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안내] 우리 역사는 깊다
[신간 안내] 우리 역사는 깊다
  • 김연균
  • 승인 2015.06.17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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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역사로 ‘내일’을 열다


비단 시간과 공간과 인간 자체의 역사만이 아니다. 저자는 시간과 공간과 인간이라는 틀 속에서 파생되는 ‘오늘’들의 다양한 측면을 살핀다. 을축년 대홍수가 일어난 1925년 7월 18일의 역사에서는, 환경 문제를 성찰하며 인간이 자연에 얹혀사는 존재일 뿐이라는 사실을 일깨운다. 일본 덴노가 조선총독에게 〈교육칙어〉를 하달한 1911년 10월 23일의 역사를 들추며, 〈국민교육헌장〉으로 이어진 교육의 군국주의 문제를 지적한다. 보건부가 가짜의사 275명을 적발하여 경찰에 통보한 1954년 8월 12일의 역사를 돌아볼 때는, 병원이 신전이 되어버린 현 시대에서 의료 민영화는 ‘가난이 사형선고’인 사회를 만들려 하는 것이라며 의료 문제를 건드린다.

권력에 대한 일침도 서슴없다. 1912년 1월 14일 광장주식회사의 주주총회 개최가 지니는 역사적 의의를 밝히면서, 대통령의 재래시장 방문이 ‘서민 코스프레’가 아닌 ‘임금 코스프레’임을 지적하고 현대적 신분제를 경계한다. 가로명제정위원회에서 새 동명과 가로명을 고시한 1946년 10월 1일의 역사를 살피면서, 세종로라는 이름에 담긴 역사성을 헤아리라고 촉구한다. 경무청이 물가 폭등을 이유로 채소 도매상 단속에 열을 올리던 1903년 11월 11일의 역사를 돌아볼 때는, 예나 지금이나 물가 폭등의 주범은 상인이 아니라 정부임을 지적하며 행정력을 동원하여 물가를 억누르려는 코미디 같은 짓을 그만두라고 충고한다.

‘오늘’을 만드는 ‘어제’, ‘내일’을 위한 성찰의 토대로 삼아야

저자의 풍부한 역사지식은 책 전체를 아우른다. 미처 알지 못했던 많은 역사들을 생생하게 재연한다. 이는 무심히 지나친 것들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당연한 듯 여기던 것들을 새롭게 돌아볼 수 있는 눈을 키워준다. 과거가 과거에만 머무르지 않고 오늘과 내일에 영향을 미친다는 상식을 새삼스레 일깨운다.

무의미한 ‘오늘’은 없다. 크든 작든, 익숙하든 낯설든 현재의 ‘오늘’은 수많은 과거의 ‘오늘’들의 연속이다. 저자는 이 같은 관점 아래 쓰인 60개의 ‘오늘’들을 통해 다음과 같은 바람을 피력한다.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현재와 과거의 관계에 대해 조금 더 많이 생각할 수 있기를, 현재의 선택이 미래를 결정한다는 사실을 조금 더 무겁게 받아들이기를, 스스로 ‘나답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무엇으로 구성되었는지 성찰하는 시간을 잠시나마 갖게 되기를, 소망한다.”

지은이 : 전우용 / 출판 : 푸른역사 / 02-720-8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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