사건이 그 기업의 ‘창립 이래 최대 위기’라는 이야기가 떠돌 정도였다.

한편 그해 12월에는 한 소셜커머스 업체가 ‘갑질 채용’ ‘노동력 착취’ 논란으로 SNS를 뜨겁게 달궜다. 이 회사는 입사 지원자에 대한 부당한 대우로 심각한 질타와 비난에 직면했다. 그리고 이미지 손상을 막지 못했음은 물론 방문자수도 급감했고, 회원들의 탈퇴도 줄을 이었다.

IT 기술이 발달하고 스마트폰 사용률이 늘면서 SNS는 가장 효과적인 마케팅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 숨은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다. 기업에 대한 비판은 물론, 확인되지 않거나 부풀려진 정보까지도 삽시간에 전 세계로 퍼지며 사실로 둔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너무도 무작위적이고 혼란스럽기에, 인위적으로 화제를 돌리거나 정보 유출을 통제하는 등의 관습적인 위기관리 전략으로는 수습이 불가능하다. 기업에게도, 또 개인에게도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 맞는 위기 대응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미국 일류 위기관리 업체의 CEO로 탄탄한 노하우와 왕성한 필력을 선보이며 <뉴욕 타임스> <월 스트리트 저널> 등 다수의 매체에 칼럼을 기고해온 저자는, 이 책에서 글로벌 거대기업들의 다채로운 이야기를 통해 걷잡을 수 없이 퍼지는 논란의 실체를 다각도로 파헤치며 SNS 시대에 가장 실용적이고 효과적인 위기관리의 해법을 제안한다.

통제 불능의 SNS 스캔들을 통제하라!

먼저 1부에서 저자는 이전과는 판이하게 달라진 스캔들의 양상과 그 원인을 파헤친다. SNS로 촉발된 스캔들의 특징은 한마디로 ‘통제 불능’이다. 클릭 한 번이면 똑같은 게시물이 무한정 복제될 수 있기에 ‘입막음’이라는 건 애당초 불가능하다. 해당 게시물을 강제로 삭제하더라도 다른 누군가가 다시 올리면 그만이고, 그런 시도가 들통 나기라도 하면 비난만 더욱 거세질 뿐이다. 게다가 인터넷 특유의 익명성 때문에 자신을 공격하는 상대가 누구인지조차 파악하기 어렵다.

세계적인 식품업체 네슬레 또한 환경을 파괴한다며 자사를 비난하는 동영상을 법원의 도움으로 삭제했다가 자사의 페이스북 페이지가 비난과 항의로 도배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더욱이 삭제됐던 동영상도 전 세계로 퍼져 이곳저곳에 다시 올라왔고, 각국의 네슬레 건물 앞에서는 연일 시위가 벌어졌다.
그뿐만이 아니다. 자극적이고 선동적인 기사로 대중의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디지털 매체, 온라인 세계에서 유명세를 타고 싶어 하는 개개인의 명예욕은 근거 없는 허위사실의 유포마저 부추기고 있다. 이런 허위사실들은 확산을 거듭하면서 어느새 기정사실화되고, 비난의 대상이 된 기업은 손 쓸 틈도 없이 ‘갑질 기업’ ‘악덕 기업’으로 낙인찍히고 만다. 이런 공격은 시간과 돈을 들인다고 해서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제 아무리 풍부한 재원을 자랑하는 기업이라도 이 같은 위기에서 벗어나기란 좀처럼 힘든 시대가 되었다.

왜 똑같이 입방아에 올라도
누구는 여전히 사랑받고

누구는 망가지는가?


하지만 이처럼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논란을 금방 잠재우고 깔끔하게 명성을 되찾는 기업이 있는 반면, 실추된 이미지를 복구하지 못하고 고전하는 기업도 있다. 권투에서 말하는 ‘유리턱’처럼 겉보기에만 크고 단단할 뿐, 맷집이 허약해서 작은 스캔들 한 방에도 맥없이 나가떨어지는 것이다.

문제는 대응방식이다. 조급한 생각에, 또는 항간에 떠도는 속설만 믿고 감정적으로 대응하거나 고객과 설전을 벌이며 스스로를 유리턱으로 전락시키는 것이다. 혹은 자기변명을 뒤섞은 ‘사과 같지 않은 사과’로 긁어 부스럼을 만들기도 한다. 그렇다면 유리턱을 벗어나 스캔들에 강한 맷집을 키우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저자는 2부에서 거대기업들의 다채로운 이야기를 거울삼아 해답을 찾아간다. 예를 들어 일본의 자동차 회사 도요타는 2009년 근거 없는 급발진 논란에 휘말렸을 때, 자신을 보호할 반대 논리를 전혀 펼치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차량 900만 대를 리콜하고 사과만 거듭했다. 그럼으로써 브랜드 이미지를 지키는 데 성공할 수 있었다.

사실 도요타에게는 나사NASA 등의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실시된 여러 유리한 조사결과가 있었다. 하지만 이를 근거로 반대 논리를 펼쳤다면 대중에게 그것은 ‘자기변명’으로밖에 들리지 않았을 것이다. 도요타의 위기 극복은 즉각 반응을 보이거나, 자기 입장을 변호하거나, 다른 곳으로 화제를 돌리려 애쓰지 않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본문227~231쪽)

하지만 세계의 많은 기업들은 지금도 어설픈 자기변명이나 섣부른 즉각 대응으로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 2부는 이처럼 곳곳에 만연한 위기관리의 잘못된 통념들을 조목조목 짚어보는 것으로 시작한다. 여기서 저자는 기존에 기업들이 취해왔던 위기관리 전략의 허점을 낱낱이 파헤친다. 그럼으로써 기업이 가장 저지르기 쉬운 실수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게 해준다.

또한 2008년 세계 금융위기의 원흉으로 비난받으면서도 사업을 무사히 본궤도에 복귀시킨 골드만삭스, 청산가리가 든 타이레놀을 먹고 7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사건을 겪고도 굳건히 명성을 지켜낸 존슨 앤드 존슨 등의 성공과 실패 사례도 두루 살펴본다. (본문 153~154, 189, 198~199쪽) 그러면서 위기 상황에서 지향해야 할 현실적인 목표, 소리 없이 스캔들을 잠재우는 요령, 가장 바람직하고 효과적인 위기관리의 원칙 등을 제시한다.

기술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고, 발전 속도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빨라질 것이다. 그러나 대중의 욕구는 본질적으로 변하지 않는다. 기술이 표출을 자유롭게 해주고 있을 뿐이다. 이 책은 그러한 대중 욕구의 본질을 명철한 시각으로 꿰뚫음으로써, 시시각각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변치 않는 기업 위기관리의 핵심을 드러내 보여준다. 이 책은 SNS로 인한 잠재된 리스크에 골머리를 앓고 있거나 향후 일어날지 모를 스캔들에 대비하여 단단히 맷집을 길러두고 싶은 모든 기업과 개인 들에게 위기관리의 가장 확실한 가이드북이 되어줄 것이다.

지은이 : 에릭 데젠홀 / 옮긴이 : 이진원 / 출판 : 더난출판 / 02-325-2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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