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급등 기업들 속탄다
유가급등 기업들 속탄다
  • 승인 2004.05.10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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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가가 13년여만의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급등세가 지속되면서 국내 산업계 전반에 먹구름이 드리우
고 있다. 매출 원가에서 유류비 비중이 높은 항공 업계는 직격탄을 맞고 있고, 석유화학 및 화섬업계와 기
름값 변동에 민감한 자동차업계 등에도 비상이 걸렸다.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업종의 기업들은 올 매출목표 등을 조정할 필요가 있는지 검토 중이며, 나머지 기업
들도 에너지 비용 절감 등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특히 대기업과 하도급관계를 맺고 있는 중소업체들은 원가 상승분을 납품가에 반영하지 못해 더욱 심한 고
통을 받고 있다.

■ 좌불안석의 산업현장=유가 급등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곳은 항공업계다. 전체 매출 원가에서 유류비
비중이 20%나 되기 때문이다. 현재 항공유 가격은 배럴당 43달러선으로 지난해 같은 때보다 50% 넘게 올
랐다. 항공유 가격이 배럴당 1달러 오를 때마다 대한항공은 연간 300억원, 아시아나는 연간 150억원 정도
의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자체 분석됐다.

석유화학 업계는 지난달에만 4.5%가 상승한 나프타 가격의 지속적인 오름세로 힘겨워하고 있다. 삼성석유
화학 관계자는 “원가 상승분 만큼 판매가를 올릴 수 없어 수익 감소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유화부문의 중소제조업체들은 기름값 상승에도 불구하고 대기업 등 수요 업체들이 가격을 올려주지 않아
“물건을 만들수록 손해”라며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경기 포천의 한 플라스틱관 제조업체 임원은 “원가의 60% 정도가 유류비인데, 지난해 이후 원자재비만
30% 정도 상승했다”며 “그러나 수요기업인 건설업체 등은 원가를 올려주지 않아 피가 마를 정도”라고 말했
다.

자동차업계도 내수판매가 극히 부진한 상황에서 ‘고유가’까지 덮치자 자동차 내수 판매가 더욱 위축되지 않
을까 우려하고 있다.

김국수 무역연구소 동향분석팀장은 “원가에서 유가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한국 상품의 가격경쟁력이 떨
어지는 것도 우려스런 대목”이라고 말했다. 무역연구소는 올해 평균 도입단가가 5달러 뛰면 수출제품의 제
조원가가 1.23% 오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 고유가 대응책 마련 분주=각 기업들은 현재의 유가 불안 상황이 조기에 가라앉지 않을 것에 대비해 △전
사적인 비용절감 운동 △경영목표 재검토 △새로운 판로 개척 등을 추진하고 있거나 준비 중이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말 꾸린 ‘연료비절감 워킹그룹’의 활동을 더욱 강화하고, 연료기지 활용 등의 방안을 적
극 실행에 옮길 계획이다. 비행기 출발지와 도착지의 유가를 미리 파악해 저렴한 지역에서 추가 급유를 하
고, 인천~방콕 노선은 중국 대신 대만 항로를 이용해 연간 60만달러 어치의 연료비를 절감하는 것 등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지상 대기 때 엔진가동 최소화 등과 함께 복도, 화장실 등 공용구간 50% 격등제, 점심시간
사무실 1시간 일괄 소등 등을 시행 중이다. 엘지칼텍스정유는 원유 도입국가를 다양화하고, 장기도입 물량
과 단기 물량 배분의 최적화를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일부 중소 제조업체들은 비용부담을 가능한 한 낮추기 위해 같은 업종의 업체들끼리 인력을 한 공장에 몰
아주는 “일괄 운영”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기도 하다. 경기 반월공단 인근의 한 플라스틱제품 제조업체 대표
는 “공장 가동률이 50%대 이하로 떨어진 마당에 중소기업도 대기업처럼 인력 아웃소싱을 해야 하지 않을
까 고민 중”이라며, “동종 업체들끼리 공동 생산과 공동 판매 가능성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가에 덜 민감한 전자·유통·통신 등이 주력인 삼성·롯데·에스케이그룹 등은 당장 연초에 세운 그룹 전체의
경영 목표를 손볼 계획은 없으나, 시장 상황에 따라 재검토할 여지는 열어놓고 있다.

오승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기업들이 비용 상승분은 에너지 절약 등을 통해 흡수하고,에너지 절
약 상품 개발과 새로운 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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