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서영 원장 –감정노동의 지혜] 감정노동에도 유형이 있다?
[윤서영 원장 –감정노동의 지혜] 감정노동에도 유형이 있다?
  • 이효상
  • 승인 2017.05.16 10: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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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노동은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 미디어에 흔히 등장하여 우리에게 익숙한 감정노동은 ‘긍정적 감정노동’이다. 고객에게 무조건 친절하고 긍정적인 감정표현으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직업에서 주로 발생한다. 승무원이나 백화점, 레스토랑, 놀이동산, 고객센터 등 일반적인 서비스업에 속한 직업들이 거의 대부분 해당된다.

둘째, 중립적 감정노동이 있다. 이는 정서적 중립성을 유지하면서 객관적이고 공정한 정보를 전달해야 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직업에서 많이 나타난다. 판사나 운동경기 심판처럼 냉정한 판단이 요구되거나 장의사, 카지노 딜러와 같이 감정에 휘둘려서는 안 되는 직업이 이에 속한다.

셋째‚ 부정적 감정노동은 위의 경우와는 달리 격앙된 정서를 요구받는 직업에서 발생한다. 경멸, 공포, 위협, 공격성 등 부정적인 정서상태를 최대한 표출하는 노동을 제공해야 하는 직업으로 형사, 경찰, 검찰, 조사관, 감독관, 보안 경비 등이 이에 해당한다.

감정노동의 세 가지 유형에 대해 윤 대리와 감정연구소 소장의 대화를 통해 구체적인 사례를 알아보겠다.

[감정은 흐른다]

▷윤 대리: 지금 하는 일이 스트레스가 너무 많아서 이직을 생각 중입니다. 어떤 직업이 감정노동이 적을까요?

○감정연구소: 스트레스의 정도가 현재 직업을 유지하는 데 많은 영향을 미치긴 합니다. 스트레스가 많으면 아무래도 업무를 하기 쉽진 않겠죠. 하지만 감정노동을 인식하는 정도나 유형이 다를 뿐 감정노동이 없는 직업은 없답니다.

▷윤 대리: 헉! 감정노동이 없는 직업이 없다고요? 불만 고객보다 더 심한 말씀입니다. ○감정연구소: 안타깝게도 그렇습니다. 어떤 상황에서건 사람과의 접촉에서 감정노동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윤 대리: 그렇다면 사람을 대하지 않는 직업을 선택하면 되지 않을까요?

○감정연구소: 사람을 대면하는 것이 주 업무가 아닐지라도 일단 사람과의 접촉이 있다면 감정노동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겁니다. 여러 명의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 오히려 적은 인원끼리 근무하는 폐쇄적인 공간에서 감정노동을 더 느낄 수도 있습니다.

▷윤 대리: 예를 들어서요?

○감정연구소: 예를 들어, 내가 연구소에서 혼자 연구하는 연구원이라고 가정해봅시다. 연구원은 감정노동을 느낄 상황이 있을까요?

▷윤 대리: 글쎄요. 주 업무가 혼자 연구하는 일이라면 감정노동이 발생하지 않을 것 같은데요.

○감정연구소: 그렇지 않다는 겁니다. 연구소는 허가받은 사람만 출입이 가능한 곳, 즉 폐쇄적인 공간입니다. 연구소에 연구원이 한 명일 가능성은 매우 희박합니다. 분야별로 연구원이 나누어져 있겠죠.

이런 상황에서 내가 속한 연구 분야의 연구원 한 명과 갈등관계에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약품을 나누어 쓰는 관계에서 말이죠. 그야말로 적막이 흐르는 연구소 내에서 그 한 명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와 나의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는 감정노동은 적지 않으리라 예상됩니다.

▷윤 대리: 윽! 상상만 해도 끔찍한 상황이네요. 감정노동은 정말 고객에게만 느끼는 것이 아니군요. 차라리 언젠가는 전화를 끊을 불만 고객이 나을 수도 있겠어요.

○감정연구소: 하하! 어느 쪽이 낫다, 그렇지 않다고 보긴 어렵죠. 넘어져서 무릎에 상처 난 것과 채소를 썰다 칼에 베인 손가락 중 어떤 것이 더 아프다고 할 수 없는 것처럼요.

▷윤 대리: 사람과 말을 하지 않거나, 관계가 틀어져 있을 때 그 사람과의 신경전은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게 하죠. 그런데 이런 것도 감정노동에 속하나요? 자신의 현재 감정과는 무관하게 웃으면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것이 감정노동 아닌가요?

○감정연구소: 지금 윤 대리님이 말씀하신 것은 감정노동이 맞습니다. 하지만 감정노동의 유형으로 보면, ‘긍정적 감정노동’에 속합니다.

감정노동은 쉽게 표현하면, 현재 나의 감정을 숨겨야 하는 모든 상황에 적용할 수 있습니다. 러셀 혹실드의 ‘감정노동’에 대한 정의도 서비스 노동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긍정적 감정노동’의 사례가 대표적이며, 서비스의 상품화로 인해 발생하는 것으로 자본주의를 비판하기 위한 하나의 장치로 사용한 것뿐입니다.

러셀 혹실드는 ‘긍정적 감정노동’과 함께 ‘중립적 감정노동’, ‘부정적 감정노동’ 이렇게 세 가지로 감정노동을 분류했습니다.

그중 긍정적 감정노동은 이미 윤 대리님이 말씀하셨고, 중립적 감정노동은 객관적이고 공정한 정보를 전달해야 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직업에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무표정으로 일관해야 하는 직업이 이에 속하죠. 예를 들면 판사, 운동경기 심판, 장의사, 카지노 딜러와 같은 직업 말입니다.

▷윤 대리: 포커페이스를 유지해야 하는 직업이군요. 소장님의 말씀을 들어보니, 저희 불만 부서도 고객센터 내에서는 중립적 감정노동 쪽에 더 가까운 것 같습니다.

상담사와 같이 친절 모드로 전화를 받았다가는 더 큰 불호령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부서에 처음 이동해서 그렇게 전화 받았다가 넌 상담원 아니냐고 정말 호되게 당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목소리를 중저음으로 내고, 정중하나 위엄 있게 대화를 하는 편입니다.

○감정연구소: 그렇군요. 그렇다면 윤 대리님은 긍정적 감정노동을 하는 부서와 중립적 감정노동을 하는 부서를 모두 경험해보신 셈이네요. 이런 표현이 적합한지 모르겠습니다만, 어떤 유형의 감정노동이 스트레스가 더 적었나요?

▷윤 대리: 음…. 이거야말로 Case by Case 입니다.

○감정연구소: 고객의 불만 정도나 성향에 따라 내가 느끼는 감정노동이 다른 것처럼 이것도 어느 것이 낫다고 표현하기 모호한 건가요?

▷윤 대리: 조금 전 말씀하신 것처럼 손가락이 더 아픈지 무릎이 더 아픈지인 것 같아요. 둘 다 아픈 건 아픈 거고‚ 단지 다친 이유와 다친 부위가 다를 뿐이니까요.

○감정연구소: 마지막으로 부정적 감정노동은 위협적인 자세를 취해야 하는 직업에서 발생하며, 경멸, 공포, 위협, 공격성 등의 정서를 표현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형사, 경찰, 검찰, 조사관, 감독관, 보안 경비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윤 대리: 부정적 감정노동에 해당하는 직업은 불만 고객과 자리를 바꾼 거나 다름없네요. 직업상 계속 화를 내야 하는 거죠?

○감정연구소: 하하! 윤 대리님의 말씀이 재미있습니다. 형사나 경찰, 군인의 직업을 가진 자녀를 보면 부정적 감정노동을 해소하지 못한 사례를 간혹 볼 수 있습니다. 부모의 부정적 감정노동은 자녀에게 전달됩니다. 이렇게 위협적이고 공격적인 환경에서 성장한 자녀는 나중에 사회에 나와서 위협적이고 공격적인 성향을 띠게 될 수 있습니다.

▷윤 대리: 저도 그런 사례를 본 적이 있어요. 아버지가 군인이었던 신 팀장의 팀이 상담사 이직률이 다른 팀의 3배나 되거든요. 원인을 분석한 결과, 신 팀장이 상담사와의 관계에서 라포를 형성하지 못하고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지 못했던 점이 확인되었어요. 나의 해소되지 않은 감정노동이 자녀에게 넘어간다니, 감정은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감정연구소: 에너지는 흐릅니다. 감정은 사람이 표현할 수 있는 에너지라고 보면 돼요. 내가 받은 에너지를 그대로 발산하는 사람이 있고, 그 에너지를 플러스 에너지로 승화시켜 발산하는 사람이 있죠.

사람은 계속해서 다른 사람에게 에너지를 받고 있습니다. 그 에너지가 감정노동과 같이 마이너스적인 에너지일 경우, 에너지를 승화시키기 위해 나의 내면에 너무나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므로 마음이 힘들어지는 겁니다.

▷윤 대리: 그렇다면 고객은 매일매일 나에게 에너지를 던져주고 있는 거나 다름없군요. 결국, 고객이 던진 에너지의 모든 것이 다 나의 감정이 된다는 얘기네요.

○감정연구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 에너지를 내 마음속에 그대로 넣지 않기 위해 내 마음의 방패가 필요하다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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