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세 도입된다면…
부유세 도입된다면…
  • 승인 2004.05.03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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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대통령 선거에 이어 올해 국회의원선거에서 민주노동당은 당의 주요경 제정책 공약으로 ‘부유세’ 신
설을 내세우고 있다.

일반국민이나 유권자들은 글자 그대로만 해석해, ‘부유한 만큼 내는 세금’ 또는 ‘부자를 때려 잡는 세금’ 정
도로 추측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국민들이 궁금한 것은 우리나라 에는 현재 없는 이 세금이 과연 무엇이고, 무슨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그리 고 어떻게 도입했을 때 어떤 효과가 있을지의 여부다.

부유세에 대한 정책서클에서의 내부적 논의는 비교적 가깝게만 잡아도 1993년 금융실명제발표 당시에서부
터 시작한다.

그 후 금융소득종합과세와 관련된 구 체적 실행방안을 마련할 때에도 금융자산으로부터 발생되는 금융소
득을 포착하 느라고 왜 애쓰느냐, 또는 왜 금융자산이나 소득에만 주목하느냐에 대한 대안 으로 ‘한 개인
이 소유한 실질적인 부(=총자산-총부채)’에 대해 부유세가 검 토된 적이 있다.

또한 1997년 경제위기 이후 소득보다도 자산의 소유분포가 더욱 불평등해지는 상황에서, 주택가격의 급등
으로 계층간 갈등이 심화된 사회분위기 또한 종합부 동산세의 신설 논의가 제기되는 배경이 됐다.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 종합토지 세라는 것은 토지만을 대상으로 전국 땅부자들에 대한 일종의 부유세라고 볼 수
있다.

먼저 부유세를 현재 시행하고 있는 유럽내 8개국인 핀란드·프랑스·룩셈부르 크·노르웨이·스웨덴·스위스·스
페인·아이슬랜드의 제도를 바탕으로 부유세 정의를 내려보자. 부유세의 원명은 ‘순부유세(Net Wealth
Tax)’로, 매년 부 부 내지 한 세대가 전세계에 소유한 총자산가액에서 총부채액을 뺀 순재산가액 에 대해
매우 낮은 비례세율(1% 이하) 또는 누진세율(0.2∼2.5%)로 과세하는 국세다. 과세되는 부에 포함되는 자
산 형태는 나라별로 차이가 있으나, 저축· 주식·채권·연금·보험 등 금융자산뿐만 아니라 부동산·차량·선박·미
술품 ·보석 심지어 가재도구까지도 포함된다.

■금융자산서 보석까지 대상■

재산이라는 원본 그 자체(스톡:Stock)에 과세한다면 어느 나라나 소유사실에 근거해 주로 부동산에 부과되
는 재산세(Property Tax)가 있는데 이것과는 어떻 게 다른가? 재산세는 대부분 지방정부 관할 영역내에 소
재하는 개별 물건별로 지방세를 과세하므로, 부부나 가구별 합산을 하지 않으며, 부채액도 차감해 주 지 않
는다는 점에서 다르다.

한편 재산으로부터 매년 흐름으로 발생하는 열매인 자본소득이나 이득(Capital Income and Gains)에 대
해서는 대부분의 국가들이 개인소득세로 과세하고 있다 .

도입된 배경이나 과세기능을 살펴보면, 부유세가 개인소득세와 매우 밀접한 관 련을 갖고 있음을 발견하
게 된다. 20세기 초 서구의 많은 국가들이 개인소득세 를 운영하면서 겪게 되는 문제점에서 출발했다. 아무
리 높은 개인소득세율을 세법에 규정해도 부로부터 발생하는 자산소득을 과세소득으로 노출시키지 않으
려는 절세 활동으로 조세저항은 높으면서 실제 개인소득세 세수는 높지 않게 되는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결국 부유세 제도는 부로부터의 수익활동이 아예 없거나 있어도 자산소득으로 과세당국에게 포착되지 않
는 부유층을 주된 대상으로 해, 소득을 통해서만 세 부담을 부과할 수 있는 소득세제 한계를 탈피하고자 하
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눈에 띄는 ‘부’ 자체에 대해 담세력을 인정해 별도의 자산과세를 운영하는 것이 소득 및 부의 불균등 완화
를 실질적으로 추진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판단 에서다.

그러나 부 자체에 대한 교정적 조세로서의 기능보다는, 누진적 개인소득세의 최고한계세율이 적용되는 고
소득 계층의 과세소득 중 최고세율구간소득(Top Sl ice)은 대부분 근로소득보다는 영속성이 강한 자산 소
득으로 구성돼 있어서 누 진도 강화로 소득 재분배 실효성보다는 조세회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현
실을 인정해 자본소득에 대한 소득세 보완목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개인소득세 의 최고 법정세율을 70∼
80%까지 책정하던 나라들이 부유세의 도입과 함께 50% 이하로 인하한 세제개편을 동시에 추진한 사례들
로부터 그 취지를 이해할 수 있다.

소득세 누진세율 중 최고한계세율이 갖는 탈세유인과 근로 및 투자의욕 감퇴와 같은 경제적 비효율성을 감
소시키기 위한 목적이 있다. 실제로 시행국들에서, 부유세와 소득세의 합계액이 과세소득의 일정 비율을
초과할 수 없다는 과세상 한규정이나, 소득세의 자본소득 합산규정을 준용해 과세단위를 선택한다거나, 소
득세 인적공제제도와 밀접하게 연계해 인적 기초공제액을 결정하는 등 제도 적 장치는 세제적으로 소득세
를 보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각국 시행경험은 어떨까? 다른 조세와 마찬가지로 부유세 역시 ① 세수확보의 충분성 ② 세제의 단순성 및
세무행정의 편의성 ③ 형평성의 제고 ④ 자원의 효율적 사용이라는 측면에서 시행 경험을 판단할 수 있다.
이중 자원의 효율적 사용은 시행국가에서 실시 동기로 간주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3가지 측면에서 각국의
시행경험을 가늠해 보기로 하자.

순부유세의 징수액은 순부유세 부과대상 범위에 따라 총조세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시행국가별로 다르
지만, 먼저 세수확보를 주된 목적으로 운용되는 조세 는 아니라고 볼 수 있다. 총조세수입에서 차지하는 부
유세 비중은 법인에게도 부유세를 부과하는 지의 여부와 면세점 수준에서 차이가 난다.

■독일선 97년 ‘위헌’ 판결■

2003년 세수통계를 기준으로 할 때, 룩셈부르크(6.0%), 스위스(4.69%), 노르웨 이(1.2%)만이 부유세 총 조
세대비 세수비중이 높은 나라인데 이들은 법인에게 까지 부유세를 부과하는 나라이면서 면세점 또한 가구
당 평균국민소득의 1.2배 수준으로 낮게 책정돼 있다. 개인만을 부유세과세대상으로 삼는 그 외의 국가 들
이 평균가구소득의 7∼8배 수준 이상에서 부유세과세대상을 설정해 중상위 소득자를 포함하는 경우에 해
당하는 0.18∼0.5% 세수비중과는 극명한 차이가 난다. 그러나 순부유세제 유지 및 운영이 재산관련 타 세
목의 세수증대에 미치 는 긍정적인 효과까지도 감안한다면 부유세만의 총조세수입 비율만으로 순부유 세
제도의 세수기능을 판단할 수는 없다.

한편, 1990년대까지 부유세를 부과하던 오스트리아·독일·덴마크·네덜란드· 아일랜드가 부유세를 폐지하였
고, 스웨덴은 작년 유로통화권에의 가입실패 후 부유세 폐지를 검토하고 있어서 부유세 부과국은 줄어드
는 추세에 있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특히, 독일은 부유세과세대상 자산중 부동산과 금융자산간 평가불균형 문제가 헌법재판소의 위헌판결을
받아서 1997년부터 부유세가 폐지됐고, 네덜란드는 2 001년부터 저축과 투자에 대한 새로운 과세방식을 도
입한 소득세체계 전면개편 으로 부유세가 폐지되는 등 자산평가 문제와 자본수입국의 투자활성화 문제는
부유세 도입 검토시 고민해야 할 사안이다.

따라서, 부유세 신규도입 및 이에 따른 기존 세제개편 문제는 한 나라의 전체 조세체계 내에서 개인의 부
에 대해 어떤 과세입장을 취하느냐, 그리고 어떤 형 태의 부에 대한 과세가 우리나라 조세목적에 부합되는
지에 대한 종합적인 고려 없이 이뤄질 수 없다.

면세점이 높지 않은 수준에서 중산층 상당수가 포함돼 부과되는 나라들의 현행 부유세 실상을 이해한다
면, 부자를 못살게 굴기 위한 목적으로서의 세금이 아 니라, 현재 우리나라에 가장 적절한 과세베이스가 뭔
지에 대한 검토에 기초해 기존세제로서의 종합소득세, 종합토지세 및 재산세 등을 모두 손보게 되는 세 제
개혁적 측면에서 추진될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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